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모자회사 간 거래 설계: 이전가격, 서비스 계약, 그리고 양쪽 세무당국

한국 본사 직원이 미국 자회사 업무를 하고 있는데 대가를 안 받고 있다면, 이미 이전가격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독립기업원칙, 원가가산법, Intercompany Service Agreement, 양국의 문서화 요건, 이중과세 리스크까지 한국-미국 모자회사 구조의 실무를 정리합니다.

Share
한-미 모자회사 간 거래 설계: 이전가격, 서비스 계약, 그리고 양쪽 세무당국

기업편 #16 · 읽기 약 9분


이전 글(미국에서 직원 채용하기)에서 W-2 vs 1099, Payroll, 주별 노동법을 다뤘습니다. 오늘은 한국에 본사가 있고 미국에 자회사가 있는 구조(또는 그 반대)에서 발생하는 이전가격(Transfer Pricing) 문제를 다룹니다.

"이전가격"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한국 본사의 개발팀이 미국 자회사의 제품을 위해 코드를 짜거나, 미국 자회사가 한국 본사의 기술을 사용하거나, 한쪽이 다른 쪽의 비용을 대신 내주는 상황이라면 이미 이전가격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을 무시하면 한국 국세청과 미국 IRS 양쪽에서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고, 같은 소득에 대해 이중으로 과세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전가격이란: 생각보다 일상적인 문제입니다

이전가격(Transfer Pricing)은 관계사 간 거래(intercompany transaction)의 가격을 어떻게 정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가격"이라고 하면 제품 판매 가격만 생각하기 쉽지만, 서비스 대가, IP 사용료, 이자, 비용 분담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한국 본사와 미국 자회사 간에 흔히 발생하는 거래 유형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일상적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서비스 제공: 한국 본사의 개발팀이 미국 자회사의 제품 개발에 참여하거나, 미국 자회사의 영업팀이 한국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경우. 이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IP 사용: 한국에서 개발한 기술이나 브랜드를 미국 자회사가 사용하는 경우(또는 그 반대). 사용료(royalty)를 얼마로 정할 것인가?

비용 분담: 양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클라우드 서버, SaaS 도구, 사무실 비용 등을 누가 얼마만큼 부담할 것인가?

자금 대여: 한국 본사가 미국 자회사에 운영 자금을 빌려주는 경우. 이자를 얼마로 정할 것인가? 무이자로 해도 되는가?

이 모든 거래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세무당국은 "그 가격이 적정한가?"를 물을 수 있습니다.


왜 이전가격이 국제거래에서 특히 중요한가

국내 모자회사 간 거래에도 이전가격 이슈가 있지만, 국제거래에서는 훨씬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됩니다. 그 이유는 과세권(tax sovereignty)에 있습니다.

각 나라는 자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경제활동에 대해 과세할 권한이 있고, 세수(tax revenue)를 확보하고 싶어합니다. 관계사 간 거래 가격을 조작하면 한쪽 나라에서 발생했어야 할 소득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것은 한쪽 나라의 세수가 다른 나라로 빠져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 본사가 미국 자회사에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한국에서 과세되었어야 할 소득이 미국 자회사에 남게 되고, 한국 국세청 입장에서는 자국의 과세 기반이 잠식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각국 세무당국은 국내 관계사 간 거래보다 국제 관계사 간 거래를 더 적극적으로 감시합니다. OECD도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프로젝트를 통해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을 통한 세원 잠식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공동 대응 체계를 만들었고, 한국과 미국 모두 이 체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초기에는 "우리는 금액이 작으니까 세무당국이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회사가 성장한 후에 과거 수년치를 소급해서 조사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한국과 미국 양쪽 세무당국이 각각 독립적으로 조사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처음부터 독립기업원칙에 맞게 거래를 설계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립기업원칙(Arm's Length Principle): 한국과 미국이 동일한 원칙을 적용합니다

이전가격의 핵심 원칙은 독립기업원칙(Arm's Length Principle)입니다. 관계사 간 거래의 가격이, 서로 관계없는 독립 기업 간 거래였다면 적용했을 가격과 같아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미국은 IRC Section 482에서, 한국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조법) 제7조(정상가격에 의한 결정 및 경정)에서 이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OECD 이전가격 가이드라인도 같은 원칙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한-미 조세조약(제9조)에도 독립기업원칙이 명시되어 있으므로, 양국의 기본 철학은 동일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적용 방식, 문서화 요건, 벌금 구조는 양국이 다르기 때문에, 양쪽 모두의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설계해야 합니다.


이전가격 산정 방법: 어떻게 "적정 가격"을 정하는가

독립기업원칙에 따른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미국 Treasury Regulations(Treas. Reg. §1.482)와 한국 국조법 시행령 모두 유사한 방법들을 인정합니다.

