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회사 vs 미국 C-Corp: 비슷한 것 같지만 운영 방식이 다릅니다
한국 주식회사를 운영해본 창업자가 미국 C-Corp을 세우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곳곳에서 차이를 발견합니다. 회사법의 구조, 정관 vs COI/Bylaw, 주주총회, 주식 설계의 자유도, 법인격 부인, 연례 보고 의무까지 실무 수준에서 비교합니다.
기업편 #11 · 읽기 약 9분
이전 글에서 전환사채와 SAFE의 차이를 다뤘습니다. 오늘은 한국 주식회사와 미국 C-Corp의 구조적 차이를 다룹니다. 이사회와 CEO의 관계는 이전 글(한국의 '대표이사' vs 미국의 'CEO/Board':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차이)에서 이미 다뤘으므로, 이번 글에서는 회사법의 구조, 정관의 역할, 주주총회, 주식 구조, 그리고 법인격 부인의 차이에 집중합니다.
한국에서 주식회사를 운영해본 창업자가 미국에서 C-Corp을 세우면,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곳곳에서 차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 차이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면, 미국에서의 법인 운영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회사법의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한국은 상법이라는 하나의 법률이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서울에 법인을 세우든 부산에 세우든 같은 법을 따릅니다. 반면 미국은 50개 주 각각이 독립적인 회사법을 가지고 있어서, Delaware에서 설립한 회사와 California에서 설립한 회사는 서로 다른 법률의 적용을 받습니다. 이전 글(Delaware vs California vs Wyoming, 어느 주에 법인을 세워야 할까?)에서 다뤘듯이, 이것이 미국에서 설립 주 선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연방 차원에서는 회사법 자체가 없고, 증권법(Securities Act, Securities Exchange Act)과 세법(IRC)만 적용됩니다. 즉 회사의 설립과 운영은 주법이, 주식의 공모와 거래는 연방법이, 세금은 연방법과 주법이 함께 적용되는 구조입니다. 실무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한국에서는 "상법에 어떻게 되어 있느냐"만 확인하면 되지만, 미국에서는 "어느 주법이 적용되느냐"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관의 역할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정관은 회사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근본 규칙을 담는 핵심 문서입니다. 상법이 정관에 반드시 포함해야 하는 사항(절대적 기재사항)을 정하고 있고(상법 제289조), 사업 목적부터 상호, 주식의 종류와 수, 이사회 구성, 주주총회 절차, 배당, 임원 보수까지 회사 운영의 거의 모든 것이 정관에 담깁니다. 정관 변경에는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 의결권의 2/3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가 필요하므로(상법 제434조), 이사회 결의만으로는 정관을 바꿀 수 없습니다.
미국은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정관(Certificate of Incorporation, 이하 COI)에는 최소한의 골격만 담습니다. Day 4에서 다뤘듯이, 스타트업의 초기 COI에 들어가는 것은 법인명, Registered Agent, 사업 목적(포괄적), 수권주식, Exculpation 조항 정도입니다. 구체적인 운영 규칙은 Bylaw(내규)에서 정하는데, 이사회 운영, 주주총회 절차, 임원 선임/해임, 주식 양도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핵심 차이는 여기에 있습니다. Bylaw은 이사회 결의만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의 정관 변경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유연합니다. 물론 COI의 변경은 미국에서도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하지만, COI에는 최소한의 내용만 들어 있으므로 COI를 변경해야 할 일 자체가 적습니다. 투자 유치 시 새로운 시리즈의 우선주를 정의하기 위해 Amended and Restated COI를 작성하는 것이 COI 변경의 가장 흔한 사례입니다.
