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환사채 vs 미국 SAFE (I): 같은 '전환'이지만 전혀 다른 구조

한국 전환사채는 채권이고, 미국 SAFE는 채권이 아닙니다. 만기, 이자, 상환 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두 구조의 핵심 차이, Valuation Cap, Discount Rate, Pre-money vs Post-money SAFE를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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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환사채 vs 미국 SAFE (I): 같은 '전환'이지만 전혀 다른 구조

기업편 #10-1 · 읽기 약 8분


이전 글에서 한-미 고용 관련 법의 차이를 다뤘습니다. 오늘은 스타트업 초기 투자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투자 구조의 차이를 다룹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에서 널리 사용되는 구조 중 하나가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 미국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에서 가장 흔한 구조는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입니다. 둘 다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이지만, 법적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이 차이를 모르고 한쪽의 경험을 다른 쪽에 적용하면 투자자와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두 구조의 근본적 차이와 SAFE의 기본 메커니즘을 다루고, 다음 글에서는 SAFE가 실제로 전환될 때 어떤 주식으로 전환되는지, 회계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한국 투자자가 SAFE를 변형할 때 발생하는 문제까지 심층적으로 다룹니다.


한국 전환사채와 미국 SAFE, 핵심 차이부터 정리합니다

한국 전환사채(CB)미국 SAFE
법적 성격채권(debt)채권이 아님 (미래 지분 약속)
만기있음 (통상 1~3년)없음
이자있음 (통상 1~5%)없음
원금 상환 의무만기 시 전환 안 되면 상환없음
법적 근거한국 상법 제513조~516조미국 계약법 (주법)
발행 절차이사회 결의 + 상법상 절차이사회 결의
시장 지위 (2026년)한국 초기 투자에서 널리 사용미국 시드 투자의 약 90% (pre-seed 기준)

한국 전환사채(CB): 채권입니다

한국의 전환사채는 상법 제513조~제516조에 근거한 유가증권입니다. 발행 절차가 법으로 정해져 있고, 이사회 결의(정관에 근거가 있어야 함)를 거쳐야 합니다.

핵심 구조는 이렇습니다. 투자자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일정 기간(만기) 후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거나, 약정된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집니다. 만기까지 전환되지 않으면 회사는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합니다. 이것이 전환사채의 가장 중요한 특성입니다. 채권이기 때문에 만기에 상환 의무가 있습니다.

한국 스타트업 투자에서 전환사채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상법상 명확하게 인정된 구조라서 법적 안정성이 높고, 투자자 입장에서 만기와 이자라는 안전장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밸류에이션을 정하지 않고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투자의 속도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다만 창업자 입장에서는 만기라는 시한폭탄이 있습니다. 만기까지 다음 라운드를 유치하지 못하면 원금을 상환해야 하는데, 초기 스타트업에 현금이 충분할 리 없으므로 사실상 재협상 또는 만기 연장을 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와의 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미국 SAFE: 채권이 아닙니다

SAFE는 2013년 Y Combinator가 만든 투자 계약 양식입니다. SAFE가 한국 전환사채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채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SAFE에는 만기가 없습니다. 이자도 없습니다. 원금 상환 의무도 없습니다. SAFE는 "미래의 특정 이벤트(다음 투자 라운드, M&A, IPO 등)가 발생했을 때 주식으로 전환되는 계약(contract)"입니다. 그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으면 SAFE는 그냥 계속 남아 있습니다. 만기에 쫓기는 일이 없습니다.

Carta의 2025년 1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pre-seed 투자의 약 90%가 SAFE로 이루어지고 있고, seed 투자에서도 64%가 SAFE입니다.

SAFE의 전환 조건을 결정하는 핵심 용어 두 가지를 짚겠습니다.

Valuation Cap: 전환 시 적용되는 최대 회사 가치입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회사 가치가 Cap보다 높게 평가되면 Cap 기준으로 전환되어 투자자에게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Valuation Cap이 $5M인 SAFE에 $500K를 투자했는데, 다음 라운드에서 회사가 $20M으로 평가되면, 투자자는 $5M 기준으로 전환됩니다.

Discount Rate: 다음 라운드의 주당 가격에서 할인율을 적용받습니다. 20% 할인이면 다음 라운드 투자자가 $1/주에 투자할 때 SAFE 투자자는 $0.80/주에 전환됩니다.

Cap과 Discount가 모두 있으면,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쪽이 적용됩니다.


Pre-money SAFE vs Post-money SAFE: 이 차이를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Y Combinator는 2018년에 SAFE를 개정하면서 Post-money SAFE를 도입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사용되는 SAFE는 거의 대부분 Post-money 버전입니다.

Pre-money SAFE (구버전): Valuation Cap에 SAFE 자체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여러 투자자에게 SAFE를 발행하면, 전환 시 실제 희석률이 SAFE 발행 시점에는 확정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전환할 때 cap table이 복잡해지고 예상치 못한 희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Post-money SAFE (현재 표준): Valuation Cap에 SAFE 자체가 포함됩니다. 따라서 SAFE 투자 시점에 지분율이 바로 확정됩니다. 계산이 단순합니다. 지분율 = 투자 금액 / Post-money Valuation Cap.

예를 들어, $4M Post-money Valuation Cap으로 $200,000을 투자하면, 투자자의 지분율은 $200,000 / $4,000,000 = 5%로 확정됩니다. 추가로 $8M Cap에 $800,000 SAFE를 발행하면 10%가 추가되어, 두 SAFE의 합계 희석은 15%입니다. 이것을 SAFE 발행 시점에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Post-money SAFE는 창업자에게 수학적으로는 Pre-money보다 불리합니다(같은 Cap이면 희석이 더 큼). 하지만 Cap table의 명확성과 투자 클로징 속도라는 장점이 이 단점을 상쇄합니다. 현재 미국 시장의 표준이므로 이 버전을 사용하는 것이 맞습니다.


한국 전환사채 경험으로 미국 SAFE를 이해하려 하지 마세요

한국 투자자가 미국 스타트업에 SAFE로 투자한 뒤 "만기가 언제냐"고 묻는 경우를 실무에서 많이 봤습니다. 만기가 없다는 답에 당황합니다. 반대로 미국 투자자가 한국 스타트업의 전환사채를 보면 왜 이자가 붙는지 의아해합니다.

전환사채는 채권이고 SAFE는 채권이 아닙니다. 만기, 이자, 상환 의무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한쪽의 경험을 다른 쪽에 그대로 대입하면 안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SAFE가 실제로 전환될 때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다룹니다. SAFE가 보통주로 전환되는지 우선주로 전환되는지, Shadow Series란 무엇인지, SAFE 투자자의 권리는 누가 결정하는지, 회계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한국 투자자가 SAFE를 변형할 때 왜 문제가 생기는지까지 다룹니다.


(다음 글 예고: 한국 전환사채 vs 미국 SAFE (II): SAFE 전환의 실제, 회계 처리, 그리고 Simple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


참고 자료 및 공식 근거

  • 한국 상법 제513조~제516조의10 (전환사채) (law.go.kr)
  • Y Combinator, 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Post-money version (ycombinator.com/documents)
  • Carta, Q1 2025 State of Private Markets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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