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열 명을 뽑으려고 옵션풀을 늘렸는데, 지난번에는 창업자만 줄었고 이번에는 투자자도 같이 줄었습니다

옵션풀 10% 중 남은 것은 6%, 열 명을 뽑으려면 8%. 제이는 풀을 늘리면 또 창업자만 줄어드는 줄 알았는데, 스프레드시트의 답은 달랐습니다. 투자받을 때 늘린 풀과 투자받은 뒤 늘린 풀은 비용을 내는 사람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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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열 명을 뽑으려고 옵션풀을 늘렸는데, 지난번에는 창업자만 줄었고 이번에는 투자자도 같이 줄었습니다

ATTJ컴퍼니 연대기 #13 · 읽기 약 5분


투자금이 들어오고 넉 달째, ATTJ컴퍼니는 열 명을 뽑기로 했습니다. 에밀리가 만든 채용 계획표에는 직책과 연봉 옆에 "옵션"이라는 열이 있었고, 그 열을 다 더하면 회사 주식의 8%였습니다.

회사가 직원에게 줄 옵션을 미리 떼어 둔 주식을 옵션풀(Option Pool)이라고 합니다. ATTJ컴퍼니의 풀은 투자받을 때 10%로 잡았고, 지금까지 네 사람에게 주고 6%가 남아 있었습니다. 열 명을 뽑으려면 2%가 모자랐습니다.

제이는 이사회 안건에 "옵션풀 증액"이라고 적고, 안건을 올리기 전에 스프레드시트를 열었습니다. 이번에는 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보려고요. 넉 달 전의 기억 때문이었습니다.

투자받을 때

넉 달 전 텀시트의 첫 장에는 "옵션풀 10%, 투자 전 가치에 포함"이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그때 변호사가 설명해 준 것은 이랬습니다. 회사 가치 2,000만 달러라는 숫자는 옵션풀을 다 채운 뒤의 회사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그래서 풀을 10%로 채우는 주식은 투자자가 들어오기 전에 먼저 발행되고, 그 희석은 그때 있던 주주, 곧 세 창업자와 SAFE 투자자들이 전부 떠안는다. 투자자는 풀이 채워진 뒤의 회사에서 10%를 받는다.

제이는 그것이 불공평하다고 느꼈습니다. 변호사는 미국 투자에서 가장 흔한 구조이고, 협상할 것은 구조가 아니라 풀의 크기라고 했습니다. 그때 제이에게는 채용 계획이 없었고, 10%는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제이는 이번에도 풀을 늘리면 창업자만 줄어드는 줄 알았습니다.

투자받은 뒤

스프레드시트의 답은 달랐습니다. 지금 풀을 2% 늘리면 풀의 주식이 2% 늘어나고, 그만큼 모든 주주의 지분이 같은 비율로 줄어듭니다. 제이는 18.6%에서 18.2%로, 마커스와 에밀리도 같은 비율로, 그리고 Jun Ventures도 10%에서 9.8%로. 여기서 줄어든다는 것은 풀의 주식까지 발행된 것으로 치고 세는 완전 희석 기준(fully diluted)의 이야기입니다. 직원이 옵션을 받아 행사하기 전까지 그 주식은 실제로 발행되지 않지만, 투자자는 지분율과 주당 가격을 늘 이 기준으로 셉니다.

제이는 변호사에게 전화했습니다. 왜 지난번에는 우리만 줄고 이번에는 투자자도 줄어드는가.

변호사의 답은 시점이었습니다. 투자받을 때 풀을 채우는 것은 가격 협상의 일부라서, "투자 전 가치에 포함"이라는 한 줄로 그 비용을 기존 주주에게 보내는 것이 관행이 되어 있다. 반면 투자가 끝난 뒤에 풀을 늘리는 것은 그냥 새 주식을 발행하는 일이고, 그때 투자자는 이미 주주라서 새 주식은 투자자의 지분도 똑같이 깎는다. 그래서 투자자는 들어올 때 풀을 "다음 투자 때까지 쓸 만큼" 크게 잡으려 하고, 들어온 뒤에 풀을 늘리자는 안건에는 신중해진다. 자기 지분이 줄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안건은 창업자끼리 정할 수 없었습니다. 옵션풀을 늘리는 것은 투자 계약서에서 투자자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었습니다. 이사회에서 창업자 둘이 찬성해도 Jun Ventures가 서명하지 않으면 풀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성민의 서명

이사회에서 성민은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하나를 물었습니다. 2%가 전부 12개월 안에 실제로 뽑을 사람에게 가는가. 제이가 채용 계획표를 보여 주자 성민은 더 묻지 않았고, 독립이사 린다가 한마디를 보탰습니다. 풀은 "언젠가 뽑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뽑을 사람" 몫으로만 늘려야 한다. 뽑지 않을 몫까지 풀에 넣어 두면, 실제로 발행되지 않는 주식 때문에 모두의 지분율이 작게 보일 이유만 생긴다.

