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받지 않기로 했다": 어반베이스 사건의 결말이 보여주는 한국 벤처투자의 역설
3년 소송 끝에 대법원까지 이긴 신한캐피탈이 13억 원 채권 회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움직인 것은 법원이 아니라 LP였습니다. 배임을 피하려 시작한 소송이 배임 논리로 마무리되는 역설, 그리고 판결의 선례는 그대로 남는다는 사실까지. 판결문이 보여주지 못하는 한국 벤처투자의 구조를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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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에서 계속 추적해온 어반베이스 vs 신한캐피탈 사건(어반베이스 판결 글)에 새로운 국면이 생겼습니다. 딜사이트의 2026년 8월 5일 보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이 대법원 확정판결로 받을 수 있게 된 약 13억 원의 채권 회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3년 가까이 소송을 이어가며 1심, 2심, 대법원까지 모두 이긴 투자자가, 정작 확정된 채권의 집행을 포기한다는 것. 이 역설적인 결말은 한국 벤처투자 생태계의 구조를 판결문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먼저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해두겠습니다. 이 보도에 대해 신한캐피탈 측은 "해당 소송과 풋옵션을 포기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습니다. 즉 "회수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이고, 신한캐피탈의 공식 확인은 없는 상태입니다. 회사의 부인은 "포기"라는 표현이 갖는 법적 부담(뒤에서 다룰 배임 이슈)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보도된 내용과 공식 입장을 구분해서 다룹니다.
지금까지의 경과
이 사건을 처음 접하는 분을 위해 타임라인을 정리합니다. 상세한 분석은 어반베이스 판결 글을 참고하세요.
| 시점 | 내용 |
|---|---|
| 2017.11 | 신한캐피탈, 어반베이스에 RCPS 5억 원 투자. '이해관계인' 하진우 대표 포함 계약 |
| 2023.12 | 어반베이스 회생절차 신청 |
| 2024.2 | 신한캐피탈, 하 대표 개인 상대 지급명령 신청 (풋옵션 행사) |
| 2025.7 | 1심 신한캐피탈 승소 |
| 2025.12 | 2심 항소 기각 ("사업 성공 시 막대한 이익을 얻는 만큼 실패 시 배상도 합리적") |
| 2026.4.30 | 대법원 상고 기각, 원금 5억 + 연복리 15% = 약 13억 확정 |
| 2026.5.6 | 하 전 대표,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등에게 공개 서한 |
| 2026.5.19 | 신한캐피탈 "당장 회수에 나서는 것은 아니고, 의사결정 전" (디지털데일리) |
| 2026.8.5 | "채권 회수 추진하지 않기로" 보도 (딜사이트) — 신한캐피탈은 공식 부인 |
보도된 내용: LP들이 움직였다
딜사이트 보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회수를 포기하게 된 이유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의 주요 LP(출자자)들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창업자에게 사업 실패의 책임을 개인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신한캐피탈은 모태펀드 등 정책기관의 출자금을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이고, 최근에도 모태펀드 수시 출자사업에 지원했습니다. 정책자금 기반으로 펀드를 조성하는 운용사가 출자자의 신뢰를 잃으면, 향후 출자사업 참여와 자금 모집에 직접적인 부담이 됩니다.
법정에서는 이겼지만, 자본 조달 시장에서는 그 승리를 집행할 수 없는 상황. 이것이 이 사건의 실질적인 결말입니다.
변호사의 관점: 배임 딜레마의 뒤집힌 구조
이 사건에서 법률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배임 논리가 정반대 방향으로 두 번 작동했다는 점입니다.
소송을 시작한 이유도 배임이었습니다
어반베이스 판결 글에서 다뤘듯이, 하 전 대표가 공개한 바에 따르면 신한캐피탈 담당자들은 "계약서상 걸 수 있는 부분인데, 안 걸면 자신들이 배임"이라는 입장이었습니다. 펀드 운용사는 출자자(LP)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를 지므로, 계약서에 있는 회수 수단을 행사하지 않으면 LP에 대한 배임이 문제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것이 소송을 강행한 명분이었습니다.
이제는 같은 논리가 회수 포기를 정당화합니다
그런데 선관주의 의무의 귀속 주체인 LP들이 직접 "회수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 상황이 뒤집힙니다. 배임죄의 보호 대상인 본인(LP)이 스스로 회수 포기에 동의한다면, 회수를 포기해도 배임이 성립하기 어려워집니다. 오히려 LP들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서 회수를 강행하는 것이 운용사와 출자자 간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행위가 됩니다.
