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이사' vs 미국의 'CEO/Board':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차이

한국에서는 대표이사가 결정하면 끝입니다. 미국에서는 이사회 결의 없이 CEO가 체결한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 제도와 CEO/Board 구조의 근본적 차이, Fiduciary Duty, Exculpation, Indemnification Agreement, 투자 후 이사회 구성까지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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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이사' vs 미국의 'CEO/Board': 기업 지배구조의 근본적 차이

기업편 #8 · 읽기 약 9분


한국에서 회사를 운영해본 창업자가 미국에서 C-Corp을 세우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이 의사결정 구조의 차이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표이사가 결정하면 끝이었는데, 미국에서는 이사회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체감상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제도와 미국 Corporation의 CEO/Board 구조를 비교하고, 한국 창업자가 미국에서 실무적으로 주의해야 할 포인트를 정리합니다.


한국: 대표이사가 곧 회사입니다

한국 상법상 대표이사는 회사를 대표하고 업무를 집행하는 기관입니다(상법 제389조). 대표이사의 행위는 곧 회사의 행위이고, 대표이사가 서명한 계약은 회사가 체결한 계약입니다. 대표이사의 대표권에는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습니다. 정관이나 이사회 결의로 대표이사의 권한을 내부적으로 제한할 수는 있지만, 그 제한을 모르는 거래 상대방에게는 대항할 수 없습니다(상법 제209조 제2항).

물론 한국 상법도 이사회를 두고 있고, 중요한 업무 집행에 대해서는 이사회의 결의를 요구합니다(상법 제393조). 하지만 현실에서, 특히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이사가 곧 최대주주이고 이사회도 본인이 구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사회가 대표이사의 결정을 견제하는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한국에서 대표이사라는 직함은 법적 의미와 실무적 의미가 모두 강합니다. 대표이사는 등기 사항이고, 등기부등본에 이름이 올라갑니다. 거래처, 은행, 정부기관 모두 대표이사를 회사의 최종 의사결정자로 인식합니다.


미국: CEO는 이사회가 고용한 사람입니다

미국 Corporation의 구조는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계층 구조를 먼저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주주(Stockholders) → 이사(Directors)를 선임/해임 → 정관 변경, 합병 등 근본적 사항에 대한 의결권
이사회(Board of Directors) → 회사의 사업과 업무를 관리/지시 → 임원을 선임/해임 → 주식 발행, 배당, 주요 계약 등 승인
임원(Officers: CEO, CFO, Corporate Secretary 등) → 이사회가 위임한 범위 내에서 일상적 경영 수행 → 이사회에 보고

주주가 이사를 뽑고, 이사회가 임원을 뽑는 구조입니다. CEO는 이 기본적 구조에서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 실행자이지, 한국의 대표이사처럼 꼭대기에 있는 개념이 아닙니다.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은 이사회(Board of Directors)입니다. 이사회가 회사의 사업과 업무를 관리하거나 그 관리를 지시할 권한을 가집니다. Delaware General Corporation Law(DGCL) Section 141(a)는 이것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CEO는 이사회가 선임한 임원(Officer)입니다. CEO의 권한은 이사회가 위임한 범위 내에서만 유효합니다. 원칙적으로, 주식 발행, 스톡옵션 부여, 주요 자산의 매각, M&A, 일정 금액 이상의 계약 체결, 임원의 보수 결정 등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합니다. 물론 Bylaw나 이사회 결의에서 CEO에게 특정 사항을 위임하고 있다면 그 범위 내에서 CEO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한국의 대표이사처럼 포괄적인 대표권이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위임된 범위가 명시적으로 정해져야 한다는 점입니다.

CEO가 이사회 결의 없이 체결한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대표이사 제도에 익숙한 창업자에게 가장 충격적인 차이입니다. 한국에서는 대표이사의 권한 제한을 선의의 거래 상대방에게 대항할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CEO의 권한이 이사회 결의에 의해 명확하게 범위가 정해져 있고, 상대방이 그 권한 범위를 확인하지 않은 경우 계약의 효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의 대표이사를 영어로 표기할 때 Representative Director라고 직역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이것은 미국에서 통용되지 않는 표현입니다. 미국법에는 개별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는 제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대표이사의 영문 직함으로는 CEO 또는 President가 적절합니다.