비교가능 제3자 가격법(Comparable Uncontrolled Price, CUP): 유사한 거래를 독립 기업 간에 수행했을 때의 가격을 직접 비교하는 방법입니다. 가장 직관적이지만, 비교 가능한 거래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원가가산법(Cost Plus Method): 서비스나 제품을 제공하는 측의 원가에 적정 이윤(markup)을 더해서 가격을 정하는 방법입니다. 관계사 간 서비스 거래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며, 한국 본사가 미국 자회사에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 적합합니다. 일반적인 markup 범위는 5~15% 정도이지만, 서비스의 성격과 업종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익분할법(Profit Split Method): 양사가 공동으로 창출한 이익을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는 방법입니다. 양사 모두가 고유한 무형자산(IP)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 적합합니다.

거래순이익률법(Transactional Net Margin Method, TNMM) / 비교이익법(Comparable Profits Method, CPM): 비교 가능한 독립 기업의 순이익률을 기준으로 적정 이익을 산정하는 방법입니다.

미국 IRC §482는 "best method rule"을 채택하고 있어서, 위의 방법 중 해당 거래에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제공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합니다. 한국도 유사하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관계사 간 서비스 거래에서는 원가가산법(Cost Plus)이 가장 실무적이고 간편합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의 인건비, 간접비 등 원가를 산출하고, 여기에 5~10% 수준의 markup을 더해서 대가를 정하면 됩니다.


Intercompany Service Agreement: 반드시 서면 계약을 체결하세요

관계사 간 거래가 있다면, 서면 계약(Intercompany Service Agreement)을 반드시 체결해야 합니다. 이것이 없으면 세무 조사 시 거래의 실체와 대가의 적정성을 입증하기 어렵고, 세무당국이 거래 자체를 부인하거나 대가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습니다.

Intercompany Service Agreement에 포함해야 하는 핵심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서비스의 범위와 내용: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구체적으로 기술합니다. "기술 지원"이라고만 쓰면 불충분하고, "미국 자회사의 ABC 제품을 위한 백엔드 개발 서비스, 주당 약 X시간"처럼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대가 산정 방법: 원가가산법을 사용한다면, 원가의 범위(직접 인건비, 간접비 포함 여부)와 markup 비율을 명시합니다.

대가 지급 조건: 월별/분기별 지급, 지급 통화(USD/KRW), 지급 기한 등을 정합니다.

계약 기간과 갱신/해지 조건.

지식재산권 귀속: 서비스 수행 중 발생하는 IP가 어느 쪽에 귀속되는지를 명확히 합니다. 이 부분을 모호하게 남겨두면 나중에 IP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비밀유지 조항.

이 계약은 거래가 시작되기 전에 체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세무 조사 시 "사후적으로 만든 서류"라는 의심을 받으면 증거력이 크게 약해지므로, 거래 시작 전에 날짜가 찍힌 서면 계약이 있어야 합니다.


문서화(Documentation): 양국의 요건이 다릅니다

이전가격 문서화는 "왜 이 가격이 적정한가"를 세무당국에 설명하기 위한 자료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문서화 요건이 다르므로 양쪽 모두를 충족하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미국: 법률상 별도의 "이전가격 보고서" 제출 의무는 없지만, 세금 신고서 제출 시점까지 동시 문서(contemporaneous documentation)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 문서가 없으면 이전가격 조정 시 20%의 정확성 관련 벌금(accuracy-related penalty)이 부과될 수 있고, 조정 금액이 보고 금액의 200%를 초과하는 경우(substantial valuation misstatement) 40% 벌금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한국: 국조법 제16조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납세의무자는 국제거래정보 통합보고서(통합기업보고서, 개별기업보고서, 국가별보고서)를 사업연도 종료일부터 12개월 이내에 제출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제출 기준은 국조법 시행령 제34조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통합기업보고서와 개별기업보고서는 해당 과세연도 매출액이 1,000억원을 초과하고, 국외특수관계인과의 국제거래 규모 합계가 5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제출 의무가 발생합니다(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함). 국가별보고서(CbCR)는 직전 사업연도 연결매출이 1조원을 초과하는 다국적기업 그룹의 최종 모기업에게 적용됩니다.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중소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국외특수관계인과 국제거래를 하는 모든 납세의무자는 국제거래명세서를 법인세 신고 기한까지 제출해야 합니다(국조법 제16조 제2항).