"계약서에 있으니 행사해야 한다(배임 회피)"로 시작한 소송이, "LP가 원하지 않으니 집행하지 않는다(신뢰 유지)"로 끝나는 구조. 3년의 소송과 13억의 확정판결이 결과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묻게 되는 대목입니다.
판결의 선례는 그대로 남습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신한캐피탈이 집행을 포기하더라도(보도가 사실이라면), 대법원 판결 자체는 그대로 남습니다. "고의·중과실 없는 창업자에게도 이해관계인 조항에 따른 개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법리는 확정되었고, 이후 유사 사건에서 인용될 수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OGQ 신철호 대표의 약 120억 원 사건도 이미 이 선례 위에서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이번 결말은 "제도가 바뀐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의 채권자가 이번에는 집행하지 않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는 것)"일 뿐입니다. 다음 창업자가 같은 조항으로 소송을 당하면, 법원이 같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OGQ 사건과의 대비: 무엇이 결말을 갈랐나
언론 보도에 따르면, 같은 구조(이해관계인 조항, 신기술사업투자조합 투자)의 두 사건이 정반대의 결말로 가고 있습니다. 아래 표의 OGQ 부분은 언론 보도(비즈한국, 이데일리 등 2026.7.16)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판결문 등 1차 자료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 어반베이스 | OGQ (언론 보도 기준) | |
|---|---|---|
| 확정 채무 | 약 13억 | 약 120억 |
| 회사 상태 | 폐업 (2024.7) | 정상 운영, 현금성 자산 약 400억 |
| 투자자 | 신한캐피탈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 출자 운용) | A 투자사 |
| 집행 현황 | 회수 추진하지 않기로 (보도 기준, 공식 부인) | 급여·부동산·주식 강제매각 진행 중 |
두 사건의 결말을 가른 것은 법리가 아니라 투자자가 놓인 위치로 보입니다. 모태펀드 등 정책자금에 의존하는 투자자는 생태계의 평판과 LP의 의사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렇지 않은 투자자는 확정판결을 그대로 집행할 수 있습니다. 창업자 입장에서 보면, 같은 조항에 서명하더라도 누구로부터 투자받았느냐에 따라 실제로 집행될 리스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창업자에게 남는 교훈
집행되지 않은 권리도 권리입니다. 이번 결말(보도 기준)을 "결국 투자자도 못 받아가더라"로 읽으면 위험합니다. 3년간 하 전 대표는 소송에 대응하며 주택 가압류를 겪었고, 재창업 프로그램 지원 자격까지 위협받았습니다. 최종적으로 집행이 안 되더라도, 소송 그 자체가 창업자의 삶과 재기를 수년간 묶어둡니다. 계약서 검토 단계에서 막는 것과 소송에서 다투는 것의 차이가 이것입니다.
투자자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투자자가 벤처투자조합인지 신기조합인지에 따라 이해관계인 연대책임 규제의 적용 여부가 달라지고, 정책자금 출자를 받는 운용사인지에 따라 계약 조항의 실질적 무게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계약서의 문구만큼, 그 문구를 들고 있는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중요합니다.
생태계의 압력은 사후 구제책이지 사전 안전장치가 아닙니다. 이번 사건에서 LP들의 입장 전달이 결과를 바꿨다면(보도 기준), 그것은 이 사건이 언론과 국정감사를 통해 크게 공론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창업자가 이런 공론화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믿을 것은 서명 전의 계약 검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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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딜사이트, "LP눈치 탓에…신한캐피탈, 어반베이스 풋옵션 포기" (dealsite.co.kr, 2026.8.5)
- 디지털데일리, "신한캐피탈, 어반베이스 대표 상대 약정금 소송 승소…스타트업 투자계약 논란" (ddaily.co.kr, 2026.5.19)
- 플래텀, "창업자, 투자 5억에 책임 13억...대법원 계약 조항 인정" (platum.kr, 2026.5.11)
- 유니콘팩토리, "대법도 어반베이스 창업자 연대책임 인정…재창업 기회마저 박탈되나" (unicornfactory.co.kr, 2026.5.11)
- 비즈한국, "'창업자 혼자 120억 빚더미' 연대보증만큼 무서운 '이해관계인'의 함정" (bizhankook.com, 2026.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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