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벤처투자 표준계약서가 3년 만에 전면 개편되었습니다: 미국 투자 구조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한국
한국 벤처투자 표준계약서가 3년 만에 전면 개편되었습니다. RCPS에서 CPS로, 리픽싱 최저가에서 가중평균으로, IPO 결과 의무에서 최선 노력 의무로. 6가지 핵심 변경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미국(글로벌) 투자 표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
뉴스 · 읽기 약 8분
2026년 6월 30일, 중소벤처기업부와 한국벤처투자가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3년 만에 전면 개정하고 발표했습니다. 이번 개정의 방향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한국 벤처투자 계약이 미국(글로벌) 표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는 것입니다.
이 블로그의 리걸 아카이브 시리즈(Priced Round의 구조, Term Sheet 핵심 조항과 Closing, 한국 투자자 vs 미국 투자자)에서 다뤘던 한-미 투자 구조의 차이가 바로 이번 개정에서 좁혀지고 있습니다.
6가지 핵심 변경과 미국 구조와의 비교
1. 32종 통합형 계약서 → SPA + SHA 분리, 5종으로 단순화
기존에는 투자 내용과 주주 간 권리·의무가 하나의 계약서에 뒤섞여 32종의 복잡한 유형으로 운영되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투자계약서(SPA)와 주주간계약서(SHA)가 분리되고, 계약 유형이 5종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이전 글(Term Sheet 핵심 조항과 Closing)에서 다뤘듯이, 미국은 이미 SPA(Stock Purchase Agreement), IRA(Investors' Rights Agreement), ROFR/Co-Sale Agreement, Voting Agreement 등 목적별로 분리된 계약서 체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SPA + SHA 분리로 간 것은 이 방향과 같습니다.
2. 투자자 전원 동의 → 라운드별 집합적 동의
기존에는 주요 의사결정에 모든 투자자 전원의 개별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시리즈 A, B, C 투자자 전원이 하나하나 동의해야 해서, 한 투자자가 거부하면 의사결정이 막히는 상황이 빈번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라운드별 집합적 동의방식이 도입되어, 각 라운드 투자자 그룹 단위로 동의를 구하면 됩니다.
이전 글(Term Sheet 핵심 조항과 Closing)에서 다뤘듯이, 미국의 Protective Provisions도 "Series A Preferred의 과반수 동의" 등 주식 종류별로 의결하는 구조입니다. 개별 투자자가 아니라 주식 종류(class/series) 단위로 동의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고, 한국이 이 방향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3. RCPS(상환전환우선주) 중심 → CPS(전환우선주) 중심으로 방향 제시
이번 개정의 가장 상징적인 변화입니다. 이전 글(한국 투자자 vs 미국 투자자)에서 한국 투자의 핵심 구조인 RCPS(상환전환우선주)와 미국의 Preferred Stock을 비교했는데, 가장 큰 차이가 상환권(redemption right)의 유무였습니다.
한국의 RCPS는 투자자가 일정 기간 후 회사에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이 포함되어 있지만, 미국의 Preferred Stock에는 상환권이 일반적으로 없습니다. 이번 개정에서 CPS(전환우선주, 상환권 없음)를 표준으로 제시한 것은 미국의 Preferred Stock 구조에 한 걸음 가까워진 것입니다.
다만 "RCPS를 금지한 것은 아니고 CPS를 권장하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므로, 실무에서 RCPS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모태펀드 출자 비율이 50~60%에 달하는 중소형 VC에게는 사실상 강한 구속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4. 리픽싱: 최저가 방식(Full Ratchet) → 가중평균 방식(Weighted Average)
이전 글(Priced Round의 구조)에서 미국의 Broad-based Weighted Average anti-dilution이 한국의 리픽싱(Full Ratchet에 해당)보다 창업자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다뤘습니다.
전자신문의 보도에서도 이번 변경을 "Full-Ratchet 방식 대신 창업자와 투자자 간 균형을 고려한 가중평균 방식을 기본안으로 제시"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전 글(한국 투자자 vs 미국 투자자)에서 "한국에서 리픽싱에 익숙한 창업자가 미국에서 같은 방식을 자연스럽게 수용하면, 실질적으로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던 내용과 직접 연결됩니다.
5. IPO 강제조항: 결과 의무 → 최선 노력(Best Effort) 의무
기존에는 투자 계약에 "IPO를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결과 의무가 포함되어, 상장이 지연되면 상환권 행사나 위약금 청구의 근거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이것이 "상장을 위해 성실히 노력하는" 최선 노력 의무로 변경되었습니다.
