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한국에서 등록했다고 미국에서 보호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상표를 등록했다고 미국에서 보호되지 않습니다. 한국의 선출원주의 vs 미국의 선사용주의, PCT 특허 출원 전략, 경쟁금지 조항의 주별 차이, 그리고 스타트업이 설립 단계에서 반드시 체결해야 하는 IP Assignment Agreement까지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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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한국에서 등록했다고 미국에서 보호되지 않습니다

기업편 #12 · 읽기 약 9분


이전 글까지 기업 지배구조, 고용 관련 법, 투자 구조, 법인 운영의 한-미 차이를 다뤘습니다. 대주제 2(한-미 법률 비교)의 마지막 글인 오늘은 한국 창업자가 미국 진출 시 가장 많이 간과하는 영역 중 하나인 지식재산권(IP) 보호를 다룹니다.

지식재산권은 국가별로 독립적인 것이 원칙입니다. 한국에서 상표를 등록했다고 해서 미국에서도 보호되는 것이 아니고, 한국에서 출원한 특허가 미국에서도 유효한 것이 아닙니다. 각 나라에서 별도로 출원하고 등록해야 합니다. 이것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나중에 하지"라고 미루다가 낭패를 보는 한국 스타트업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상표: 한국은 선출원주의, 미국은 선사용주의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상표법에서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권리의 발생 시점입니다.

한국은 선출원주의(first-to-file)를 채택하고 있어서, 특허청(KIPO)에 먼저 출원한 사람이 원칙적으로 우선적인 권리를 가집니다. 실제로 그 상표를 먼저 사용하고 있었더라도, 누군가가 먼저 출원하면 출원자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됩니다. 악의적 선점 출원(bad-faith filing)에 대한 이의 제기가 가능하지만, 입증 책임은 선사용자에게 있어서 실무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미국은 선사용주의(first-to-use)를 채택하고 있어서, 상표를 실제로 먼저 사용한 사람이 우선적인 권리를 가집니다. USPTO(미국 특허상표청)에 상표를 등록하면 전국적 보호와 추정적 권리(constructive notice)를 얻을 수 있지만, 등록하지 않더라도 실제 사용만으로 보통법(common law)상의 상표권이 발생합니다. 다만 미등록 상표의 보호 범위는 실제로 사용한 지역에 한정되므로, 미국 전역에서 보호받으려면 USPTO 등록이 사실상 필수입니다.

이 차이가 한국 스타트업에게 미치는 실무적 영향은 명확합니다. 한국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브랜드를 미국에서도 쓰려면 USPTO에 별도로 상표 출원을 해야 하고, 만약 미국에서 누군가가 같거나 유사한 상표를 먼저 사용하고 있었다면 한국에서 아무리 유명해도 미국에서는 그 브랜드를 쓸 수 없을 수 있습니다.

(참고)한국 상표법 2025년 7월 주요 개정

2025년 7월 시행된 한국 상표법 개정에서 주목할 변화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이의신청 기간이 기존 2개월에서 30일로 단축되어 상표 등록이 더 빨라졌습니다. 한국에서 출원한 상표가 더 빨리 등록되는 만큼, 미국 출원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해졌습니다. 둘째, 징벌적 손해배상의 상한이 손해액의 3배에서 5배로 상향되었습니다.

실무 포인트: 상표 출원 비용과 타이밍

2025년 1월 18일부터 USPTO의 상표 출원 수수료 체계가 변경되었습니다. 기존의 TEAS Plus($250)와 TEAS Standard($350) 이중 체계가 폐지되고, 단일 base application fee $350/class로 통합되었습니다. USPTO의 사전 승인된 상품/서비스 설명(ID Manual)을 사용하지 않고 자유 기술(free-form)을 사용하면 클래스당 $200의 추가 수수료가 붙습니다.

