같은 듯 전혀 다른 한국과 미국의 법률: 한국 창업자가 가장 많이 당황하는 법적 차이 5가지

한국에서 당연한 것이 미국에서는 당연하지 않습니다. 대표이사 vs 이사회, 해고 제한 vs At-Will, 전환사채 vs SAFE, 정관의 역할, 지식재산권 보호까지. 한국 창업자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당황하는 법적 차이 5가지를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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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듯 전혀 다른 한국과 미국의 법률: 한국 창업자가 가장 많이 당황하는 법적 차이 5가지

기업편 #7 · 읽기 약 9분


대주제 1(법인 설립)을 마치고 오늘부터 대주제 2(한-미 법률 비교)에 들어갑니다. 설립 편에서 법인 형태, 주 선택, 세금, 비자를 다루면서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곳곳에서 언급했는데, 이번 편에서는 그 차이를 본격적으로 파고듭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해본 창업자일수록 미국에서 더 많이 당황합니다. 한국에서 당연한 것이 미국에서는 당연하지 않고, 한국에서 불가능한 것이 미국에서는 가능하며, 같은 단어를 쓰면서도 의미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창업자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당황하는 법적 차이 5가지를 개요 수준으로 정리합니다. 각 주제의 상세 분석은 이어지는 소주제 글에서 다룹니다.


1. 대표이사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한국, 이사회가 결정하는 미국

한국 주식회사에서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고 업무를 집행하는 사실상의 최고 권력자입니다. 물론 한국 상법도 이사회를 두고 있지만, 실무에서는 대표이사가 경영 전반을 주도하고 이사회는 형식적인 승인 기구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창업자가 대표이사인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이사 = 회사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미국 Corporation에서 CEO는 이사회(Board of Directors)가 선임한 임원(Officer)입니다. 회사의 근본적인 의사결정 권한은 이사회에 있고, CEO는 이사회가 위임한 범위 내에서 일상적인 경영을 수행합니다. 주식 발행, 주요 계약 체결, 임원 보수 결정, M&A 같은 중요 사항은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합니다.

이 차이가 실무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는 순간은 투자 유치 때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표이사가 투자 조건을 협의하고 서명하면 끝인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서는 이사회 결의가 없으면 투자 계약이 유효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VC가 투자할 때 이사회 의석(board seat)을 요구하는 것도 이 구조 때문입니다. 이사회에 들어가야 회사의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으니까요.

2025년 한국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가 추가되는 등 한국도 지배구조 강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대표이사 중심의 운영 관행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이사회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한국의 '대표이사' vs 미국의 'CEO/Board':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차이)


2.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한국,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는 미국

이 차이에 대해 들어보셨을 수 있지만, 실제로 경험하면 생각보다 훨씬 큰 충격입니다.

한국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입니다. 해고하려면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하고, 해고 예고(30일 전 통지 또는 30일분 통상임금 지급)를 해야 하며, 경영상 해고(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때만 가능합니다. 부당해고로 판정되면 복직 명령이 내려질 수 있습니다. 퇴직금도 1년 이상 근무 시 법적 의무입니다.

미국은 Montana를 제외한 모든 주에서 At-Will Employment(임의 고용)가 원칙입니다. 고용주가 이유 없이, 사전 통지 없이, 아무 때나 직원을 해고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직원도 이유 없이 아무 때나 퇴사할 수 있습니다. 법정 퇴직금 제도도 없습니다.

한국 창업자가 미국에서 직원을 채용하면서 한국식으로 접근하면 두 가지 문제가 생깁니다. 하나는, 한국에서의 습관대로 해고를 너무 두려워해서 성과가 나오지 않는 직원을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불필요한 비용입니다. 다른 하나는 반대 방향인데, At-Will이라고 해서 아무 제한 없이 해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At-Will에도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인종, 성별, 나이, 종교, 장애 등을 이유로 한 해고는 차별금지법(Title VII, ADA, ADEA 등) 위반이고, 내부고발(whistleblowing) 후 해고는 보복 해고로 소송 대상이 됩니다.

(한국 근로기준법 vs 미국 At-Will 고용: 미국에서 첫 직원을 채용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


3. 전환사채와 SAFE는 이름만 비슷하고 근본이 다릅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간단한 구조 중 하나는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입니다. 미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에서 가장 흔한 구조는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입니다. 둘 다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한국의 전환사채는 채권(debt)입니다. 만기가 있고, 이자가 붙고, 만기까지 전환되지 않으면 원금을 상환해야 합니다. 상법에 근거한 유가증권이고, 발행 절차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미국의 SAFE는 채권이 아닙니다. 만기도 없고, 이자도 없고, 원금 상환 의무도 없습니다. SAFE는 미래의 특정 이벤트(다음 투자 라운드, M&A, IPO 등)가 발생했을 때 주식으로 전환되는 계약(contract)입니다. Y Combinator가 2013년에 만든 표준 문서이고, 미국 초기 스타트업 투자의 사실상 표준이 되었습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한국의 전환사채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의 SAFE를 이해하려고 하면 혼란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한국 투자자가 미국 스타트업에 SAFE로 투자한 뒤 만기가 언제냐고 물으면, 만기가 없다는 답에 당황합니다. 반대로, 미국 투자자가 한국 스타트업의 전환사채를 보면 왜 이자가 붙는지 의아해합니다.

미국에도 Convertible Note가 있는데, 이것은 한국 전환사채와 더 비슷합니다. 만기가 있고 이자가 붙습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SAFE가 Convertible Note를 거의 대체했고, 지금은 미국 초기 투자의 대부분이 SAFE로 이루어집니다.