미국 VC 투자 계약에는 IPO 의무 자체가 없습니다. 이전 글(한국 투자자 vs 미국 투자자)에서 다뤘듯이, 미국 투자자는 IPO가 아닌 M&A를 포함한 다양한 Exit 경로를 전제로 투자하고, Drag-Along을 통해 Exit을 추진합니다. 한국이 IPO 강제를 완화한 것은 Exit 경로의 다양화를 인정하는 방향입니다.
6. 제3자 연대책임 제한 명확화
창업자의 가족이나 이해관계인에게까지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벤처투자법 개정(2025년 12월 30일 시행)에 따라 고의·중과실 외의 제3자 연대책임 부과가 제한됩니다. 이번 표준계약서에 이 내용이 명확히 반영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창업자 개인에 대한 보증이나 연대책임 부과가 VC 투자에서 극히 드뭅니다.
그러나 연대책임 제한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 이미 있습니다. 어반베이스 vs 신한캐피탈 사건(서울고등법원, 2025년 12월 항소 기각)에서 신한캐피탈은 2017년 어반베이스에 약 5억 원을 RCPS로 투자하면서, 투자계약서에 "회생절차 개시 시 투자자가 이해관계인(대표이사)에게 주식매수를 청구할 수 있다"는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조항을 넣었습니다. 어반베이스가 2023년 말 회생절차에 들어가자 신한캐피탈은 창업자 개인에게 풋옵션을 행사했고,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투자자의 손을 들어 원금 5억 원에 연복리 15%를 적용한 총 약 13억 원의 지급을 명했습니다.
핵심 쟁점은, 이것이 벤처투자법이 금지하는 "연대책임"이 아니라 "주식매수청구권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라고 법원이 판단했다는 점입니다. 연대책임이라는 문은 닫혔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창문이 열려 있었습니다.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이 제3자 연대책임을 제한하더라도, 풋옵션 조항이 창업자 개인에게 부과되어 있다면 실질적으로 같은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업계에서는 투자계약서 검토 시 풋옵션 행사 요건에 "창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포함되어 있는지, 회생절차 개시만으로도 풋옵션이 발동되는 구조인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도 이전에 이 사건을 상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어반베이스 vs 신한캐피탈: 풋옵션과 창업자 개인책임).
변호사의 관점: 방향은 맞지만 실무 정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번 개정은 한국 벤처투자 계약이 글로벌 표준에 가까워지는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특히 RCPS → CPS 방향 제시와 리픽싱 가중평균 전환은 한-미 양쪽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다만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표준계약서는 "권고안"입니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실제 투자 현장에서 즉시 모든 조건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태펀드 의존도가 높은 VC에게는 사실상 강한 구속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SAFE와 CN(Convertible Note)도 논의되었습니다. 선포식 이후 열린 포럼에서 SAFE와 CN의 활성화 방안이 논의되었는데, CN은 상법 개정이 필요해서 우선 SAFE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전 글(한국 전환사채 vs 미국 SAFE)에서 다뤘듯이, 한국의 전환사채(CB)와 미국의 SAFE/CN은 구조가 다르므로 국내 도입 시 추가적인 법적 정비가 필요합니다.
미국 투자를 병행하는 기업은 양쪽 구조를 모두 이해해야 합니다. 한국 표준계약서가 미국에 가까워졌다고 해서 동일한 것은 아닙니다. 이전 글(한국 투자자 vs 미국 투자자)에서 다뤘듯이, 양쪽 투자자가 한 cap table에 공존하는 경우 anti-dilution 방식, 동의권의 범위, 보고 의무 등을 통일하는 작업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관련 리걸 아카이브 글
이번 뉴스에서 다룬 주제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으시면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 Priced Round의 구조: Preferred Stock, Cap Table, Dilution— RCPS vs Preferred Stock, Anti-dilution(Full Ratchet vs Weighted Average), Liquidation Preference 비교
- Term Sheet 핵심 조항과 Closing — 미국 VC 투자의 5개 계약서 구조, Protective Provisions, Closing 절차
- 한국 투자자 vs 미국 투자자 — RCPS vs Preferred Stock, 상환권, 리픽싱, 펀드 구조의 차이, Exit 기대치
- 한국 전환사채 vs 미국 SAFE — 한국 CB와 미국 SAFE/CN의 구조적 차이
- 어반베이스 vs 신한캐피탈: 풋옵션과 창업자 개인책임 — 연대책임 제한이 풋옵션을 막지 못하는 이유
본 뉴스레터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니,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Venture Pacific Law Group(info@ventureplg.com)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