변호사 비용을 포함하면 1개 클래스 기준 $1,000~$2,500 정도가 일반적인데, FirstRegister(www.firstregister.us)에서는 1개 클래스 기준 Legal fee $500(filing fee 별도)으로 상표 등록 대행을 제공하고 있으며, 2개 이상 클래스에는 클래스당 $200 추가로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드리드 의정서: 출원은 한 번, 심사는 나라별로 독립

마드리드 의정서(Madrid Protocol)를 활용하면 한국 특허청(KIPO)을 통해 하나의 국제출원을 하면서, 보호받고 싶은 나라를 지정(designation)할 수 있습니다. 단, 출원 절차 자체는 한 번으로 끝나지만, 지정된 각 나라의 특허청이 자국 상표법에 따라 독립적으로 실체 심사를 진행합니다. 즉 한국에서 등록되었다고 미국에서도 자동으로 등록되는 것이 아니고, 미국 USPTO가 미국법 기준으로 별도 심사해서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마드리드의 장점은 여러 나라에 각각 따로 출원하는 번거로움과 비용을 줄여준다는 절차적 편의에 있습니다.

Intent-to-Use 출원: 사용 전에 출원할 수 있지만 추가 비용이 듭니다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면, 제품이나 서비스를 미국에서 출시하기 최소 6개월 전에 상표 출원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상표법은 아직 미국에서 사용하기 전이라도 "사용 의사(intent-to-use, ITU)" 기반으로 출원할 수 있습니다.

다만 ITU 출원에는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출원이 승인되면 Notice of Allowance가 발급되고, 그로부터 6개월 이내에 실제 사용 증거(specimen)와 함께 Statement of Use(SOU)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SOU 수수료가 클래스당 $150입니다(2025년 1월 $100에서 인상). 6개월 이내에 사용을 시작하지 못하면 6개월 단위로 연장 신청($125/class)을 할 수 있고, 최대 5회(30개월)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정리하면, 이미 미국에서 사용 중인 상표를 출원하는 경우(use-based)에는 $350/class만 내면 되지만, 사용 전에 출원하는 경우(ITU)에는 Filing Fee만 최소 $350 + $150 = $500/class가 필요하고, 연장까지 하면 최대 $350 + $150 + $625(5회 연장) = $1,125/class가 될 수 있습니다. 출시 일정을 감안해서 ITU 출원 시점을 잘 맞추는 것이 비용 효율적입니다.


특허: 국가별 독립 심사, 하지만 PCT로 절차를 효율화할 수 있습니다

특허도 상표와 마찬가지로 국가별로 독립적입니다. 한국에서 등록된 특허가 미국에서는 거절될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한국의 특허 심사는 한국 특허청(KIPO)이, 미국의 특허 심사는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이 각각 독립적으로 수행합니다. 특허 요건(신규성, 진보성, 산업상 이용 가능성)의 판단 기준도 나라마다 미세하게 다릅니다.

PCT 출원: 하나의 출원으로 여러 나라를 커버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특허협력조약) 출원을 활용하면, 하나의 국제 출원으로 PCT 가입국(현재 150개국 이상) 전체에 출원일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PCT 출원을 하면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 동시에 출원 효력이 발생하고, 각 나라에 실제로 진입(national phase entry)하는 시점을 최대 30개월까지 늦출 수 있습니다.

이것이 스타트업에게 중요한 이유는, 특허 출원과 등록에 드는 비용이 나라별로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만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하는 데 변호사 비용 포함 $10,000~$20,000 이상이 들 수 있고, 여러 나라에 동시에 진행하면 비용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PCT를 활용하면 초기에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출원일을 확보해두고, 30개월 이내에 사업 성과와 투자 상황을 보면서 어느 나라에 실제로 진입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30개월 사이에 다른 사람이 같은 발명을 출원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PCT 출원일이 각 지정국에서 우선일(priority date)로 인정되므로, 30개월의 national phase entry 기간 동안 다른 사람이 같은 발명을 출원하더라도 PCT 출원일이 앞서는 한 선순위가 유지됩니다. 이것이 PCT의 핵심 장점입니다.

