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망했다고 창업자가 13억을 갚아야 할까: 어반베이스–신한캐피탈 판결의 진짜 쟁점은 '연대책임'이 아니었다

파산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개인 재산으로 약 12.5억 원을 물게 됐습니다. 대법원 확정으로 끝난 어반베이스–신한캐피탈 사건. 그러나 판결의 실질은 '창업자 연대책임'이 아니라 창업자 개인의 독립적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이었고, 바로 그 차이가 정부의 연대책임 금지 정책이 이 사태를 막지 못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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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망했다고 창업자가 13억을 갚아야 할까: 어반베이스–신한캐피탈 판결의 진짜 쟁점은 '연대책임'이 아니었다

파산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개인 재산으로 약 12.5억 원(언론 보도 기준 원금 5억 + 이자 약 8억 = 약 13억)을 물게 됐습니다. 2026년 4월 30일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어반베이스 창업자 하진우 전 대표와 신한캐피탈의 투자금 반환소송은 신한캐피탈의 승소로 확정됐습니다. 언론은 이를 '창업자 연대책임' 판결로 보도했지만, 판결문을 직접 읽어 보면 사건의 법적 실질은 연대보증도, 연대책임도 아닙니다. 하 전 대표가 '개인으로서' 투자자에게 부담한 독립적인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차이가, 정부의 연대책임 금지 정책이 이 사태를 막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스타트업/법률 뉴스 · 2026.06.24


스타트업이 실패했습니다. 창업자에게 고의도 중과실도 없었습니다. 규정과 절차를 지키며 회사를 운영하다 시장이 얼어붙어 회생절차에 들어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투자자는 창업자 개인의 집에 가압류를 걸었고, 1심·2심·대법원이 모두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 사건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술렁이게 만든 이유는 분명합니다. "성실한 실패조차 용납하지 않는 선례"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나 변호사의 시각에서 더 중요한 것은, 이 판결이  그렇게 났는가입니다. 많은 기사와 SNS 글이 이 사건을 '연대책임'의 문제로 다루지만, 정작 신한캐피탈이 이긴 근거는 연대책임이 아니었습니다. 이 구분을 놓치면, 똑같은 위험을 안고 있는 창업자가 자신의 계약서에는 그런 조항이 없다고 안심하거나, 반대로 무관한 조항을 보고 불필요하게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1·2심 판결문 원문과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1) 무슨 일이 있었고, (2) 법원이 정확히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으며, (3)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고, (4) 그 정책이 다 적용됐어도 왜 이 사건을 막기 어려웠을지, 마지막으로 (5) 그래서 창업자와 투자자가 계약 단계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1. 무슨 일이 있었나 — 5억이 13억이 되기까지

어반베이스는 2014년 설립된 공간 데이터·프롭테크 스타트업입니다. 3D 홈인테리어 시뮬레이션과 AR 뷰어로 알려졌고, 한때 메타버스·프롭테크 영역에서 주목받았습니다.

타임라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2017. 11. 29.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가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 1,586주를 1주당 315,160원, 총 499,843,760원(약 5억)에 인수하는 우선주인수계약 체결. 당시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지분 약 41%)였던 하진우 대표가 '이해관계인'으로서 계약 당사자가 됨.
  • 2017. 11. 30. 인수대금 납입, 거래 완결.
  • 2023년 말 부동산 경기 침체와 추가 투자 유치 실패, 코스닥 상장 지연 등으로 경영 악화, 자본잠식.
  • 2023. 12. 28. 어반베이스, 서울회생법원에 간이회생절차 개시신청.
  • 2024. 1. 22. 회생개시결정.
  • 2024년 신한캐피탈, 처음에는 상환청구권을 근거로 지급명령을 신청했다가 이의로 본안소송(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합59259)으로 전환. 소송 진행 중 청구원인을 '주식매수청구권'으로 변경하고, 변경신청서 부본 송달(2024. 11. 7. 도달)로 다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

핵심 조항은 투자계약 제28조(주식매수청구권)입니다. 어반베이스에 대한 해산·청산·파산·회생 또는 이에 준하는 절차가 개시되는 경우(제1항 제7호), 신한캐피탈은 그 선택에 따라 어반베이스 또는 하 대표 개인에게 보유 지분의 매수를 청구할 수 있고, 그 매매대금은 투자 원금 + 거래완결일부터 연복리 15%의 지연배상금액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제3항).

