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법, 다른 적용: 기업이 진출할 때 vs 투자자가 투자할 때
기업편이 사람과 사업이 미국으로 가는 이야기였다면, 투자자편은 돈이 미국으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여정에 적용되는 법률이 상당 부분 같은 법률이라는 점입니다. 외국환거래법, 세금, CFIUS, 계약 구조. 같은 법이 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적용되는지, 투자자편의 출발점을 정리합니다.
브릿지 · 읽기 약 9분
오랜만에 시리즈를 다시 시작합니다.
지난 7월 초,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Exit 전략을 다룬 글을 마지막으로 기업편 36편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사이에 다른 업무들과 함께 그동안 쌓인 자료를 정리하면서 투자자편의 목차를 구성했고, 그 기간 한국 벤처투자 환경에도 큰 일들이 있었습니다. 벤처투자 표준계약서가 3년 만에 전면 개편되었고(표준계약서 개정 뉴스), 어반베이스 사건은 대법원 확정판결 후 채권자가 회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어반베이스 후속 뉴스). 두 사건 모두 이 시리즈가 계속 다뤄온 주제인 한국과 미국의 투자 계약 구조 차이가 실제 사건으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오늘 글은 기업편과 투자자편을 잇는 다리입니다. 기업편이 사람과 사업이 미국으로 가는 이야기였다면, 투자자편은 돈이 미국으로 가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두 여정에 적용되는 법률이 상당 부분 같은 법률이라는 점입니다. 외국환거래법, 세법, 미국 투자 규제. 같은 법인데 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조항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투자자편 전체의 출발점이므로, 오늘은 네 가지 법률 영역에서 그 차이를 미리 정리합니다.
한눈에 보는 차이
| 법률 영역 | 기업이 진출할 때 (Part 1) | 투자자가 투자할 때 (Part 2) |
|---|---|---|
| 외국환거래법 | 현지법인 설립의 해외직접투자 신고 | 지분율에 따라 해외직접투자 vs 증권취득 신고로 갈림, 펀드 출자는 역외금융회사 신고 |
| 세금 | 이전가격, 법인세, 이중과세 조정 | 양도소득·배당 과세, 조세조약, 국내 투자 대비 세제혜택의 비대칭 |
| 미국 투자 규제 | 자기 회사 설립이므로 CFIUS와 대체로 무관 | 미국 기업 지분 취득이므로 CFIUS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음 |
| 계약 구조 | Term Sheet을 받는 쪽 (피투자자) | Term Sheet을 주는 쪽, 펀드 출자 시 LPA와 Side Letter |
1. 외국환거래법: 같은 신고 의무, 다른 신고 유형
한국 거주자(개인이든 법인이든)가 해외로 자본을 이동하면 외국환거래법상 신고 의무가 발생합니다. 여기까지는 기업과 투자자가 같습니다. 갈라지는 것은 그 다음입니다.
기업이 진출할 때: 이전 글(미국 법인 설립 실전 절차)에서 다뤘듯이, 한국 법인이 미국에 자회사를 세우거나 한국인이 미국 법인의 지분을 취득하며 경영에 참여하면 해외직접투자 신고를 합니다. 신고 대상이 "내가 운영할 회사"이므로 구조가 비교적 단순합니다.
투자자가 투자할 때: 투자는 지분율과 경영 참여 여부에 따라 신고 유형이 갈립니다. 일정 지분율 이상을 취득하거나 경영에 참여하면 해외직접투자, 그 미만의 순수 재무적 투자는 증권취득 신고로 처리되는 것이 기본 구조입니다. 여기에 미국 VC 펀드에 LP로 출자하는 경우에는 역외금융회사 신고라는 별도의 트랙이 등장합니다. 같은 "미국에 돈을 보내는 행위"인데, 무엇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신고의 종류, 첨부 서류, 사후 보고 의무가 전부 달라집니다.
그리고 투자자에게 특히 위험한 함정이 있습니다. SAFE나 Convertible Note로 투자한 경우, 전환 시점에 신고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투자 시점에는 지분이 아니었던 것이 전환으로 지분이 되면서 신고 유형 자체가 바뀔 수 있는데, 이것을 놓치는 사례가 실무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투자자편에서 별도의 글로 상세히 다룹니다.
2. 세금: 사업 소득의 세금 vs 투자 수익의 세금
기업이 진출할 때: 세금 이슈의 중심은 사업 소득입니다. 이전 글(한-미 모자회사 간 거래 설계)에서 다룬 이전가격, 이전 글(미국 법인의 세금 보고 실무)에서 다룬 연방세·주세, 그리고 한-미 이중과세 조정이 핵심이었습니다.
