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목록 94개 중 두 개가 투자를 3주 늦췄는데, 하나는 서울의 프리랜서와 맺은 300만 원짜리 계약서였습니다
94개 항목 중 92개는 1년 동안 모아 둔 서류로 끝났습니다. 남은 둘은 서울 프리랜서가 만든 모듈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텀시트 다음 주에 준 옵션의 행사가가 왜 문제인지였습니다
ATTJ컴퍼니 연대기 #11 · 읽기 약 5분
텀시트에 서명한 다음 날, Jun Ventures의 어소시에이트 레이첼이 보낸 이메일에는 엑셀 파일 하나가 붙어 있었습니다. 자료 요청 목록, 94개 항목. 법인 설립 서류부터 고객 계약서, 직원 서류, 은행 거래 내역, 소스코드의 오픈소스 목록까지였습니다.
투자자가 돈을 넣기 전에 회사를 뜯어보는 이 과정을 실사(Due Diligence)라고 합니다. 세 사람은 이미 노스게이트의 보안 질문지 62문항을 겪은 뒤라 겁내지 않았습니다. 제이는 설립 때부터 서류를 폴더에 모아 왔고, 에밀리는 그 폴더를 투자자가 볼 수 있는 공유 폴더로 옮기는 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92개 항목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문제는 두 개였습니다.
71번: 외주 개발자
71번 항목은 "회사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참여한 모든 직원과 외주 인력의 명단, 그리고 각자와 맺은 지식재산권 양도 계약서"였습니다.
세 창업자는 설립 직후 자기가 만든 것을 회사에 넘기는 계약(IP Assignment Agreement)을 썼고, 첫 직원도 입사하면서 같은 취지의 서류(CIIAA)에 서명했습니다. 제이는 그 서류들을 올리면서 한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지난봄 서울의 유통회사 프로젝트를 급하게 맞추느라 제이가 직접 구한 프리랜서 개발자였습니다. 한국어 송장 양식을 읽어내는 모듈을 3주 만에 만들어 줬고, 제이는 300만 원을 송금했고, 계약서는 제이가 예전 회사에서 쓰던 용역 계약서 양식 두 장이었습니다. 그 양식에는 저작권에 관한 조항이 없었습니다.
레이첼의 질문은 간단했습니다. 그 모듈은 지금 누구 것입니까.
변호사의 답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저작권법에서 회사 직원이 업무로 만든 프로그램은 회사 것이 됩니다(업무상저작물, 저작권법 제9조). 그런데 프리랜서는 직원이 아닙니다. 프리랜서가 만든 프로그램의 저작권은 돈을 받았어도 프리랜서에게 남아 있고, 회사로 넘기려면 양도한다는 계약이 따로 있어야 합니다. 그 계약이 없었으니, ATTJ컴퍼니의 제품 안에 있는 한 모듈은 서류상 서울에 사는 한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그 모듈은 전체 코드의 작은 부분이었고, 마커스는 2주면 다시 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리 제품의 일부가 남의 것"이라는 문장 자체가 문제였고, 다시 짜더라도 그 사람이 만든 것을 보고 짰다는 사실이 남습니다. 결론은 그 프리랜서를 찾아가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을 지금이라도 맺는 것이었습니다. 제이가 전화했고, 프리랜서는 이유를 듣고 흔쾌히 서명했습니다. 추가 비용은 없었지만, 변호사는 다음부터는 외주를 줄 때 양도 조항이 들어간 계약서를 먼저 보내라고 했습니다. 서명을 거절하거나 연락이 끊긴 프리랜서는 그렇게 간단히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83번: 지난봄의 보고서
83번 항목은 "모든 스톡옵션 부여 내역과 각 부여 시점에 유효했던 409A 평가 보고서"였습니다.
세 사람은 이것은 자신 있었습니다. 첫 직원에게 옵션을 줄 때 평가 보고서를 제대로 받았고, 행사가도 그 보고서대로 0.18달러로 정했으니까요. 제이의 스프레드시트에는 평가일과 "12개월 유효"라는 메모까지 있었습니다.
레이첼이 멈춘 것은 날짜였습니다. 텀시트에 서명한 것이 11월 둘째 주였고, 그다음 주에 가을에 뽑은 세일즈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에게 옵션을 부여하면서 행사가를 0.18달러로 적었습니다. 평가 보고서는 아직 유효기간 안이었습니다.