연복리 15%는 무섭습니다. 2017년 말 약 5억 원이 6년을 지나며 원리금 기준 약 11.3억 원이 됐고, 1심은 여기에 이자제한법상 최고이율(연 25%) 한도까지의 이자를 더해 1,252,056,720원을 인용했습니다. 투자 원금의 약 2.5배입니다.


2. 1·2·3심은 모두 같은 결론을 내렸다

  •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6부) — 2025. 7. 16. 선고. 약 12.5억 원 지급 명령. 원고 청구 중 이자제한법 한도를 초과하는 부분만 일부 기각해, 소송비용의 90%를 피고가 부담. 사실상 원고 전부 승소.
  • 2심(서울고등법원 민사16부) — 2025. 12. 18. 선고. 항소 기각, 1심 유지. 2심은 추가로 "창업자는 투자를 통해 성공 시 막대한 이익을 누릴 기회를 얻는 만큼, 그 반대급부로 실패 시 투자자에게 투자금 회수를 보장하는 약정을 한 것이며, 이는 당사자 간 이익과 위험의 균형을 고려한 합리적 합의"라는 취지로 판단.
  • 대법원(제2부) — 2026. 4. 30. 심리불속행기각(2026다200790). 2026. 5. 8. 확정.

여기서 실무적으로 짚어둘 점이 하나 있습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심리불속행기각'입니다. 이는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본안의 법리를 따로 설시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방식입니다. 즉, 대법원이 이 사건에 관해 새로운 법리를 판시한 '대법원 판례'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며, 확정된 법리는 1·2심의 판단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언론이 "대법원이 연대책임을 인정했다"고 표현하지만, 엄밀히는 대법원이 하급심의 판단에 심리를 속행할 이유가 없다고 보아 상고를 막은 것입니다.


3. 핵심은 '연대책임'이 아니라 '주식매수청구권'이었다

이 사건에서 가장 많이 오해되는 지점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신한캐피탈이 처음 들고나온 카드는 상환권(상환청구권)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법 제462조상 주식 상환은 회사의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가능합니다. 회생에 들어간 어반베이스에 배당가능이익이 있을 리 없으니, 상환권은 회사를 상대로는 작동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다음 후보가 "회사가 상환하지 못하면 위약금이 발생하고 이해관계인이 연대책임을 진다"는 위약금 + 연대책임 구성이었는데, 이는 상법상 금지되는 상환을 우회하는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다툼의 소지가 컸습니다.

신한캐피탈은 소송 도중 청구원인을 제28조의 주식매수청구권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법원이 짚은 논리는 일관됩니다.

(1) 고의·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생 등 "정해진 사유의 발생"만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지, 창업자나 회사의 채무불이행을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문언이 명확한 이상(처분문서 법리), 고의·과실이 없어도 권리가 발생합니다.

(2) 손해배상액의 예정도, 위약벌도 아니다. 매매대금에 가산되는 연복리 15%는 채무불이행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투자 기간 동안의 기회비용과 화폐의 시간가치를 매매대금에 반영한 것 — 즉 매매대금의 일부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민법 제398조(손해배상예정액 감액)나 위약벌 법리로 깎을 수 없습니다.

(3) 계약해제권에 준하는 권리도 아니다. 계약해제권이 상대방의 귀책을 이유로 계약 구속력에서 벗어나는 '사후적·제재적' 수단이라면, 이 풋옵션은 미리 합의한 사유가 발생하면 투자자가 일방적 의사표시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전적·위험관리' 수단입니다. 성격이 다르니 귀책사유도 필요 없습니다.

