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A 텀시트에서 가격보다 먼저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은 시드 투자자의 거부권을 없애자는 조항이었고, 그것은 시드 때 대표가 "다음에 고치자"고 넘긴 바로 그 조항이었습니다

1,000만 달러, 투자 전 4,000만 달러. 변호사가 먼저 짚은 것은 둘째 장의 한 문장이었습니다. "시드와 A는 하나의 그룹으로 의결한다." 시드 투자자의 열두 가지 거부권이 사실상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시리즈 A의 다섯 가지가 들어오는 문장. 투자자 이사인 시드 투자자는 두 자리를 어떻게 나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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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A 텀시트에서 가격보다 먼저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은 시드 투자자의 거부권을 없애자는 조항이었고, 그것은 시드 때 대표가 "다음에 고치자"고 넘긴 바로 그 조항이었습니다

ATTJ컴퍼니 연대기 #17 · 읽기 약 5분


브릿지가 들어오고 다섯 달 뒤, 시리즈 A 텀시트가 왔습니다. 새 리드 투자자는 샌드힐로드의 중견 펀드였고, 제안은 1,000만 달러, 투자 전 회사 가치 4,000만 달러였습니다. 제이가 기대한 범위 안이었고, 마커스는 그날 저녁 팀에 피자를 샀습니다.

변호사가 텀시트를 읽고 처음 짚은 것은 가격이 아니었습니다. 둘째 장의 "투자자 동의 사항(Protective Provisions)" 항목이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시리즈 시드와 시리즈 A는 하나의 그룹으로 의결한다. 단, 다음 다섯 가지는 시리즈 A의 별도 동의를 요한다."

제이는 그 문장이 왜 문제인지 바로 알지 못했습니다. 성민은 바로 알았습니다.

시드 때 넘긴 것

시드 라운드 때 Jun Ventures는 투자 계약서에 열두 가지 동의 사항을 넣었습니다. 새 주식 발행, 회사 매각, 옵션풀 확대, 빚을 일정 금액 이상 지는 것, 정관 변경 같은 것들이었고, 그 일들은 이사회 결의와 별도로 Jun Ventures의 동의가 있어야 할 수 있었습니다. 넉 달 전 옵션풀을 늘릴 때 제이가 성민의 서명을 받아야 했던 이유가 이 목록이었습니다.

그때 제이는 열두 가지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변호사는 목록 자체는 미국 시드 투자에서 흔한 범위이고, 줄이려면 줄일 수 있지만 그 협상에 쓸 시간과 다른 조건을 생각하면 지금 싸울 자리는 아닐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이는 "다음 라운드 때 고치자"고 했고, 변호사는 그 말을 메모에 적어 두었습니다.

다음 라운드가 왔습니다. 그런데 그 조항을 고치자고 나선 것은 제이가 아니라 새 리드 투자자였고, 고치는 방향도 제이가 생각한 것과 달랐습니다. 목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 목록에 대해 "누가" 동의하는지를 바꾸는 것이었습니다.

거부권이 둘이면

변호사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시리즈 A 투자자는 자기도 동의 사항 목록을 가질 것입니다. 그러면 회사에는 거부권을 가진 투자자가 둘이 됩니다. 회사를 팔려면 시드 투자자의 동의와 시리즈 A 투자자의 동의를 따로 받아야 하고, 둘 중 하나만 반대해도 안 됩니다. 라운드가 쌓일수록 거부권도 쌓이고, 시리즈 C쯤 되면 회사는 네 곳의 허락을 따로 받아야 움직입니다.

그래서 시리즈 A 리드는 들어올 때 앞 라운드의 거부권을 정리하려 합니다. 방법이 이 문장이었습니다. 시드와 A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서 우선주 전체의 과반이 동의하면 되게 한다. 그런데 시리즈 A가 1,000만 달러를 넣어 우선주의 3분의 2를 갖게 되니, 우선주 과반은 사실상 시리즈 A의 뜻입니다. 시드 투자자인 Jun Ventures의 거부권은 서류에 남아 있지만 실제로는 없어집니다. 그리고 시리즈 A는 자기만의 별도 동의 사항 다섯 가지를 따로 가집니다.

제이가 물었습니다. 그러면 시드 때 우리가 줄이려던 것이 저절로 줄어드는 것 아닌가. 변호사의 답은 반은 맞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가 동의를 받아야 할 곳은 둘이 아니라 사실상 하나가 됩니다. 다만 그 하나가 시리즈 A이고, 시리즈 A의 다섯 가지는 시드의 열두 가지보다 무거운 것들이었습니다. 회사 매각, 새 우선주 발행, 정관 변경, 배당, 그리고 이사회 구성 변경.

성민의 두 자리

이사회에서 성민은 이 텀시트를 회사에 좋은 조건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가격도, 리드 투자자의 평판도, 조건의 나머지도 그랬습니다. 이사로서 할 말은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러나 Jun Ventures의 GP로서 성민에게 이 문장은 자기 펀드의 거부권이 사라지는 문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분으로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Fund I은 한 회사에 300만 달러까지만 넣을 수 있는데 시드 200만과 브릿지 100만으로 그 한도를 다 썼고, 시리즈 A에서 지분을 지키려면 더 넣어야 하는 자리에 Fund I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Jun Ventures의 지분은 라운드가 끝나면 10% 아래에서 8% 아래로 내려갑니다.