기한 내 미제출 시 과태료는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 또는 국제거래명세서 미제출의 경우 1억원 이하(국조법 제87조 제1항), 개별기업보고서/통합기업보고서/국가별보고서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고 과세당국의 시정 요구에도 불응하는 경우 2억원 이하의 추가 과태료(국조법 제87조 제2항)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또한 통합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과세당국이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에 근거해서 정상가격을 추정하여 과세조정할 수 있어서(국조법 제16조 제7항), 납세자에게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OECD 수준의 이전가격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부담이 크지만, 최소한 Intercompany Service Agreement, 원가 산출 근거, markup 비율의 합리성을 설명하는 간단한 문서는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규모가 커지면 전문 이전가격 컨설팅 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전가격을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가: 이중과세의 악몽

이전가격 문제의 가장 무서운 점은 양쪽에서 동시에 세금을 추징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국 본사가 미국 자회사에 개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편의상 대가를 받지 않고 무상으로 제공했다고 가정합니다. 한국 국세청이 세무 조사에서 이 거래를 발견하면, "독립 기업이었다면 대가를 받았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한국 본사의 소득을 증액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가 $100,000에 10% markup을 적용해서 $110,000의 소득이 있었어야 한다고 조정하면, 한국 본사는 이 $110,000에 대해 한국 법인세를 추가로 내야 합니다.

동시에 미국 자회사 입장에서는 실제로 $110,000을 지급한 적이 없으므로 해당 금액을 비용으로 공제받을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소득이 증액되어 세금이 늘어나는데, 미국에서는 대응하는 비용 공제가 없으니 세금이 줄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같은 $110,000에 대해 한국에서 과세되면서 미국에서는 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중과세가 발생합니다. 처음부터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실제로 대가를 지급했다면, 한국 본사는 서비스 수입으로 과세되지만 미국 자회사는 그 금액을 비용으로 공제받아서 한 번만 과세되는 구조가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한-미 조세조약의 상호합의절차(Mutual Agreement Procedure, MAP)를 통해 양국 세무당국이 협의해서 이중과세를 해소할 수 있지만, 이 절차는 수년이 걸릴 수 있고 결과가 보장되지도 않습니다.


한국 창업자가 자주 빠지는 함정

"아직 초기라서 금액이 작으니까 나중에 정리하면 되겠지."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초기에는 관계사 간 거래 금액이 크지 않아서 세무당국의 관심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회사가 성장한 후에 세무 조사가 들어오면 과거 수년치를 소급해서 조정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적정한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고 기록을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 수천만 원의 세금과 벌금을 아끼는 길입니다.

"한국 직원이 미국 업무를 겸하고 있는데 별도 대가를 안 받고 있다." 한국 본사 직원이 미국 자회사의 업무에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면, 그 시간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기준으로 미국 자회사가 한국 본사에 서비스 대가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것을 "내부 직원이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하면 양쪽 세무당국 모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무이자로 돈을 빌려줬는데 괜찮을까?" 관계사 간 자금 대여에도 독립기업원칙이 적용됩니다. 무이자 대여는 독립 기업 간에는 일어나지 않으므로, 세무당국이 시장 금리 수준의 이자 소득이 있었어야 한다고 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소규모 단기 대여의 경우 실무적으로 이슈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금액과 기간에 따라 판단이 필요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관계사 간 거래가 하나라도 있다면 Intercompany Service Agreement를 체결하세요. 서비스 제공, IP 사용, 비용 분담, 자금 대여 등 어떤 형태이든 서면 계약이 필요합니다.

대가 산정 근거를 기록하세요. 원가가산법을 사용한다면 원가 내역(인건비, 간접비)과 markup 비율, 그리고 왜 그 비율이 합리적인지를 간단하게라도 문서로 남겨야 합니다.

대가를 실제로 지급하세요. 계약서에 분기별 지급이라고 써놓고 실제로는 돈을 보내지 않으면, 세무 조사 시 계약의 실체를 의심받을 수 있습니다. 계약 조건대로 실제 자금 이동이 있어야 합니다.

한-미 양쪽 세무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이전가격은 양국의 세법이 동시에 적용되는 영역이므로, 한쪽만 보고 결정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음 글 예고: 미국 법인의 세금 보고 실무: 연방세, 주세, Sales Tax)


참고 자료 및 공식 근거

  • IRC Section 482: Allocation of Income and Deductions Among Taxpayers
  • Treasury Regulations §1.482-1 through §1.482-9: Transfer Pricing Methods
  • Treasury Regulations §1.6662-6(d): Transfer Pricing Documentation
  •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7조 (정상가격에 의한 결정 및 경정), 제8조 (정상가격 산출방법), 제14조 (정상가격 산출방법의 사전승인), 제16조 (국제거래에 대한 자료 제출의무), 제87조 (국제거래에 대한 자료 제출의무 불이행에 대한 과태료) (law.go.kr, 법률 제21215호, 시행 2026.1.2 최신본 확인)
  •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4조 (통합기업보고서 및 개별기업보고서의 제출 요건: 매출액 1,000억원 초과 + 국제거래 규모 500억원 초과)
  • OECD Transfer Pricing Guidelines for Multinational Enterprises and Tax Administrations (2022)
  • OECD BEPS Action 13: Transfer Pricing Documentation and Country-by-Country Reporting
  • 한-미 조세조약 제9조 (특수관계기업), 제25조 (상호합의절차)

본 뉴스레터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으니,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Venture Pacific Law Group(info@ventureplg.com)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