(4) 주주평등·자본충실 원칙 위반도 아니다. 주주평등 원칙은 '주주와 회사' 사이의 원칙이지, '주주와 다른 주주(또는 이사 개인)' 사이의 사적 계약에는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대법원 2022다224986 등). 또한 하 대표가 부담하는 대금지급의무는 어반베이스와 독립적인 지위에서 부담하는 의무이므로, 그를 상대로 한 청구가 어반베이스의 자본을 위태롭게 하거나 출자금을 환급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법원이 (1)을 뒷받침하며 든 근거 하나가 인상적입니다. 하 대표는 같은 시기 다른 투자자인 신세계아이앤씨와 맺은 투자계약에서는 주식매수의무를 "자신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경우에 한하여" 부담한다는 한정 조항(제25조)을 두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신한캐피탈 계약에 바로 그런 한정 문구가 없다는 점을, 하 대표가 귀책사유와 무관하게 대금지급의무를 지겠다는 의사로 계약을 체결한 방증으로 오히려 끌어 썼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5나208984 판결문, 을 제7호증의 2). 면책 문구의 부재가 그 자체로 불리하게 작용한 셈입니다. 참고로 이 대비 조항은 언론에 보도된 적 없이 판결문에만 등장합니다.

여기서 (4)가 이 사건의 진짜 열쇠입니다. 판결문은 거듭 강조합니다 — 하 대표의 매수대금 지급의무는 "어반베이스가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의무를 연대보증인의 지위에서 부담하는 채무가 아니라", 이해관계인으로서 어반베이스와 별개로 투자자에 대하여 부담하는 독자적인 의무라는 것입니다. 계약 제28조가 매수청구의 상대방을 "어반베이스 또는 하 대표"로 병렬적으로 두고 그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한 구조 자체가, 하 대표의 책임을 회사 채무의 보증이 아닌 자기 자신의 1차적 채무로 만들었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언론이 말하는 '연대책임'은 법적으로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신한캐피탈이 이긴 근거는 연대보증도, 상환권도, 상환 불이행에 따른 위약금도 아니라, 신한캐피탈이 하 대표 '개인'에게 직접 가진 독립적인 주식매수청구권이었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용어 다툼이 아니라, 바로 다음 장에서 보듯 정부 규제의 적용 여부를 가르는 분기점입니다.


4. 그래서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나

이런 사태의 반복을 막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분명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8년부터 창업자 연대책임 폐지를 추진했고, 2022년 벤처투자촉진법 시행령을 개정해, 벤처투자조합(벤처펀드)이 투자계약을 체결할 때 창업자 등 이해관계인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연대책임을 부과할 수 없도록 못 박았습니다. 예외적으로 연대책임이 허용되는 경우는 △선행조건 위반 △허위의 진술·보장 △투자금 사용 용도 위반 △이해관계인의 주식 처분 의무 위반으로서, 그것도 고의·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한정됩니다. "실패를 용인하는 창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사각지대입니다.

이 시행령 개정은 중기부 소관의 벤처투자조합·벤처투자회사(창투사)에만 적용됩니다. 그런데 신한캐피탈은 벤처투자회사가 아니라, 금융위원회 소관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입니다. 금융위는 당시 여전법을 함께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산업은행·IBK캐피탈·신한캐피탈 같은 신기사는 여전히 창업자 개인에게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투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신기사의 벤처투자 집행 규모가 창투사와 맞먹는다는 점(2025년 상반기 기준 신기사 약 2.77조 원 vs 창투사 약 2.91조 원)을 고려하면, 결코 작은 구멍이 아닙니다. 신한캐피탈 측이 "적법한 계약에 근거한 정당한 권리 행사이며,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오히려 배임이 될 수 있다"고 한 것도 이 사각지대를 정확히 짚은 것입니다.