| 한국 정관 | 미국 COI | 미국 Bylaw | |
|---|---|---|---|
| 내용 | 회사 운영의 거의 모든 것 | 최소한의 골격 | 구체적 운영 규칙 |
| 변경 절차 | 주주총회 특별결의 | 주주총회 승인 | 이사회 결의 (대부분) |
| 제출처 | 법원 등기소 | 주정부 (Division of Corporations) | 제출 안 함 (내부 보관) |
주주총회: 한국은 무겁고 미국은 가볍습니다
한국의 주주총회는 상법이 정한 엄격한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정기주주총회는 매 사업연도 종료 후 3개월 이내에 소집해야 하고(상법 제365조), 소집 통지는 주주총회일 2주 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해야 하며(상법 제363조), 주주총회 의사록은 공증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국(Delaware 기준)의 주주총회는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연례 주주총회(annual meeting)를 열어야 하지만 정확한 시기에 대한 엄격한 제한은 없고 Bylaw에서 정한 대로 하면 됩니다. 소집 통지도 DGCL Section 222에 따라 총회일 10일 전에서 60일 전 사이에 하면 되므로, 한국의 2주 전 통지보다 유연합니다.
가장 큰 실무적 차이는 서면 동의(Written Consent)의 요건입니다. 한국 상법도 서면결의를 허용하지만(상법 제363조의2), 주주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만 주주총회를 생략할 수 있어서, 주주가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실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합니다.
Delaware법은 다릅니다. DGCL Section 228에 따르면, 해당 사안의 의결에 필요한 최소 의결권 수 이상을 가진 주주가 서면 동의하면 주주총회 없이 의결할 수 있습니다. 보통결의 사항이라면 과반수, 특별결의 사항이라면 그에 맞는 비율의 주주가 동의하면 되고, 전원 동의가 아닙니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주주가 소수라서 한국이든 미국이든 서면결의가 쉽지만, 투자를 받아서 주주가 늘어나면 이 차이가 커집니다. 한국에서는 주주 전원이 동의하지 않는 한 주주총회를 소집해야 하지만, Delaware에서는 과반수(또는 필요 비율) 이상의 주주가 Written Consent에 서명하면 주주총회 없이 진행할 수 있고, 소수 주주의 반대가 있어도 의결 자체는 가능합니다.
주식 구조: 미국이 훨씬 유연합니다
한국은 유가증권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이 정한 종류와 범위 안에서만 주식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익배당, 잔여재산분배, 의결권, 전환, 상환에 관하여 내용이 다른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지만(상법 제344조), 상법이 허용하지 않는 권리를 주식에 붙이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미국(Delaware)은 주식 설계의 자유도가 훨씬 높습니다. DGCL Section 151(a)는 정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의결권, 지정, 선호, 참여, 선택적 또는 기타 특별한 권리를 가진 다양한 종류(class)와 시리즈(series)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서, 사실상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권리를 주식에 붙일 수 있습니다. 이 유연성이 미국 VC 투자 구조의 기반으로, Series A Preferred Stock, Series B Preferred Stock 등 라운드마다 서로 다른 권리를 가진 우선주를 발행하고 각 시리즈별로 Liquidation Preference, anti-dilution, conversion rights, voting rights를 다르게 설계할 수 있는 것이 Delaware법 덕분입니다.
한국에서도 종류주식을 활용한 VC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유가증권법정주의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미국만큼 다양하고 세밀한 설계가 가능하지는 않습니다.
법인격 부인: Piercing the Corporate Veil
주식회사(Corporation)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유한책임(Limited Liability)으로, 주주는 출자한 금액만큼만 책임지고 회사의 채무에 대해 개인 재산으로 책임지지 않습니다. 이것은 한국과 미국 모두 동일합니다.
하지만 회사의 법인격을 악용하는 경우에는, 법원이 법인격을 무시하고 주주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는데, 이것을 법인격 부인(Piercing the Corporate Veil)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대법원 판례에 의해 법인격 부인이 인정되지만 적용 요건이 엄격하고 실제로 인정되는 사례가 제한적인 반면, 미국에서는 한국보다 더 적극적으로 적용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 법인격 부인 리스크가 높아집니다.
개인 자금과 법인 자금의 혼용(commingling of funds): 법인 계좌에서 개인 비용을 지출하거나 개인 계좌로 법인 매출을 받는 행위로, 미국에서 법인격 부인이 적용되는 가장 흔한 근거 중 하나입니다. 법인 설립 초기부터 개인 계좌와 법인 계좌를 철저히 분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인 절차의 미준수: 이사회 결의록을 작성하지 않거나 주주총회를 열지 않거나 연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는 등, 법인으로서의 형식적 절차를 무시하는 경우입니다.
