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은 ATTJ컴퍼니를 산 값 그대로 200만 달러라고 적었는데, 박 부장은 그 숫자가 왜 지난달보다 1억 원 줄었느냐고 물었습니다

회사는 석 달 사이 좋아졌는데 보고서의 평가액은 왜 그대로인가. 한국 LP는 왜 1억 원이 줄었다고 하는가. 미국 FoF는 왜 숫자가 아니라 양식을 묻는가. 첫 분기 보고서에서 세 사람이 각각 물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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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은 ATTJ컴퍼니를 산 값 그대로 200만 달러라고 적었는데, 박 부장은 그 숫자가 왜 지난달보다 1억 원 줄었느냐고 물었습니다

Jun Ventures 연대기 #12 · 읽기 약 5분


Fund I의 첫 분기 보고서는 두 장 반이었습니다. 레이첼이 만들었고, 포트폴리오 표에는 회사가 하나뿐이었습니다. ATTJ컴퍼니. 투자액 200만 달러, 평가액 200만 달러, 배수 1.0배.

성민은 그 줄을 한참 봤습니다. 투자하고 석 달 사이에 ATTJ컴퍼니는 두 번째 고객의 계약을 늘렸고, 연 매출은 20만 달러에서 35만 달러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회사는 분명히 석 달 전보다 좋아졌는데, 보고서의 숫자는 그대로였습니다. LP들에게 보내는 첫 보고서인데 "1.0배"라고 쓰는 것이 성민은 마음에 걸렸습니다.

얼마로 적는가

성민은 레이첼에게 물었습니다. 매출이 75% 늘었으면 평가액도 올려야 하는 것 아닌가.

레이첼의 답은 LPA의 평가 조항이었습니다. 미국 펀드는 포트폴리오를 공정가치(Fair Value), 쉽게 말해 "지금 이 주식을 팔면 받을 수 있는 값"으로 적습니다. 그런데 아직 아무도 ATTJ컴퍼니 주식을 사겠다고 한 적이 없으니 그 값을 아는 사람이 없고, 그래서 신생 펀드 대부분이 쓰는 기준은 단순합니다. 마지막으로 실제 돈이 오간 가격, 즉 성민이 석 달 전에 산 가격을 그대로 두고, 다음 투자자가 다른 가격에 들어올 때 그 가격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매출이 늘었다는 이유로 GP가 스스로 숫자를 올리면, LP는 그 숫자가 어떻게 나왔는지 묻고, 연말에 감사인도 같은 것을 묻습니다. 석 달 전 데이비드의 세컨더리 딜에서 변호사가 했던 말이기도 했습니다. 올라간 숫자보다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LP는 본다.

톰이 한마디 보탰습니다. 첫 보고서에서 1.0배는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첫 보고서에서 1.4배를 적으면 모두가 묻는다.

성민은 1.0배를 그대로 두고, 대신 표 아래에 두 줄을 적었습니다. 매출 20만에서 35만 달러로, 직원 4명에서 7명으로. 숫자는 못 올려도 회사가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적을 수 있었습니다.

1억 원

보고서가 나간 지 이틀 뒤 청운캐피탈 박 부장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첫마디는 ATTJ컴퍼니 평가액이 왜 지난달보다 1억 원 줄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성민은 보고서를 다시 열었습니다. 200만 달러는 그대로였습니다. 줄어든 것은 박 부장 쪽의 숫자였습니다. 청운캐피탈은 내부 보고를 원화로 하고, 지난달 환율로 환산한 ATTJ컴퍼니는 28억 원이었는데 이번 달 환율로는 27억 원이었습니다. 회사는 그대로이고 달러 숫자도 그대로인데, 원화로 보는 사람에게는 1억 원이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박 부장도 이유는 알고 있었습니다. 박 부장이 묻는 것은 이유가 아니라 보고서였습니다. 청운캐피탈의 투자심의위원회는 원화 숫자를 보고, 그 숫자가 분기마다 환율 때문에 오르내리면 위원들은 매번 설명을 들어야 하고, 설명하는 사람은 박 부장이었습니다. 보고서에 원화 환산 열을 하나 넣어 주고, 환율 변동분과 회사 가치 변동분을 따로 적어 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성민은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선을 하나 그었습니다. 펀드의 공식 숫자는 달러이고, 원화는 참고 열이다. 펀드가 LP마다 다른 통화로 다른 숫자를 공식 보고서에 쓰기 시작하면, 같은 회사가 LP에 따라 다른 값을 가지게 됩니다. 박 부장은 참고 열이면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위원회에 설명할 때 필요한 것은 "환율 때문입니다"라는 말을 뒷받침할 줄 하나였습니다.