이 구멍을 메우려는 입법 움직임도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2026년 2월 8일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신기사·신기술사업투자조합도 개인인 제3자에게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연대책임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2026년 6월 현재 국회 계류 중). 업계에서는 여러 법에 흩어진 벤처투자 규율을 묶는 '통합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중기부 장관 역시 관계부처와 창업자 연대책임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방향은 옳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핵심 질문이 남습니다. 이 개정안이 진작 통과돼 신기사에도 적용됐다면, 하 대표는 이겼을까?


5. 그런데 그 모든 개정이 적용됐어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다

답은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입니다. 이유는 3장에서 본 바로 그 구분에 있습니다.

2022년 벤처투자법 시행령 개정도, 안철수 의원의 여전법 개정안도 모두 '연대책임'을 규율 대상으로 삼습니다. 즉, 이해관계인이 회사의 의무를(상환의무 등) 연대하여 대신 부담하는 구조를 고의·중과실이 없는 한 금지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하 대표가 진 책임은 회사 의무에 대한 연대책임이 아니었습니다. 법원이 명시적으로 판단했듯, 그것은 하 대표가 개인으로서 투자자에게 부담한 독립적인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입니다. 풋옵션은 회사법상의 권리가 아니라 사인 간의 합의에 의한 약정입니다. 매도 상대방이 회사일 필요도 없습니다 — 상호 합의만 되면 회사든, 대표든, 임원이든, 제3자든 누구나 매수의무자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남의 책임(회사 채무)을 대신 져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1차적 책임입니다.

그러니 '연대책임 금지'라는 잣대로는 이 구조를 포섭하기 어렵습니다. 회사의 의무를 연대로 지운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창업자 개인을 독립한 매수의무자로 세운 계약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경제적 결과(창업자가 원금+15% 복리를 떠안음)를 만들면서도, 법적 형식만 '연대보증'에서 '개인에 대한 풋옵션'으로 바꾸면 규제의 문언을 비켜갈 수 있습니다. 플래텀의 표현을 빌리면, "연대책임이라는 문은 닫혔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창문은 열려 있었던" 셈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이 사건이 주는 진짜 교훈이 보입니다. 연대책임 금지를 신기사까지 확대하는 것은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고 반드시 필요한 정비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성실한 실패에 대한 과도한 창업자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위험은 조항의 이름이 아니라 구조에 있기 때문입니다. 일률적인 금지 규정은 특정한 형식(연대보증·연대책임)을 겨냥하지만, 같은 위험은 풋옵션, 손해배상 예정, 위약벌, 매도청구권 등 다른 형식으로 얼마든지 재포장될 수 있습니다. 법이 한 형식을 막으면 계약은 다른 형식을 찾아갑니다.


6.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나 — 투자계약 체결 전 체크리스트

결론은 분명합니다. 일률적인 법 기준에 기대지 말고, 개별 계약서를 한 줄씩 꼼꼼히 검토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판결 이후 액셀러레이터·로펌에 "내 계약서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느냐"는 창업자 문의가 급증한 것은 당연한 반응입니다.

창업자·이해관계인이 확인할 것

  • 투자자의 법적 성격을 먼저 확인하라. 상대가 벤처투자회사(창투사)인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신기사)인지에 따라 연대책임 금지 규정의 적용 여부가 갈립니다. 신기사라면 2022년 시행령의 보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 '연대보증' 조항만 보지 말고,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매도청구권 조항을 함께 보라. 창업자 개인이 매수 상대방으로 병렬 기재되어 있다면, 그것은 보증이 아니라 당신 자신의 독립 채무가 될 수 있습니다.
  • 행사 요건을 보라. 풋옵션·상환권의 발동 사유에 "창업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요건으로 명시되어 있는지, 아니면 회생절차 개시, 가압류,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불가능해진 경우" 같은 객관적 사유만으로 발동되는지가 결정적입니다. 후자라면 당신의 잘못 없이도 책임이 발생합니다.
  • 매매대금 산정식을 보라. 원금에 더해지는 이율이 단리인지 복리인지, 몇 %인지, 기산일이 언제인지에 따라 부담은 몇 배로 달라집니다(이 사건은 거래완결일부터 연복리 15%였습니다).
  • 외부적 사유에 대한 면책(carve-out)을 요구하라. 시장 악화 등 창업자나 회사에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외부적 사유로 사유가 발생한 경우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취지를 명시적으로 넣어야 합니다. 앞서 봤듯 이 사건 법원은 그런 면책 문구의 부재를 오히려 창업자에게 불리하게 해석했습니다. 면책 조항은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불리한 것"입니다.
  • 분리조항(severability)의 효과를 이해하라. "일부 조항이 무효여도 나머지는 유효하다"는 제37조 같은 조항이 있으면, 회사에 대한 청구가 막혀도 개인에 대한 청구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가 확인할 것