한 가지 더 짚자면, Chairman of the Board(이사회 의장)도 한국의 대표이사와는 다릅니다. Chairman은 이사회 회의를 주재하고 이사회의 의사 진행을 관리하는 역할이지, 회사를 외부에 대표하거나 일상적인 업무를 집행하는 역할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CEO가 Chairman을 겸하는 경우도 흔하지만(Chairman & CEO), 두 역할을 분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국의 대표이사는 이 두 역할이 하나로 합쳐진 것에 가깝습니다.


이사의 의무: Fiduciary Duty

한국과 미국 모두 이사에게 충실의무와 주의의무를 부과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과 실무적 결과가 상당히 다릅니다.

한국

한국 상법은 이사에게 선관주의의무(상법 제382조 제2항, 민법 제681조 준용)와 충실의무(상법 제382조의3)를 부과합니다. 2025년 7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상법으로 제382조의3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되었고,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가 제2항으로 신설되었습니다.

이사가 의무를 위반해서 회사에 손해를 끼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상법 제399조). 이사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제한하는 별도의 계약 관행은 한국에서는 아직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미국 (Delaware 기준)

Delaware법은 이사에게 Duty of Care(주의의무)와 Duty of Loyalty(충실의무)를 부과합니다.

Duty of Care는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주의를 기울여 의사결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Duty of Loyalty는 이사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자신의 개인적 이익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해충돌 거래(self-dealing)와 회사 기회의 개인적 전용(corporate opportunity doctrine)이 대표적인 Duty of Loyalty 위반 사례입니다.

미국의 핵심적인 차이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Business Judgment Rule입니다. 이사가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선의로 판단했다면, 결과가 나쁘더라도 법원이 그 판단을 존중하고 개인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것은 이사가 합리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경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보호하는 장치입니다. 한국 판례에서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인정되고 있지만, Delaware처럼 명시적이고 강력하지는 않습니다.

둘째, DGCL Section 102(b)(7)의 Exculpation(면책) 조항입니다. Delaware Corporation은 정관(Certificate of Incorporation)에 이사의 Duty of Care 위반에 대한 개인적 금전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을 넣을 수 있습니다. 2022년 개정으로 이 면책이 이사뿐만 아니라 고위 임원(officer)에게도 확대되었습니다. 여기서 고위 임원이란 DGCL Section 142(a)에 따라 선임된 임원(CEO, CFO, COO, CLO, Corporate Secretary 등 C-suite 수준)과 SEC 보고 의무가 있는 Section 16 officer를 말하고, 일반 VP나 중간 관리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다만 Duty of Loyalty 위반, 고의적 위법 행위, 불법 배당 등에 대해서는 면책이 불가능합니다.


Indemnification Agreement: 미국에서는 표준에 가깝습니다

정관의 Exculpation 조항이 이사의 Duty of Care 위반 시 금전 책임을 면제하는 것이라면, Indemnification Agreement(면책 계약)는 그보다 더 넓은 범위의 보호를 제공합니다.

Indemnification Agreement는 이사(그리고 임원)가 직무 수행 중 소송에 휘말렸을 때, 회사가 방어 비용(변호사 비용 포함)과 손해배상을 부담하겠다는 계약입니다. 이사가 최종적으로 패소하더라도, 선의로 행동했고 회사의 이익에 반하지 않았다고 합리적으로 믿었다면 면책이 적용됩니다.

DGCL Section 145는 회사가 이사와 임원에게 면책을 제공할 수 있는 범위를 규정하고 있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에 기반한 Indemnification Agreement를 이사 및 임원과 체결합니다.

실무적으로 이것이 왜 중요한지 한 가지만 짚겠습니다. 미국에서 VC가 투자할 때 이사회 의석(board seat)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VC가 지명한 이사가 이사직을 수락하는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Indemnification Agreement입니다. 이 계약 없이는 이사직을 수락하지 않는 것이 업계 관행입니다. 외부 사외이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사와 별도의 면책 계약을 체결하는 관행이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미국에서 이사회를 구성할 때, 이 부분을 모르면 이사 영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미국 법인 설립 단계에서부터 이 문서를 준비해두는 것이 맞으며, FirstRegister(www.firstregister.us)의 Formation Documents 패키지에도 Indemnification Agreement가 물론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사회 구성: 스타트업의 현실

이론은 그렇다 치고, 초기 스타트업의 현실은 어떨까요?