성민은 Jun Ventures의 동의서에 서명했고, 그날 Jun Ventures의 지분은 10%에서 9.8%가 됐습니다. 회의 뒤에 제이가 물었습니다. 자기 지분이 줄어드는 안건에 왜 그렇게 쉽게 서명했느냐고. 성민의 답은 짧았습니다. 열 명이 들어와서 회사가 커지면 9.8%가 10%보다 크다.

서울의 기억

제이는 한국에서 옵션을 받았을 때 풀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한국 벤처기업은 옵션을 줄 때마다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를 받고, 상한은 발행주식의 50%까지로 법이 정해 두었습니다. 주머니를 미리 만들어 두는 것이 아니라 줄 때마다 주주들이 모여 허락하는 구조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주머니를 먼저 만들고 이사회가 그 안에서 나눠 줍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주머니를 만드는 순간이고, 그 순간은 두 번 있습니다. 제이는 스프레드시트에 두 줄을 적었습니다. "투자받을 때 늘린 풀: 창업자가 낸다. 투자받은 뒤 늘린 풀: 모두가 낸다."


실제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미국 시리즈 라운드에서 옵션풀을 투자 전 가치(pre-money)에 포함해 산정하는 관행(option pool shuffle)은 풀 확충의 희석을 기존 주주에게 귀속시키며, 창업자 측 협상은 풀의 크기를 실제 채용 계획에 맞추는 데 초점을 둡니다. 라운드가 끝난 뒤의 풀 확충은 신주 발행이므로 투자자를 포함한 모든 주주가 비례해 희석되고, 스톡옵션 풀 확대는 NVCA 모델 텀시트의 투자자 동의 사항(Protective Provisions)에 통상 포함되어 우선주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옵션풀의 주식은 부여·행사 전까지 발행되지 않으므로 법적 지분율은 그대로이지만, 투자자는 캡테이블을 완전 희석 기준으로 보고 주당 가격도 그 기준으로 계산하므로 풀의 크기가 지분율과 가격에 반영됩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투자자는 남아 있는 풀을 포함해 투자 후 풀 비율을 다시 정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국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16조의3은 벤처기업이 정관에 따라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임직원 등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게 하고, 부여 한도를 발행주식 총수의 50%로 정합니다(일반 회사는 상법상 10%). 미국식 옵션풀처럼 미리 주식을 떼어 두는 구조가 아니라 부여할 때마다 결의하는 구조입니다.

이 글의 용어

  • 옵션풀(Option Pool): 회사가 직원에게 줄 스톡옵션용으로 미리 떼어 둔 주식. 이사회가 이 안에서 개별 직원에게 나눠 줍니다.
  • 완전 희석 기준(Fully Diluted): 아직 행사되지 않은 옵션과 옵션풀까지 모두 주식으로 발행된 것으로 치고 지분율을 세는 방식. 투자자는 보통 이 기준으로 캡테이블을 봅니다.
  • 투자자 동의권(Protective Provisions): 새 주식 발행, 회사 매각, 옵션풀 확대 같은 일은 이사회 결의와 별도로 투자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계약 조항.

더 깊이 보려면


다음 화는 첫 해고입니다. 한국이었으면 석 달이 걸렸을 일이 미국에서는 금요일 오후에 끝났고, 변호사는 그 금요일이 한국의 석 달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연재의 회사·펀드·인물은 가상이며, 실존 회사·인물·사건과 무관합니다.


본 시리즈는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Venture Pacific Law Group(info@ventureplg.com)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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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의 미국 회사 지분 약 50억 원에 한국 출국세가 붙느냐는, 제이가 가진 한국 스타트업 주식 3억 원에 달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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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이사회, 독립이사 자리를 둔 첫 의견 차이, 그리고 CEO가 미국으로 옮기는 날짜. 변호사가 비자보다 먼저 꺼낸 것은 한국이 제이를 놓아주느냐는 질문이었고, 2026년부터 외국 회사 주식도 잡는 출국세가 제이에게 붙는지는 뜻밖의 숫자에 달려 있었습니다

By Sangyo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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