성민은 그 두 가지를 이사회에서 분리했습니다. 이사로서는 텀시트에 찬성했고, 시드 투자자로서는 제이에게 따로 요청했습니다. 시드의 열두 가지를 다 지키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딱 하나, "시리즈 시드 주식의 권리를 시리즈 A보다 불리하게 바꾸는 일"에는 시드의 별도 동의를 남겨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자기 조건을 자기 모르게 바꾸지는 못하게 하는 최소한의 선이었습니다.

변호사는 그것이 시리즈 A 리드가 보통 받아들이는 범위라고 했습니다. 리드가 원하는 것은 회사 운영에 대한 거부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지, 앞 라운드 투자자의 조건을 마음대로 바꾸는 권리까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이는 그 한 줄을 들고 리드에게 갔고, 리드는 받아들였습니다. 시드의 열두 가지는 하나가 됐고, 시리즈 A의 다섯 가지는 그대로였으며, 그 밖의 일은 우선주 전체의 과반으로 정리됐습니다.

서울의 기억

제이는 한국에서 투자자마다 계약서가 따로 있는 것을 봤습니다. 시드 투자자와 시리즈 A 투자자의 사전 동의 목록이 각자의 계약서에 들어 있었고, 회사가 무언가를 하려면 투자자마다 돌아가며 동의서를 받았습니다. 라운드가 세 번이면 동의서도 세 장이었습니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주주간계약서로 투자자들의 동의 사항을 한데 모으고 지나친 거부권은 줄이자는 자정의 움직임이 생기고 있지만, 제이가 있던 때는 그 목록을 하나로 묶자고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그 목록이 투자자의 계약서가 아니라 회사의 정관(Certificate of Incorporation)에 들어갑니다. 정관은 하나라서, 새 투자자가 들어올 때마다 앞 라운드의 조항과 함께 다시 쓰입니다. 그래서 라운드는 앞 라운드의 조건을 정리하는 자리가 됩니다. 제이가 시드 때 "다음에 고치자"고 한 것은 맞는 말이었습니다. 다만 다음에 고치는 사람이 자기가 아닐 수 있다는 것까지는 몰랐습니다.

변호사의 메모에는 한 줄이 추가됐습니다. "시드 때 준 권리는 시리즈 A 리드가 정리한다. 창업자가 할 일은 그 정리에서 무엇을 남길지 앞 투자자와 먼저 정해 두는 것."


실제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미국 우선주 라운드의 투자자 동의 사항(Protective Provisions)은 투자 계약서가 아니라 회사 정관(Certificate of Incorporation)에 우선주의 권리로 기재되며, NVCA 모델 정관은 우선주 전체를 하나의 클래스로 보아 일정 비율(과반 또는 그 이상)의 동의를 요구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특정 시리즈의 별도 동의(series vote)는 협상에 따라 추가합니다. 후속 라운드의 리드 투자자는 앞 라운드의 시리즈별 거부권을 우선주 단일 클래스 의결로 통합하고 자기 시리즈의 별도 동의 사항을 두려 하는 경우가 많으며, 앞 라운드 투자자는 자기 시리즈의 권리를 불리하게 변경하는 사항에 한해 별도 동의를 남기는 것으로 타협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어느 쪽도 정해진 표준은 아니고 라운드마다 협상으로 정해집니다. 델라웨어 회사법(DGCL §242(b)(2))은 정관 변경이 특정 클래스의 주식에 불리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그 클래스의 별도 의결을 요구하므로, 시리즈별 권리 변경에는 법정 보호가 일부 작동하지만 그 범위는 제한적이어서 계약으로 보완합니다.

한국에서는 투자자별 투자계약서(신주인수계약·주주간계약)에 사전 동의 사항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라운드마다 동의권자가 누적되는 구조이고, 후속 라운드에서 앞 투자자의 동의 사항을 조정하려면 그 투자자와의 계약을 개별로 변경해야 합니다. 다만 최근에는 투자자 전원이 참여하는 주주간계약서에서 동의 사항을 통일하고 과도한 거부권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실무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펀드 쪽에서는 LPA의 한 회사당 투자 한도 때문에 후속 라운드에서 지분 유지(pro rata)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글의 용어

  • 투자자 동의 사항(Protective Provisions): 회사 매각, 새 주식 발행, 정관 변경 같은 일을 이사회와 별도로 우선주 투자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게 하는 정관 조항. 사실상 거부권입니다.
  • 시리즈별 의결(Series Vote): 우선주 전체가 아니라 특정 시리즈(시드, A 등)의 주주만 따로 동의해야 하는 사항.
  • 정관(Certificate of Incorporation): 델라웨어 회사의 기본 문서. 미국에서는 우선주의 권리와 거부권이 투자 계약서가 아니라 여기에 적힙니다.

더 깊이 보려면


다음 화는 시리즈 A 클로징입니다. 서명 전날 밤, 브릿지 전환사채의 전환 계산에서 제이의 스프레드시트와 리드 투자자 변호사의 스프레드시트가 0.4% 차이가 났고, 그 차이는 누가 희석되느냐의 문제였습니다.

이 연재의 회사·펀드·인물은 가상이며, 실존 회사·인물·사건과 무관합니다.


본 시리즈는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Venture Pacific Law Group(info@ventureplg.com)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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