(다음 글 예고: 한국 전환사채 vs 미국 Convertible Note/SAFE)


4. 한국 주식회사와 미국 Corporation은 같은 것 같지만 여러 면에서 다릅니다

한국에서 주식회사를 운영해본 창업자가 미국에서 C-Corp을 세우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곳곳에서 차이를 발견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회사법의 구조 자체입니다. 한국은 상법이라는 하나의 법률이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미국은 50개 주 각각이 독립적인 회사법을 가지고 있습니다. Delaware에서 설립한 회사와 California에서 설립한 회사는 서로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 부분은 설립 편에서 이미 다뤘습니다.

정관의 역할도 다릅니다. 한국에서 정관은 회사의 모든 운영 규칙을 담는 핵심 문서이고, 정관 변경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정관(Certificate of Incorporation)은 최소한의 골격만 담고, 구체적인 운영 규칙은 내규(Bylaw)에서 정합니다. Bylaw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훨씬 유연합니다.

이사의 의무(Fiduciary Duty)도 다릅니다. 한국 상법은 이사에게 충실의무와 선관주의의무를 부과하는데, 2025년 개정 상법으로 충실의무의 대상에 주주가 명시적으로 추가되었습니다. 미국 Delaware법은 이사에게 Duty of Care(주의의무)와 Duty of Loyalty(충실의무)를 부과하는데, Business Judgment Rule이라는 강력한 보호 장치가 있어서 이사가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선의로 판단했다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개인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실무적으로는 여기에 더해, 미국에서는 이사와 회사 사이에 Indemnification Agreement(면책 계약)를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입니다. 이사가 직무 수행 중 소송에 휘말렸을 때 회사가 방어 비용과 손해배상을 부담하겠다는 계약인데, 이사회 및 주주 승인을 거쳐 체결합니다. 특히 외부 이사(사외이사)나 VC가 지명한 이사의 경우 이 계약 없이는 이사직을 수락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관행이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법률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음 글 예고: 한국 주식회사 vs 미국 C-Corp)


5. 지식재산권 보호, 한국에서 등록했다고 미국에서 보호되지 않습니다

이것도 많은 한국 창업자가 놓치는 부분입니다. 한국에서 상표를 등록했다고 해서 미국에서도 보호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서 출원한 특허가 미국에서도 유효한 것이 아닙니다. 지식재산권은 국가별로 독립적이고, 각 나라에서 별도로 출원하고 등록해야 합니다.

상표의 경우, 한국은 특허청(KIPO)에 등록하고 미국은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등록합니다. 한국에서 사용하던 브랜드를 미국에서 그대로 쓰려면 USPTO에 별도로 상표 출원을 해야 합니다. 만약 미국에서 누군가가 먼저 같은 상표를 등록했다면, 한국에서 아무리 유명해도 미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특허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PCT(특허협력조약) 출원을 활용하면 하나의 국제 출원으로 여러 나라에 동시에 특허를 추구할 수 있는 절차적 편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체 심사는 각 나라의 특허청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되므로, 한국에서 등록된 특허가 미국에서는 거절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영업비밀(Trade Secret) 보호도 체계가 다릅니다. 한국은 부정경쟁방지법으로, 미국은 Defend Trade Secrets Act(DTSA)와 각 주의 법률로 보호합니다. NDA(비밀유지계약)와 경쟁금지 조항(Non-compete)은 한국에서도 사용이 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직원 채용과 퇴사 과정에서 거의 빠짐없이 등장할 만큼 일상적입니다. 다만 Non-compete의 효력은 주마다 크게 다르고, California에서는 원칙적으로 Non-compete가 무효입니다.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은 설립 단계에서부터 IP 전략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특히 창업자의 IP를 법인에 양도하는 IP Assignment Agreement는 법인 설립 직후에 바로 체결해야 하는 핵심 문서 중 하나입니다. 이 부분은 설립 편에서도 언급했습니다.

(다음 글 예고: 한-미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상표, 특허, 영업비밀)


왜 이 차이를 알아야 하는가

위의 5가지 차이는 단순히 "미국법은 이렇게 다르다"는 지식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에서의 경험과 직관을 그대로 미국에 적용하면 실제로 돈이 나가고, 시간을 잃고, 사업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대표이사 중심으로 운영하다가 이사회 결의 없이 체결한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At-Will을 모르고 한국식으로 해고 절차를 밟다가 불필요한 비용을 쓰거나, 반대로 차별금지법을 모르고 해고했다가 소송을 당할 수 있습니다. SAFE를 전환사채로 이해하고 만기와 이자를 기대하면 투자자와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등록한 상표가 미국에서 보호되지 않아서 브랜드를 빼앗길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다음 5편에서 각 주제를 하나씩 깊이 있게 다루겠습니다.


이 글로 대주제 2(한-미 법률 비교)의 개요가 완료됩니다. 다음 글부터 각 주제를 하나씩 파고듭니다.

(다음 글 예고: 한국의 '대표이사' vs 미국의 'CEO/Board':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차이)


참고 자료 및 공식 근거

  • 한국 상법 제382조~제399조 (이사, 이사회, 대표이사) (law.go.kr)
  • 한국 상법 개정안 (2025년 공포, 2026년 시행) -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 Delaware Code Title 8, Sections 141~142 (Board of Directors, Officers)
  • 한국 근로기준법 제23조~제26조 (해고의 제한, 해고 예고) (law.go.kr)
  • 미국 At-Will Employment: Restatement of Employment Law (ALI)
  • Y Combinator, 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ycombinator.com/documents)
  • 한국 상법 제513조~제516조 (전환사채)
  • 한국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영업비밀의 정의) (law.go.kr)
  • Defend Trade Secrets Act, 18 U.S.C. § 1836
  • California 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Section 16600 (Non-compete 무효)

본 뉴스레터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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