변호사의 설명은 이랬습니다. 409A 평가는 12개월 동안 유효하지만, 그 사이에 회사 가치를 크게 바꾸는 일이 생기면 그 시점에 효력을 잃습니다. 회사 가치를 2,000만 달러로 적은 텀시트에 서명한 것이 바로 그런 일입니다. 텀시트 전에 준 옵션은 괜찮습니다. 텀시트 뒤에 0.18달러로 준 두 건은, 지금 회사 가치가 그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회사 스스로 서명으로 인정한 뒤에 준 것이라 문제가 됩니다. 행사가가 너무 낮은 옵션은 받은 직원에게 세금 문제를 만들고, 투자자는 그런 옵션이 회사에 남아 있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마커스가 물었습니다. 유효기간이 12개월이라면서요. 변호사의 답은, 12개월은 아무 일도 없을 때의 이야기이고, 큰일이 생기면 그날이 유효기간의 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이의 스프레드시트에는 "시리즈 A 전 갱신"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세 사람은 "시리즈 A"를 돈이 들어오는 날로 읽었고 변호사는 텀시트에 서명하는 날로 읽었습니다.
결론은 두 건의 옵션 부여를 취소하고, 새 409A 평가를 받은 뒤 새 행사가로 다시 주는 것이었습니다. 두 직원에게는 에밀리가 직접 설명했습니다. 행사가는 오르지만 그것이 당신에게 세금 문제를 만들지 않는 가격이라고. 첫 직원이 입사할 때 들었던 것과 같은 설명이었습니다.
3주
새 평가 보고서가 나오는 데 2주, 프리랜서의 서명과 옵션 재부여에 1주가 걸렸습니다. Jun Ventures는 이 두 가지가 끝나는 것을 투자금을 보내는 조건으로 걸었고, 돈은 예정보다 3주 늦게 들어왔습니다.
제이는 그 3주 동안 폴더를 다시 정리했습니다. 외주 계약서 폴더를 새로 만들었고, 스프레드시트의 "시리즈 A 전 갱신"을 "텀시트 서명 전 갱신"으로 고쳤습니다. 94개 항목 중 92개는 1년 동안 모아 둔 서류로 끝났고, 두 개는 1년 동안 서류를 모으면서도 몰랐던 것이었습니다. 하나는 한국에서 늘 하던 대로 한 일이었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제대로 했다고 믿었던 일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시리즈 A 실사에서 지식재산권 항목은 창업자와 직원의 양도 계약뿐 아니라 외주 인력과 맺은 계약까지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외주 개발자의 저작권 양도 누락은 한국 창업자의 미국 법인에서 자주 발견되는 항목에 속합니다. 한국 저작권법 제9조의 업무상저작물 규정은 법인 등의 기획 아래 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만든 저작물에 적용되므로, 고용 관계가 아닌 프리랜서의 결과물은 별도의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이 없으면 프리랜서에게 남는 것으로 봅니다. 프로그램저작물의 경우 양도 계약이 있으면 특약이 없어도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됩니다(제45조 제2항 단서).
409A 평가는 재무부 규정상 12개월 또는 회사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사건 전까지 유효하며, 가격이 적힌 텀시트 서명이나 라운드 클로징은 그런 사건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텀시트 이후 클로징 전에 옵션을 부여해야 한다면 새 평가를 먼저 받거나 부여를 클로징 뒤로 미루는 것이 보통이고, 투자자는 실사에서 각 부여일과 당시 유효한 평가의 날짜를 맞춰 봅니다.
이 글의 용어
- 실사(Due Diligence): 투자자가 돈을 넣기 전에 회사의 서류와 계약, 재무, 기술을 확인하는 과정.
- 409A 평가(409A Valuation): 스톡옵션의 행사가를 정하기 위해 독립 평가인이 회사 보통주의 가치를 산정한 보고서. 미국 세법 제409A조에서 이름이 왔습니다.
- 저작재산권 양도: 프로그램이나 글, 디자인 같은 저작물을 쓰고 팔고 고칠 권리를 만든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 돈을 냈다는 것만으로는 넘어가지 않고 계약이 필요합니다.
더 깊이 보려면
- Due Diligence: 투자자가 확인하는 것, 창업자가 준비해야 하는 것 — 데이터룸 준비, 투자자가 보는 6개 영역, 흔한 딜브레이커
- 한-미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 한국에서 등록했다고 미국에서 보호되지 않습니다 — 직원·외주 인력의 IP 양도, CIIAA
다음 화는 돈이 들어온 뒤의 첫 이사회입니다. 창업자 둘과 투자자 하나와 빈자리 하나. 그 빈자리에 앉을 사람을 고르는 데 성민과 제이는 처음으로 의견이 갈렸습니다.
이 연재의 회사·펀드·인물은 가상이며, 실존 회사·인물·사건과 무관합니다.
본 시리즈는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Venture Pacific Law Group(info@ventureplg.com)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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