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 둘이 주식을 21억 달러어치 더 팔면서도 회사를 계속 지배하려던 계획을, 독립이사들이 승인했는데도 법원이 멈춰 세웠습니다
창업자가 주식을 팔아도 회사 지배권은 잃지 않게 해주는 계획. 독립이사 셋이 승인했고 주주총회도 통과했는데 법원이 멈춘 이유는 거래 조건이 아니라 전화와 문자, 자동삭제 메시지였습니다. 사흘 뒤 메타는 왜 진행했는지, 한국은 어디쯤 있는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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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10월 16일, 델라웨어 법원이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라는 회사의 주식 재편 계획을 멈춰 세웠습니다. 창업자 두 사람이 주식을 팔아도 회사 지배권은 잃지 않게 해주는 계획이었고, 회사 안의 독립이사 세 명이 심사해서 승인했고, 주주총회도 통과했습니다. 그런데도 법원은 "이 거래는 한번 하면 되돌릴 수 없으니 재판이 끝날 때까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사흘 뒤 메타는 저커버그를 위해 비슷한 목적의 거래를 승인했습니다.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랐는지, 그리고 한국 창업자에게 이 사건이 왜 남의 이야기가 아닌지 정리합니다.
창업자의 표가 줄어드는 문제
미국 기술 기업에는 "1주 1표"가 아닌 주식이 흔합니다. 클라우드플레어도 상장할 때 두 종류의 주식을 만들었습니다. 일반 투자자가 사는 주식은 1주에 1표, 창업자와 초기 직원이 가진 주식은 1주에 10표입니다. 이렇게 하면 창업자는 지분이 적어도 회사를 지배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10표짜리 주식은 팔면 1표짜리로 바뀝니다. 창업자 두 사람은 지난 6년 동안 합쳐서 18억 달러어치 넘게 팔았고, 회사도 직원 보상용으로 1표짜리 주식을 계속 찍어냈습니다. 그 결과 두 사람의 의결권은 2021년 60%에서 올해 6월 50.3%까지 내려왔고, 이대로 가면 올해 말에 과반이 깨질 상황이었습니다. 창업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더 팔고 싶은데, 팔면 회사를 잃는 셈이었습니다.
회사가 찾은 답
회사의 해법은 이렇습니다. 창업자의 10표짜리 주식을 "1표짜리 보통주 하나"와 "9표짜리 특별 주식 하나"로 바꿉니다. 이 특별 주식은 표만 있고 돈값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주주에게 표가 없는 새 주식을 한 주씩 더 나눠줍니다.
이렇게 하면 창업자의 표는 특별 주식에 모여 있고, 돈값은 보통주와 표 없는 주식에 있습니다. 창업자는 표 없는 주식을 마음껏 팔아도 됩니다. 계산해 보면 창업자는 자기 지분을 지금의 5분의 1 수준까지 줄여도 회사를 계속 지배할 수 있었고, 소송을 낸 주주들은 두 사람이 이 방식으로 더 팔 수 있는 주식이 약 21억 달러어치라고 추산했습니다. 판결문은 이 설계를 두 단어로 적었습니다. "문제 해결(Problem solved)."
독립이사들이 승인했는데 왜 멈췄나
여기서 중요한 배경이 있습니다. 델라웨어는 2025년에 법을 바꿔서, 회사를 지배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유리한 거래를 하더라도 "그 사람과 관계없는 독립이사들이 심사해서 승인했으면" 법원이 거래가 공정했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따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법이고, 큰 회사들이 델라웨어를 떠나겠다고 하던 시기에 만들어졌습니다.
클라우드플레어는 그 법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독립이사 셋으로 위원회를 만들고, 자문사를 붙이고, 협상하고, 승인했습니다. 법원도 그 형식은 모두 인정했습니다. 위원들은 독립적이었고, 절차에 큰 잘못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법에는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위원회가 "진심으로 회사를 위해" 일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법원은 기록을 보고 그 조건이 깨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이유는 법 조문이 아니라 장면들이었습니다.
위원 한 명이 위원회 몰래 창업자에게 전화해서 "원하는 걸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원회가 창업자 뜻과 다른 안을 내자 창업자는 문자로 위원들을 몰아세웠고, 창업자와 가까운 다른 이사 두 명이 협상에 끼어들었습니다. 관계자들은 메시지가 자동으로 지워지는 Signal을 썼고, 중요한 시점에 삭제 설정을 바꿨습니다. 최종 조건은 창업자가 처음에 예상한 자리에 그대로 떨어졌습니다. 주주총회는 창업자의 표로 통과됐지만 나머지 주주 중 찬성은 18%가 안 됐습니다. 그리고 회사는 법원 판단 전에는 거래를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 9월에 하려다가 다시 물렀습니다.