투자자가 투자할 때: 중심이 투자 수익의 과세로 이동합니다. 미국 스타트업 지분을 매각한 양도차익은 어디서 과세되는가(이전 글 Cross-Border M&A의 세금에서 다룬 원칙이 투자자에게도 적용됩니다), 미국 펀드에서 받는 분배금은 한국에서 어떻게 처리되는가, 배당과 이자의 원천징수는 조세조약으로 얼마나 줄어드는가.
그리고 투자자편에서 비중 있게 다룰 주제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 국내 벤처투자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 해외 투자에는 대부분 적용되지 않는다는 비대칭입니다. 같은 벤처 투자인데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소득공제를 받고,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하면 받지 못하는 구조가 투자 의사결정에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룹니다.
3. 미국 투자 규제: 세우는 것은 자유, 사는 것은 심사
기업이 진출할 때: 한국 기업이 미국에 자기 회사를 설립하는 것 자체는 미국의 외국인투자 심사와 대체로 무관합니다. 기업편에서 CFIUS를 거의 다루지 않은 이유입니다.
투자자가 투자할 때: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외국 자본이 미국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CFIUS(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핵심 기술(critical technology), 핵심 인프라,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소수 지분이라도 심사 대상이 될 수 있고, 미국 VC 펀드에 LP로 들어가는 경우에도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가 문제되는지가 실무적 쟁점입니다.
2025년 2월 트럼프 행정부의 America First Investment Policy 이후 CFIUS의 기조는 "동맹국 투자는 촉진하고 적대국 연결은 차단한다"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동맹국이므로 원칙적으로 우호적인 위치에 있고, 동맹국 투자자를 위한 fast-track인 Known Investor Program도 파일럿이 진행 중입니다. 한국 기관투자자가 이 통로에 설 수 있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투자자편에서 다룹니다.
4. 계약 구조: 테이블의 반대편에 앉는다는 것
기업편에서 Term Sheet, Priced Round, Due Diligence를 다룰 때의 시점은 투자를 받는 창업자였습니다. 투자자편에서는 같은 계약을 반대편에서 봅니다.
직접 투자라면, 한국 VC가 미국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NVCA 스타일의 계약 구조(이전 글 Term Sheet 핵심 조항과 Closing 참조)를 투자자로서 어떻게 검토하고 협상하는가의 문제가 됩니다. 한국에서 익숙한 RCPS·리픽싱 관행을 미국 딜에 그대로 가져가면 어떤 마찰이 생기는지도 여기서 다룹니다. 지난 6월 말 표준계약서 개편(표준계약서 개정 뉴스)으로 한국의 계약 관행 자체가 미국 표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은 이 논의의 중요한 배경입니다.
펀드 출자라면, 완전히 새로운 계약이 등장합니다. LPA(Limited Partnership Agreement)와 Side Letter. 미국 VC 펀드에 LP로 출자하는 한국 기관투자자가 관리보수, 성과보수, 키맨 조항, 출자 약정의 구조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리고 Side Letter로 무엇을 협상할 수 있는지(CFIUS 협조 조항, MFN, 공동투자 권리, 보고 의무)를 다룹니다. 어반베이스 후속 뉴스에서 보았듯이, LP의 의사가 GP의 결정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시대입니다. LP가 가진 힘과 그 힘을 계약에 담는 방법이 투자자편 후반의 핵심 주제입니다.
투자자편의 구성
투자자편은 자본의 여정을 따라 세 부분으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자금의 이동 — 한국에서 미국으로 돈이 나가는 단계. 외국환거래법의 신고 체계(해외직접투자 vs 증권취득), SAFE·CN 투자의 신고 함정, 미국 펀드 LP 출자의 역외금융회사 신고, 그리고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라는 두 비히클의 규제 차이까지.
투자의 실행 — 미국에서 투자가 이루어지는 단계. CFIUS와 Known Investor Program, 한국 VC의 미국 직접 투자 실무 프로세스, 미국 VC 펀드의 구조(GP-LP 관계), Side Letter 협상, 그리고 국민연금·KIC의 미국 투자 동향까지.
수익의 회수 — 번 돈이 한국으로 돌아오는 단계. 한-미 조세조약과 투자 수익 과세, 국내 투자 대비 세제혜택의 비대칭, 미국 펀드 분배금의 세무 처리, 외국환거래법 사후 보고, 그리고 한국 VC의 글로벌 Exit 전략까지.
기업편과 마찬가지로, 검색과 한국 법령 실시간 조회로 확인된 정보만을 기반으로 작성합니다. 다음 글부터 자금의 이동을 시작합니다.
본 뉴스레터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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