자본 부족(undercapitalization): 사업 규모에 비해 법인의 자본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로 운영하는 경우입니다.
지배주주의 법인에 대한 완전한 지배(dominion and control): 법인이 주주의 도구(alter ego)에 불과하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없는 경우입니다.
연례 보고 의무: 안 하면 법인이 해산됩니다
한국에서는 사업자등록을 하고 세금 신고를 하면 법인이 유지되며, 별도의 연례 보고서를 주정부에 제출하는 절차는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법인을 설립한 주와 영업하는 주(Foreign Corporation 등록을 한 주) 각각에 연례 보고서(Annual Report)와 프랜차이즈 택스를 제출하고 납부해야 합니다.
Delaware의 경우 매년 3월 1일까지 Annual Report를 제출하고 프랜차이즈 택스를 납부해야 하고, California의 경우 Statement of Information(SOI)을 설립 후 90일 이내에, 이후 매년 제출해야 하며, 최소 $800 프랜차이즈 택스를 매년 납부해야 합니다.
이것을 안 하면 주정부가 법인을 Voided(무효) 또는 Suspended(정지) 상태로 만들고, 이 상태에서는 법인 이름으로 계약을 체결하거나 소송을 제기하거나 은행 거래를 하는 것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장기간 방치하면 법인이 행정적으로 해산(Administrative Dissolution)됩니다.
복구(Reinstatement)는 가능하지만 밀린 보고서와 세금을 전부 소급 납부해야 하고 추가 수수료가 붙으며, 투자 유치 시 Due Diligence에서 법인이 Good Standing이 아닌 것이 발견되면 투자가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원격으로 미국 법인을 운영하는 경우 이 연례 보고 의무를 놓치는 분이 특히 많으므로, 달력에 마감일을 반드시 표시해두세요.
(상세 내용은 미국 법인의 연간 컴플라이언스를 참고하세요)
한국 창업자가 실무에서 주의해야 할 것
법인 계좌와 개인 계좌를 철저히 분리하세요. 미국에서 자금 혼용은 법인격 부인의 가장 흔한 근거이므로, 법인 설립 초기부터 모든 법인 거래는 법인 계좌를 통해서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사회 결의록을 반드시 남기세요. 주식 발행, 임원 선임, 주요 계약 등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은 Written Consent로 처리하더라도 문서를 남겨야 합니다. 이것이 법인격을 유지하는 형식적 요건이자 투자 유치 시 Due Diligence의 핵심 서류입니다.
연례 보고서와 프랜차이즈 택스 마감일을 관리하세요. Delaware는 3월 1일, California는 설립 기념월입니다. 놓치면 법인이 정지되고 복구에 비용이 듭니다.
미국 법인의 정관(COI)은 간결하게, 운영 규칙은 Bylaw에 넣으세요. 한국에서처럼 정관에 모든 것을 담으려고 하면 나중에 사소한 변경에도 주주총회 승인이 필요해져서 운영이 경직됩니다.
(다음 글 예고: 한-미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상표, 특허, 영업비밀)
참고 자료 및 공식 근거
- 한국 상법 제289조 (정관의 절대적 기재사항), 제344조 (종류주식), 제363조 (주주총회의 소집통지), 제363조의2 (서면에 의한 결의), 제365조 (정기총회), 제434조 (특별결의) (law.go.kr)
- DGCL Section 102: Contents of Certificate of Incorporation
- DGCL Section 109: Bylaws
- DGCL Section 151(a): Classes and Series of Stock
- DGCL Section 211: Meetings of Stockholders
- DGCL Section 222: Notice of Meetings
- DGCL Section 228: Written Consent of Stockholders
- DGCL Section 391: Franchise Tax
- Delaware Division of Corporations, Annual Report and Tax Instructions (corp.delaware.gov)
- California Corporations Code Section 1502 (Statement of Information)
- California Revenue and Taxation Code Section 23151 (Franchise T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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