애나의 양식

같은 주에 FoF의 애나에게서도 이메일이 왔습니다. 애나는 숫자를 묻지 않았습니다. 양식을 물었습니다. 기관 LP들이 공동으로 쓰는 보고 양식이 있는데, 다음 분기부터 그 양식으로 받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관리보수와 펀드 비용이 항목별로 나뉘어 있고, 회사별 평가 근거를 적는 칸이 있고, 분기마다 같은 자리에 같은 숫자가 오는 양식이었습니다.

레이첼은 그 양식을 열어 보고 두 장 반짜리 보고서가 여덟 장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민은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애나가 분기마다 읽을 "GP 출자 납입 현황"과 "창업자 리텐션 장치"라는 항목이 거기 있었고, 어차피 성민이 지난 1년 동안 약속해 온 것들이 그 양식의 칸들이었습니다.

서울의 기억

성민이 한국에서 심사역으로 일할 때 조합 보고서의 평가액은 대체로 산 값이었습니다. 평가를 바꾸는 것은 후속 투자가 들어오거나 회사가 상장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였고, 그 사이의 분기들은 조용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숫자는 결국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다만 묻는 사람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평가액을 바꿀 일이 생길 때까지 아무도 묻지 않았고, 미국에서는 바뀌지 않은 분기에도 "왜 그대로인가"와 "원화로는 얼마인가"와 "어느 양식인가"를 세 사람이 각각 물었습니다.

성민은 두 번째 분기 보고서의 양식을 그 주에 정했습니다. 달러 기준 여덟 장, 원화 참고 열 하나, 회사별 평가 근거 한 칸. ATTJ컴퍼니 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마지막 거래 가격. 다음 라운드까지 유지."


실제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미국 VC 펀드는 일반적으로 미국 회계기준(ASC 820)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공정가치로 보고하고, LPA나 별도의 평가 정책(valuation policy)에 그 방법을 적습니다. 초기 단계 회사는 관측 가능한 시장 가격이 없으므로 가장 최근의 제3자 거래 가격(last round price)을 기준으로 삼고, 후속 라운드·중대한 실적 변화·구조조정 같은 사건이 있을 때 조정하는 것이 보통이며, 연 1회 감사인이 평가를 검토합니다. 기관 LP는 ILPA(Institutional Limited Partners Association)의 보고 템플릿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는 수수료·비용 내역과 회사별 평가 근거가 포함됩니다. 외화로 출자한 LP의 환산 손익은 펀드의 공식 보고가 아니라 LP 쪽 회계의 문제이지만, 참고 환산을 제공하는 GP도 있습니다.

한국 벤처투자조합의 보고는 취득원가를 기본으로 하되 후속 투자 등 평가 사유가 생기면 조정하는 방식이 일반적이고, 분기 보고보다 반기·연 단위 보고와 결산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의 용어

  • 공정가치(Fair Value): 지금 그 자산을 팔면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값. 거래가 없는 비상장 주식은 마지막 투자 가격 등으로 추정합니다.
  • 배수(MOIC): 투자한 돈 대비 지금 평가액이 몇 배인지. 200만 달러를 넣어 200만 달러로 평가되면 1.0배입니다.

더 깊이 보려면


다음 화는 한국 기관 LP의 반기 보고입니다. 박 부장이 보낸 자료 요청 목록에는 미국 펀드가 줄 수 있는 것과 줄 수 없는 것이 섞여 있었고, 성민은 그 둘을 가르는 데 일주일을 썼습니다.

이 연재의 회사·펀드·인물은 가상이며, 실존 회사·인물·사건과 무관합니다.


본 시리즈는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Venture Pacific Law Group(info@ventureplg.com)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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