  • 권리 구조의 적법성과 집행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하되, 평판 리스크와 생태계 신뢰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사건은 법적으로는 승소했지만, 창업자가 가족의 집 가압류와 재창업 자격 박탈을 호소하며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사회적 논란을 동반했습니다.
  • 신기사라는 이유로 연대책임 금지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 곧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103조·제104조(반사회질서·불공정 법률행위) 심사는 형식과 무관하게 여전히 작동하며, 우월적 지위 이용·궁박·경솔·무경험 등 사정이 있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이 사건에서는 그런 사정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cross-border 관점에서 한 가지

미국식 텀시트에 익숙한 한국 창업자라면, 미국에서는 우선주의 redemption right가 일반적으로 회사를 상대로만 작동하고(그것도 법정 자본유지 규칙의 제약을 받습니다), 창업자 개인에 대한 무제한 풋옵션은 흔치 않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RCPS 실무에서는 이해관계인(창업자)을 계약 당사자로 끌어들여 개인 책임을 설계하는 구조가 더 빈번하게 등장합니다. 같은 'RCPS'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한·미 계약의 위험 분배가 상당히 다를 수 있으므로, 크로스보더 라운드에서는 양쪽 기준을 모두 점검해야 합니다.


마치며

어반베이스 사건은 "스타트업이 망하면 창업자가 다 갚아야 하나"라는 자극적인 질문으로 소비됐습니다. 그러나 판결문이 실제로 말하는 것은 더 정밀합니다 — 창업자가 연대보증인이어서 진 책임이 아니라, 계약서에 자기 자신의 독립적 풋옵션 의무를 적어 넣었기 때문에 진 책임이라는 것입니다.

정부의 연대책임 금지 정책은 옳은 방향이고, 신기사로의 확대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이 보여주듯, 일률적인 금지 규정은 위험의 한 형식만 막을 뿐 그 실질을 막지 못합니다. 결국 창업자를 지키는 것은 사후의 법령 개정이 아니라, 서명하기 전에 그 한 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 것입니다.


참고 자료

  •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합59259 약정금 판결 (2025. 7. 16. 선고)
  • 서울고등법원 2025나208984 약정금 판결 (2025. 12. 18. 선고, 항소기각)
  • 대법원 2026다200790 (2026. 4. 30. 심리불속행기각, 2026. 5. 8. 확정)
  • 머니투데이, "대법도 어반베이스 창업자 연대책임 인정…재창업 기회마저 박탈되나" (2026. 5. 11.)
  • 플래텀, "어반베이스 창업자 2심도 패소…'투자인가, 대출인가' 본질적 질문 남겨" (2026. 1. 16.)
  • 유니콘팩토리, "'창업자가 VC 투자금 상환해야'…어반베이스, 2심서도 패소" (2026. 1. 14.)
  • 한국경제, "벤처 투자금 12억 개인 변제하게 된 CEO" (2026. 5. 13.)
  • 서울경제, "벤처투자 연대책임 관행 여전…창투사·신기사 이중잣대 해소돼야" (2025. 8. 29.)
  • 이데일리·경기신문 등, 안철수 의원 여신전문금융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대표발의 보도 (2026.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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