한국과 미국의 특허 제도 주요 차이

선출원주의: 한국과 미국 모두 현재는 선출원주의(first-to-file)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2013년 AIA(America Invents Act) 시행으로 선발명주의(first-to-invent)에서 선출원주의로 전환했습니다.

Grace period(유예기간): 특허를 받으려면 출원 시점에 그 발명이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합니다(신규성 요건). 발명자가 출원 전에 자신의 발명을 논문, 학회, 웹사이트, 제품 출시 등을 통해 공개하면, 그 공개 자체가 "선행기술(prior art)"이 되어 특허를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미국은 발명자 본인이 공개한 경우에 한해, 공개일로부터 1년 이내에 출원하면 그 공개를 선행기술로 보지 않는 유예기간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학회에서 연구 결과를 발표한 뒤 11개월 후에 출원하면, 본인의 학회 발표가 선행기술로 간주되지 않아서 특허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도 유사한 유예기간(공지예외적용, 12개월)이 있지만, 적용 요건과 절차가 다르므로 양국에서 동시에 출원할 때는 각각의 요건을 별도로 확인해야 합니다.

소프트웨어/비즈니스 방법 특허: 미국에서는 Alice Corp. v. CLS Bank (2014) 대법원 판결 이후 소프트웨어와 비즈니스 방법에 대한 특허 요건이 상당히 엄격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소프트웨어 관련 발명의 특허 등록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편이어서, 한국에서 등록된 소프트웨어 특허가 미국에서는 거절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영업비밀: 보호 체계는 다르지만 핵심은 같습니다

영업비밀(Trade Secret)은 상표나 특허와 달리 등록 절차가 없습니다. 비밀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보호의 전제 조건이고, 비밀이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면 보호 가치가 사라집니다.

한국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로 영업비밀을 보호합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되려면 비공개성, 경제적 유용성, 합리적 보호 노력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미국은 연방법인 Defend Trade Secrets Act(DTSA, 2016년 제정)와 각 주의 법률(대부분의 주가 Uniform Trade Secrets Act를 채택)로 보호합니다. 요건은 한국과 유사하게 비밀성, 경제적 가치, 합리적 보호 조치입니다.

NDA와 경쟁금지: 한국과 미국의 실무 차이

영업비밀 보호의 실무적 핵심 도구는 NDA(비밀유지계약)와 경쟁금지 조항(Non-compete)입니다.

NDA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고, 법적 효력도 양국에서 인정됩니다. 차이가 큰 것은 경쟁금지 조항입니다.

한국에서는 경쟁금지 약정이 합리적인 범위(기간, 지역, 업종) 내에서 유효하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고, 최근에는 퇴사 시 껄끄러운 상황을 막기 위해 아예 입사 시 근로계약서에 경쟁금지 조항을 포함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전 글(한국 근로기준법 vs 미국 At-Will 고용)에서 상세히 다뤘듯이 주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California를 포함한 여러 주에서 경쟁금지를 전면 금지하고 있고, FTC의 연방 차원 금지 시도는 2025년 사실상 종료되어 현재 각 주법이 유일한 기준입니다. 미국에서 직원을 채용하거나 파트너십을 맺을 때, 그 사람이 어느 주에서 근무하는지에 따라 경쟁금지 조항의 효력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해당 주법을 확인해야 합니다.

경쟁금지가 무효인 주에서는 CIIA(Confidentiality and Invention Assignment Agreement)가 더 중요해집니다. CIIA는 비밀유지와 함께 재직 중 개발한 발명/지식재산의 회사 귀속을 약정하는 계약으로, California 스타트업에서는 사실상 모든 직원에게 서명을 받는 필수 서류입니다.


IP Assignment Agreement: 설립 단계에서 반드시 체결해야 합니다

한국 창업자가 미국 법인을 설립할 때 가장 많이 빠뜨리는 서류 중 하나가 IP Assignment Agreement(지식재산 양도 계약)입니다. 이것은 창업자 개인이 보유한 기술, 코드, 디자인, 아이디어 등의 지식재산을 법인에 양도하는 계약입니다.

