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한 직원이 두 달 뒤 경쟁사로 갔는데, 그가 서명한 "1년간 경쟁사 취업 금지" 서약서는 캘리포니아에서 회사를 지키는 종이가 아니라 회사가 소송당할 수 있는 종이였습니다

입사 서류 네 장 중 마지막 장, 12개월 경업금지. 한국에서 1년 서약서를 써 본 대표는 안심했고 미국 공동창업자는 경쟁사에 편지를 보내자고 했습니다. 변호사는 그 장을 꺼내지 말라고 했고, 대신 세 번째 장을 가리켰습니다.

Share
해고한 직원이 두 달 뒤 경쟁사로 갔는데, 그가 서명한 "1년간 경쟁사 취업 금지" 서약서는 캘리포니아에서 회사를 지키는 종이가 아니라 회사가 소송당할 수 있는 종이였습니다

ATTJ컴퍼니 연대기 #15 · 읽기 약 5분


라이언이 나간 지 두 달째 되던 주에 마커스가 링크드인 화면을 들고 왔습니다. 라이언의 새 직장은 같은 시장에서 한국 기업 고객을 노리는 경쟁사였고, 직함은 ATTJ컴퍼니에서와 같은 백엔드 엔지니어였습니다.

제이는 인사 폴더에서 라이언의 입사 서류를 꺼냈습니다. 오퍼 레터, 임의 고용 확인서, 비밀유지 및 발명 양도 계약서(Confidential Information and Invention Assignment Agreement, CIIAA), 그리고 마지막 한 장. "경업금지 및 권유 금지(Non-Competition and Non-Solicitation)". 퇴사 후 12개월간 경쟁사에 취업하지 않고, 12개월간 회사의 직원과 고객에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고, 라이언의 서명이 있었습니다.

마커스가 작년에 엔지니어들을 뽑을 때 오스틴에 있는 친구 회사의 양식을 받아다 넣은 장이었습니다. 제이는 그 장을 보고 안심했고, 마커스는 경쟁사에 편지를 보내자고 했습니다.

서울의 서약서

제이는 한국에서 퇴사할 때 서약서를 쓴 적이 있었습니다. 1년간 동종 업계에 가지 않겠다는 내용이었고, 인사팀은 그것을 당연한 절차처럼 내밀었습니다. 제이는 그 서약서 때문에 이직을 미룬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그런 약정이 효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무조건은 아니고, 법원은 회사가 지킬 만한 이익이 실제로 있는지, 그 사람의 직위가 무엇이었는지, 기간과 지역과 업종이 지나치지 않은지, 대가를 주었는지, 왜 그만두었는지를 함께 봅니다. 평직원에게 대가 없이 받은 서약서는 무효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쓸 수 있는 종이"라는 점은 같았습니다.

제이는 그 기억으로 변호사에게 전화했습니다. 서약서가 있으니 경쟁사에 편지를 보내도 되는가.

종이 한 장의 값

변호사의 답은 그 장을 꺼내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직원의 경업금지 약정을 원칙적으로 무효로 봅니다. 150년 넘게 그래 왔고, 기간이 짧아도, 지역을 좁혀도, 대가를 주어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를 팔면서 받는 약정 같은 몇 가지 예외가 있지만 직원의 이직을 막는 약정은 거기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라이언의 서명이 있는 그 장은 라이언의 이직을 막는 데 아무 힘이 없습니다.

여기까지는 제이도 들어 본 이야기였습니다. 변호사가 덧붙인 것은 2024년부터 달라진 부분이었습니다.

첫째, 캘리포니아 직원의 계약서에 그 조항을 넣는 것 자체가 위법이 됐습니다. 효력이 없는 조항이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되는 조항입니다. 둘째, 그 조항을 근거로 직원을 압박하거나 새 직장에 편지를 보내면,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손해배상과 변호사 비용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셋째, 회사는 2022년 이후에 일했던 직원들에게 그 조항이 무효라는 사실을 서면으로 알렸어야 했습니다.

그러니 마커스가 보내려던 편지는 라이언을 막는 편지가 아니라 라이언에게 소송의 이유를 주는 편지였습니다. 제이가 안심했던 종이는 회사를 지키는 종이가 아니라 회사가 소송당할 수 있는 종이였습니다.

