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은 미국에서 11년을 살았고 영주권도 있었지만, 미국 정부의 투자 심사 규정에서 성민의 펀드는 외국인이었습니다

클로징 서류에 "CFIUS 확인서" 한 줄. 한국 LP 때문인 줄 알았는데, 변호사의 첫 질문은 GP가 시민권자인지 영주권자인지였습니다. 펀드가 외국인이 되는 기준, 그래도 이번 투자는 괜찮은 이유, 그리고 다음 딜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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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은 미국에서 11년을 살았고 영주권도 있었지만, 미국 정부의 투자 심사 규정에서 성민의 펀드는 외국인이었습니다

Jun Ventures 연대기 #11 · 읽기 약 5분


ATTJ컴퍼니에 돈을 보내기 2주 전, 회사 쪽 변호사가 보낸 클로징 서류 목록에 낯선 항목이 하나 있었습니다. "투자자의 CFIUS 관련 확인서." 레이첼이 그 줄에 물음표를 달아 성민에게 넘겼습니다.

CFIUS는 외국인이 미국 회사에 투자할 때 국가 안보에 문제가 없는지 미국 정부가 심사하는 위원회입니다. 성민은 이 제도를 알고 있었습니다. 펀드를 만들 때 한국 LP들이 가장 먼저 물어본 것 중 하나였고, 그때 변호사가 정리해 준 답은 "펀드에 돈만 넣고 결정과 정보에서 떨어져 있는 LP는 심사 대상이 아니다"였습니다. 청운캐피탈 박 부장이 사이드레터에서 기술 정보 접근권을 요구했을 때 성민이 재무 정보로 범위를 좁힌 이유도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성민에게 이 확인서는 "우리 펀드는 미국 펀드이고, 한국 LP들은 돈만 넣은 사람들입니다"라고 쓰면 되는 서류였습니다.

외국인

펀드 변호사의 첫 질문은 LP가 아니라 성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성민 씨는 시민권자입니까, 영주권자입니까.

영주권자였습니다. 11년 전 유학으로 와서 취업 비자를 거쳐 6년 전에 영주권을 받았고, 시민권은 아직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성민에게 그것은 생활의 문제였지 펀드의 문제였던 적은 없었습니다.

변호사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CFIUS 규정은 사람을 두 가지로만 나눕니다. 미국 국민과 그 밖의 모든 사람. 영주권자는 미국에 살고 세금을 내지만 이 규정에서는 "그 밖의 모든 사람" 쪽입니다. 그리고 펀드가 외국인인지는 LP가 아니라 펀드를 움직이는 사람이 누구냐로 봅니다. Jun Ventures의 투자 결정은 성민이 하고, 성민은 이 규정에서 외국인이므로, 펀드도 외국인입니다. 톰이 미국 시민권자이고 GP 회사의 지분 일부를 가진 것은 결론을 바꾸지 못합니다. 결정권이 성민에게 있는 한 그렇습니다.

성민은 한참 말이 없었습니다. 펀드를 만들면서 한국 LP들에게 "미국 GP가 운용하는 미국 펀드"라고 설명했고, LP들도 그렇게 이해했습니다. 그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델라웨어에 있는 펀드이고 캘리포니아에서 운용합니다. 다만 CFIUS가 보는 눈에서는 그 펀드를 움직이는 사람의 여권이 대한민국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나

변호사의 두 번째 설명은 그래도 괜찮은 이유였습니다.

외국인 펀드의 모든 투자를 정부가 심사하는 것은 아닙니다. 심사의 중심에는 특정한 종류의 회사가 있습니다. 수출이 통제되는 기술을 가진 회사, 전력망이나 통신망 같은 기반 시설을 다루는 회사, 그리고 미국인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가진 회사. 이런 회사에 외국인이 투자하면서 이사 자리나 중요한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받으면 심사 대상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신고가 의무입니다.