왜 이것이 중요한지 간단합니다. 미국법에서 창업자가 법인 설립 전에 개발한 IP는 창업자 개인의 소유입니다. 법인을 설립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법인에 귀속되지 않습니다. 이 양도 계약이 없으면, 법적으로 회사의 핵심 기술이 회사 것이 아니라 창업자 개인 것인 상태가 됩니다. 투자 유치 시 Due Diligence에서 이것이 발견되면 투자가 지연되거나, 투자자가 양도 계약 체결을 전제 조건으로 요구합니다.

공동 창업자가 있는 경우에는 더 중요합니다. 공동 창업자가 나중에 회사를 떠나면서 "내가 개발한 기술은 내 것"이라고 주장하면, IP Assignment Agreement 없이는 이를 반박하기 어렵습니다.

이전 글(미국 법인 설립 실전 절차)에서 다뤘듯이, FirstRegister(www.firstregister.us)의 Formation Documents 패키지에는 IP Assignment Agreement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법인 설립과 동시에 체결하는 것이 가장 좋고, 늦어도 투자 유치 전까지는 반드시 완료해야 합니다.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IP 체크리스트

미국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스타트업이 IP 관점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정리합니다.

법인 설립 시: 창업자의 IP를 법인에 양도하는 IP Assignment Agreement를 체결하세요. 공동 창업자가 있으면 각각 체결해야 합니다.

미국 시장 진입 전: 한국에서 사용 중인 브랜드를 USPTO에 상표 출원하세요. Intent-to-use 기반으로 사용 전에도 출원이 가능하고, 출시 최소 6개월 전에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에서 같거나 유사한 상표가 이미 사용/등록되어 있는지 사전 조사(clearance search)도 필수입니다.

핵심 기술이 있다면: PCT 출원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주요 시장의 출원일을 먼저 확보하고, 30개월 이내에 실제 진입 국가를 결정하세요. 소프트웨어/비즈니스 방법 특허의 경우 미국의 심사 기준이 한국보다 엄격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출원 전략을 수립해야 합니다.

직원 채용 시: CIIA를 모든 직원에게 서명받으세요. 특히 California에서 채용하는 경우, 경쟁금지 조항은 무효이므로 CIIA가 영업비밀 보호의 사실상 유일한 계약적 도구입니다.

투자 유치 전: IP Assignment가 모두 완료되었는지, 핵심 IP의 소유권이 법인에 있는지, 상표/특허 출원 현황이 정리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투자자의 Due Diligence에서 IP 관련 이슈는 deal-breaker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로 대주제 2(한-미 법률 비교) 6편이 마무리됩니다. 다음 주부터는 대주제 3(운영)으로 넘어가, 미국 법인의 일상적 운영에서 발생하는 법률 실무(고용 계약, 스톡옵션, 컴플라이언스, 계약 관리 등)를 다룹니다.

(다음 글 예고: 미국 법인의 일상 운영: 한국 창업자가 놓치기 쉬운 6가지 컴플라이언스)


참고 자료 및 공식 근거

  • 한국 상표법 (2025년 7월 개정 시행, 이의신청 기간 단축, 징벌적 손해배상 5배 상향) (law.go.kr)
  • 한국 특허법, 한국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law.go.kr)
  • Lanham Act (15 U.S.C. § 1051 et seq.): 미국 연방 상표법
  • USPTO, Trademark Fee Schedule (Revised January 18, 2025, base application $350/class, SOU $150/class) (uspto.gov/trademarks/fees-payment-information)
  • USPTO, Summary of 2025 Trademark Fee Changes (uspto.gov/trademarks/fees-payment-information/summary-2025-trademark-fee-changes)
  • Patent Cooperation Treaty (PCT), WIPO
  • America Invents Act (AIA), 35 U.S.C. § 100 et seq.
  • Alice Corp. v. CLS Bank International, 573 U.S. 208 (2014)
  • Defend Trade Secrets Act, 18 U.S.C. § 1836
  • California 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Section 16600

본 뉴스레터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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