변호사는 그 장과 함께 서명한 "동료와 고객에게 접근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캘리포니아에서는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사람을 묶는 약속은 대체로 같은 운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무엇으로 지키는가

제이가 물었습니다. 그러면 라이언이 우리 코드를 들고 가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가.

변호사의 답은 반대였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회사가 지킬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정보이고, 그 도구는 이미 폴더 안에 있었습니다. 세 번째 서류, CIIAA. 라이언은 그 계약서에서 회사의 비밀 정보를 밖으로 가져가지 않고, 회사에서 만든 것은 회사의 것이라는 데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계약서와 별개로 연방법과 캘리포니아 주법은 영업비밀을 훔쳐 쓰는 것을 금지합니다. 소스 코드, 고객 목록, 가격표, 한국 고객을 상대로 쌓은 운영 노하우가 거기 들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조건이 있었습니다. 영업비밀이려면 회사가 그것을 비밀로 관리했어야 합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폴더에 있던 것, 비밀이라고 표시하지 않은 것, 퇴사 뒤에도 계정이 살아 있던 것은 나중에 "비밀로 관리했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변호사가 확인한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라이언이 나가던 금요일에 계정을 닫았는가. 노트북을 그 자리에서 회수했는가. 그 전 몇 주 동안 회사 저장소에서 개인 계정으로 대량으로 옮긴 기록이 있는가. 앞의 둘은 그랬고, 셋째는 마커스가 로그를 열어 보고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라이언이 머릿속에 가지고 나간 경험과 실력은 라이언의 것입니다. 캘리포니아는 "그 사람이 경쟁사에서 일하면 우리 비밀을 쓸 수밖에 없다"는 주장으로 이직을 막는 것을 받아 주지 않습니다. 회사가 다툴 수 있는 것은 실제로 가져간 것이 있을 때입니다.

변호사가 권한 것은 편지 한 통이었습니다. 다만 경쟁사가 아니라 라이언에게, 경업금지가 아니라 CIIAA를 근거로, 입사 때 서명한 비밀유지 의무가 퇴사 뒤에도 이어진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짧고 건조한 편지. 흔히 보내는 것이고, 위협이 아니라 기록이라고 했습니다.

폴더 정리

그 주에 제이는 두 가지를 했습니다.

하나는 남아 있는 직원들의 입사 서류에서 그 장을 꺼내는 일이었습니다. 마커스의 양식으로 서명한 사람이 여덟이었고, 변호사의 문안으로 그 조항이 무효이며 적용되지 않는다는 통지를 한 사람씩 보냈습니다. 앞으로 쓸 오퍼 레터 묶음에서는 그 장이 빠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비밀을 비밀답게 두는 일이었습니다. 소스 코드 저장소와 고객 데이터 폴더의 접근 권한을 역할별로 다시 나누고, 퇴사 당일 계정 폐쇄와 기기 회수를 절차서에 적고, 대외비 문서에 표시를 붙였습니다. 변호사의 말대로라면 그것이 캘리포니아에서 서약서를 대신하는 것이었습니다.

제이는 한국의 1년짜리 서약서가 회사를 지켜 준다고 믿었던 때를 떠올렸습니다. 캘리포니아는 그 종이를 치우고 대신 물었습니다. 지킬 것을 실제로 지키고 있었느냐고.