ATTJ컴퍼니는 어디에 해당하는가. AI 회사라고 모두 통제 기술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기준은 그 회사가 만드는 것이 수출 통제 목록에 올라 있느냐이고, ATTJ컴퍼니는 남의 모델 위에서 물류 문서를 읽는 상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라 그 목록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변호사의 결론이었습니다. 기반 시설도 아니고, 미국 고객의 배송 기록에 이름과 주소가 있지만 규정이 말하는 민감한 개인정보의 종류와 규모에는 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Jun Ventures가 10%를 사고 이사 한 자리를 받는 이 투자는 신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변호사는 그 결론을 두 장짜리 메모로 써서 파일에 넣었습니다. 심사를 받지 않는 이유를 적어 두는 것 자체가 나중에 누군가 물었을 때의 답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 쪽 변호사가 요구한 확인서에는 펀드가 외국인이라는 사실과 이 투자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회사 쪽은 하루 만에 받아들였습니다.

다음 딜

성민이 그날 저녁 톰에게 전화한 것은 이번 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다음 딜 때문이었습니다.

Fund I은 앞으로 열아홉 개 회사에 더 투자할 것이고, 그중에는 반도체 설계 도구를 만드는 회사도, 드론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회사에 Jun Ventures가 이사 자리를 받으며 들어가면 이번과는 다른 결론이 나옵니다. 신고에 45일이 걸리고, 회사는 그 45일을 기다려 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성민의 펀드는 그런 딜에서 미국 펀드보다 느린 펀드였습니다.

톰은 자기가 GP 회사의 지분을 더 가지면 되느냐고 물었고, 변호사의 답은 지분이 아니라 결정권이 기준이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성민이 시민권을 신청하는 것이 가장 단순한 길이었지만, 그것은 펀드 때문에 정할 일은 아니었습니다. 결론은 투자 검토 체크리스트의 첫 장에 줄을 하나 추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기술이 수출 통제 목록에 있는가." 그 줄에 "예"가 적히는 딜은 다른 딜보다 두 달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박 부장에게 보낼 이메일의 제목은 미리 정해 두었습니다. "미국에서 GP를 믿는 근거(5): GP가 외국인이라는 것." 성민은 그 이메일을 쓰는 데 평소보다 오래 걸렸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규정은 미국 시민과 비시민 국민(U.S. national)만을 미국인으로 보고 그 밖의 개인은 외국인(foreign national)으로 정의하므로(31 CFR §800.223, §800.253), 영주권자가 투자 결정을 지배하는 펀드는 규정상 외국인(foreign person)으로 취급됩니다. 외국인 LP가 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할 때 적용되는 안전지대(§800.307)는 펀드의 GP가 외국인이 아닐 것을 전제로 하는 조건 중 하나를 두고 있어, GP 자신이 외국인인 경우에는 그 안전지대가 아니라 펀드의 투자 자체를 기준으로 분석합니다.

외국인의 비지배 투자가 심사 대상이 되는 것은 대상 회사가 핵심기술·핵심인프라·민감 개인정보를 다루는 이른바 TID 기업이고 투자자가 이사회 참여나 중요 비공개 기술 정보 접근 같은 권리를 받는 경우이며, 핵심기술 여부는 수출통제 목록 등재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상용 소프트웨어는 대부분 해당하지 않지만, 회사가 무엇을 만드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투자마다 다시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의무 신고 대상이면 간이 신고(declaration) 기준 30일, 정식 신고(notice)는 45일의 심사 기간이 걸립니다.

이 글의 용어

  • CFIUS(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외국인이 미국 회사에 투자할 때 국가 안보상 문제가 없는지 미국 재무부 주도로 심사하는 정부 위원회.
  • TID 기업: 핵심기술(Technology), 핵심인프라(Infrastructure), 민감 개인정보(Data)를 다루는 미국 회사. 외국인이 이런 회사에 투자하면 소수 지분이라도 심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더 깊이 보려면


다음 화는 첫 투자 보고서입니다. ATTJ컴퍼니 한 줄이 처음 들어간 분기 보고서를 쓰면서, 성민은 "왜 이 회사인가"보다 "이 회사를 얼마로 적는가"에서 더 오래 멈춥니다.

이 연재의 회사·펀드·인물은 가상이며, 실존 회사·인물·사건과 무관합니다.


본 시리즈는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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