Delaware법상 이사의 최소 수는 1명입니다(DGCL Section 141(b)). 1인 창업자가 혼자 유일한 이사가 되는 것이 가능하고, 실제로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흔합니다. 이 경우 이사회 결의는 사실상 창업자 혼자의 Written Consent로 처리됩니다. 한국의 대표이사 1인 체제와 실질적으로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를 받는 순간 이것이 바뀝니다.

Series A 이상의 투자를 받으면 VC가 이사회 의석(board seat)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사회는 보통주 이사(창업자 측), 우선주 이사(VC 측), 그리고 양쪽이 합의해서 선임하는 독립 이사로 구성됩니다. 초기에는 창업자 측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Series B, C로 갈수록 VC 측 이사가 늘어나면서 창업자의 이사회 통제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의 대표이사 체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투자를 받아도 대표이사의 대표권 자체가 제한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이사회 구성 자체가 바뀌면서 의사결정 권한의 분배가 달라집니다.

투자 계약서(Term Sheet)에서 이사회 구성은 가장 중요한 협상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이 부분은 대주제 4(투자 유치)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입니다.


Protective Provisions: 한국과 미국의 투자자 동의권 차이

이사회 구성만이 투자자의 통제 수단은 아닙니다. 미국 VC 투자에서는 Protective Provisions(방어 조항)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특정 중요 사항에 대해 우선주 주주(VC)의 별도 승인을 요구하는 조항입니다. 새로운 주식 발행, 배당 선언, 법인의 합병/매각/해산, 정관 또는 Bylaw 변경, 일정 금액 이상의 부채 발생, 이사 수 변경 등이 일반적으로 포함됩니다.

한국의 투자 계약에도 유사한 조항(주요 경영사항 동의권)이 있습니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투자 라운드 관행 차이에서 오는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의 Protective Provisions은 일반적으로 시리즈별(class-based)로 부여됩니다. 예를 들어 Series A 우선주 전체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한 구조입니다. 개별 투자자가 아니라 해당 시리즈의 주주 클래스 전체가 동의 주체가 됩니다.

한국에서는 개별 투자자에게 각각 동의권이 부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수 지분을 가진 투자자에게도 주요 경영사항에 대한 개별 동의권이 계약으로 주어지는 것이 흔합니다. 이것은 한국의 투자 관행에서 투자 라운드가 미국처럼 단일 리드 투자자 중심으로 깔끔하게 구성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여러 소수 투자자 각각의 동의를 받아야 해서,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다 두텁게 보호해주는 측면도 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의사결정 과정이 무겁고 느려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 창업자가 실무에서 주의해야 할 것

정리하면, 한국 창업자가 미국에서 C-Corp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실무적 포인트는 이것입니다.

모든 주요 의사결정에 이사회 결의록(Board Consent)을 남기세요. 주식 발행, 임원 선임, 주요 계약 체결, 스톡옵션 부여 등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사항은 반드시 서면 결의를 남겨야 합니다. 이것을 안 하면 투자 유치 시 Due Diligence에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사와 임원에 대한 Indemnification Agreement를 설립 단계에서 체결하세요. 이와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대표이사 마인드에서 이사회 의장 마인드로 전환하세요. 한국에서는 내가 곧 회사였지만, 미국에서는 이사회가 회사이고 나는 이사회가 선임한 CEO입니다. 이 차이를 체화하는 것이 미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첫걸음입니다.


(다음 글 예고: 한국 근로기준법 vs 미국 At-Will 고용: 미국에서 첫 직원을 채용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


참고 자료 및 공식 근거

  • 한국 상법 제209조 (대표이사의 대표권 제한), 제382조 제2항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민법 제681조 준용),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제389조 (대표이사), 제393조 (이사회의 권한), 제399조 (이사의 책임) (law.go.kr)
  • 한국 상법 개정 (2025년 7월 국회 통과) - 제382조의3 충실의무 대상 "회사 및 주주"로 확대, 제2항 신설
  • DGCL Section 141(a): Board of Directors
  • DGCL Section 141(b): Number of Directors
  • DGCL Section 142: Officers
  • DGCL Section 102(b)(7): Exculpation Provision
  • DGCL Section 145: Indemnification of Officers, Directors, Employees and Agents
  • Smith v. Van Gorkom, 488 A.2d 858 (Del. 1985) - Business Judgment Rule 관련 주요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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