실제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California Business and Professions Code §16600은 직업·거래·사업을 제한하는 계약을 원칙적으로 무효로 하며, 사업 매각이나 조합 해산 등 법정 예외를 제외하면 직원의 경업금지 약정은 기간·지역·대가와 무관하게 효력이 없습니다. 2024년 1월 1일 시행된 개정으로 §16600.1은 고용 계약에 경업금지 조항을 넣거나 서명을 요구하는 것 자체를 위법으로 하고, 2022년 1월 1일 이후 고용된 현직·전직 직원에게 2024년 2월 14일까지 해당 조항이 무효임을 개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했으며, §16600.5는 계약이 어디서 언제 체결되었든 캘리포니아에서 집행할 수 없고, 체결하거나 집행을 시도한 회사에 대해 직원이 금지청구·손해배상·변호사 비용을 청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직원·고객 권유 금지 조항도 캘리포니아 법원은 같은 조문에 따라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가 의지할 수 있는 것은 CIIAA의 비밀유지·발명 양도 조항과 영업비밀법(연방 Defend Trade Secrets Act, 18 U.S.C. §1836; 캘리포니아 Uniform Trade Secrets Act, Civil Code §3426 이하)입니다. 영업비밀로 보호받으려면 정보가 비밀로서 경제적 가치를 갖고 회사가 비밀 유지를 위한 합리적 조치를 취했어야 하므로, 접근 통제, 대외비 표시, 퇴사 시 계정 폐쇄와 기기 회수, 반출 기록 확인이 실무의 핵심이 됩니다. 캘리포니아 법원은 "불가피한 공개(inevitable disclosure)" 이론을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실제 반출이나 사용의 증거 없이 이직 자체를 막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법원이 경업금지 약정의 유효성을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 제한의 기간·지역·직종, 대가 제공 여부, 퇴직 경위, 공공의 이익을 종합해 판단하며(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과도한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로 봅니다. 영업비밀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 따라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정보여야 합니다.

이 글의 용어

  • 경업금지 약정(Non-Compete): 퇴사 후 일정 기간 경쟁사에 가지 않겠다는 약속. 한국은 조건부로 인정하지만 캘리포니아는 직원에 대해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 CIIAA(Confidential Information and Invention Assignment Agreement): 입사 때 서명하는 비밀유지 및 발명 양도 계약서. 회사 정보를 밖으로 가져가지 않고, 회사에서 만든 것은 회사 소유라는 내용입니다.
  • 영업비밀(Trade Secret): 공개되지 않았고, 그래서 가치가 있으며, 회사가 비밀로 관리해 온 정보. 세 조건을 다 갖춰야 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더 깊이 보려면


다음 화는 Series A를 앞둔 사이의 돈입니다. 다음 라운드까지 여섯 달이 남았는데 은행 잔고는 넉 달치였고, 기존 투자자가 내민 브릿지 조건에는 제이가 처음 보는 단어가 둘 있었습니다.

이 연재의 회사·펀드·인물은 가상이며, 실존 회사·인물·사건과 무관합니다.


본 시리즈는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Venture Pacific Law Group(info@ventureplg.com)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Read more

서울 엔지니어를 산호세로 데려오면서 "2년 안에 그만두면 이주비를 돌려달라"고 쓰려면, 2027년 1월부터 캘리포니아는 조건 다섯 가지를 요구하고 비자 비용은 아예 못 쓰게 합니다

서울 엔지니어를 산호세로 데려오면서 "2년 안에 그만두면 이주비를 돌려달라"고 쓰려면, 2027년 1월부터 캘리포니아는 조건 다섯 가지를 요구하고 비자 비용은 아예 못 쓰게 합니다

사이닝 보너스·이주비·비자 비용에 붙는 "일찍 그만두면 반환" 한 줄. 캘리포니아는 2027년 1월 1일 이후 계약부터 이 조항을 원칙 금지하고, 재량 지급금에만 다섯 조건으로 허용하며, 비자 비용 환수는 예시로 못 박아 금지했습니다. 한국이 처음부터 금지였던 것과 비교해 봅니다.

By Sangyong Jun
한국에서 석 달이 걸리던 해고가 미국에서는 금요일 오후 20분에 끝났는데, 변호사는 그 20분이 한국의 석 달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 석 달이 걸리던 해고가 미국에서는 금요일 오후 20분에 끝났는데, 변호사는 그 20분이 한국의 석 달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경고장과 30일 예고와 서면 통지, 그리고 석 달의 기다림. 미국에서는 금요일 오후 면담 18분과 그 자리의 마지막 급여. 변호사가 물은 세 가지, 법정 퇴직금 대신 있는 Severance Package, 그리고 고용은 금요일에 끝나도 서명은 28일 뒤에 끝나는 이유

By Sangyong Jun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계신가요?

법인 설립부터 투자 유치, VC의 미국 투자까지 —
한국 창업자와 투자자를 위한 미국 법률 가이드를
새 글이 발행될 때마다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구독 완료! ✉️

확인 이메일을 보내드렸습니다.
메일함을 확인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