법원의 결론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위원회가 회사를 위해 협상한 것이 아니라 창업자를 달래는 쪽으로 움직였다면, 법이 준 방패는 쓸 수 없다.
사흘 뒤, 메타
10월 19일 메타 이사회는 표 없는 새 주식을 만들어 모든 주주에게 1주당 1주씩 나눠주기로 했습니다. 저커버그는 그 주식의 일부(전체 지분의 10%)를 의결권 60%에 아무 영향 없이 팔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억만장자에게 한 번 5%를 걷는 부유세가 주민투표에 올라 있고, 통과되면 저커버그의 세금은 최대 110억 달러로 추산됩니다. 그는 이사회에 캘리포니아를 떠날 수도 있다는 뜻을 비쳤고, 메타에도 독립이사 위원회가 있었습니다.
두 거래의 목적은 같습니다. 창업자가 주식을 팔아도 지배권이 줄지 않게 하는 것. 다른 점은 둘입니다. 메타의 새 주식은 모든 주주에게 같은 비율로 가지만, 클라우드플레어의 9표짜리 특별 주식은 창업자에게만 갔습니다. 그리고 법원이 클라우드플레어에서 문제 삼은 것은 거래의 모양보다 위원회가 일한 과정이었습니다. 메타가 판결 사흘 뒤에 거래를 진행한 것은 "위원회가 제대로 일하면 괜찮다"고 읽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메타 위원회가 어떻게 일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한국은 어디쯤 있나
한국은 창업자에게 1주 여러 표를 주는 것 자체가 2023년에야 허용됐습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16조의11은 상장 전 벤처기업이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표짜리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했는데, 조건이 많습니다. 창업주는 회사를 세운 발기인이면서 지금도 회사 일을 하는 이사여야 하고, 외부 투자를 받기 전까지 30% 이상의 최대주주였어야 하며, 주주 4분의 3이 찬성해야 하고, 기간은 10년까지입니다. 그 주식을 팔거나 이사를 그만두면 그날 보통주로 바뀌고, 상장하면 3년 뒤에 바뀝니다(제16조의12).
그러니 한국의 질문은 아직 "창업자가 지배권을 가져도 되는가"입니다. 미국의 질문은 그다음입니다. "지배권을 가진 창업자가 다른 주주에게 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클라우드플레어 판결은 그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창업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거래를 하려면 자기와 관계없는 사람들이 진짜로 심사해야 하고, 그 심사에 창업자가 끼어든 흔적이 남으면 법의 보호는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한국 창업자가 델라웨어에 회사를 세우는 순간, 이 두 번째 질문 안에서 살게 됩니다. 상장사 이야기 같지만 작은 회사도 같습니다. 창업자가 의결권 과반을 쥔 회사에서 창업자 주식을 회사가 사주는 일, 창업자에게 큰 보상을 주는 일은 모두 "창업자와 회사 사이의 거래"입니다. 그런 거래를 안전하게 하는 방법은 창업자가 빠진 독립이사나 다른 주주의 승인이고, 그 승인은 기록이 남아야 합니다. 시리즈 A에서 독립이사 자리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체크리스트
창업자라면, 자기 자신에 관한 안건이 이사회에 올라갔을 때 심사하는 이사들에게 따로 연락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번 판결에서 결정적이었던 것은 거래 조건이 아니라 창업자와 위원 사이의 전화와 문자였습니다.
이사라면, 이런 심사에 들어간 순간부터 기록이 남는 수단으로만 대화하고 자동삭제 메시지는 쓰지 않는 것이 안전합니다. 법원은 지운 대화의 내용을 회사에 불리한 쪽으로 짐작했습니다.
지배권을 설계하는 창업자라면, 새로 만드는 주식이 "모든 주주에게 같은 비율로 가는가, 창업자에게만 가는가"를 먼저 보십시오. 메타와 클라우드플레어를 가른 차이가 그것이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한국의 대표이사와 미국의 CEO·이사회가 어떻게 다른지, 델라웨어에 법인을 세운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다룬 글이 이 뉴스의 배경입니다.
참고 자료
- In re Cloudflare, Inc. Stockholder Litigation, C.A. No. 2026-0772-JTL (Del. Ch. Oct. 16, 2026) (courts.delaware.gov)
- 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Court of Chancery Reinforces Section 144's Protections—and the Need for Faithful Implementation" (corpgov.law.harvard.edu, 2026.10.20)
- Law360, "Del. Blocks Cloudflare Founder Control Recapitalization" (law360.com, 2026.10)
- TechCrunch, "Mark Zuckerberg's creative plan to pay California's proposed billionaire tax without losing control of Meta" (techcrunch.com, 2026.10.22)
- Fortune, "Zuckerberg told Meta directors he might leave California…" (fortune.com, 2026.10.21)
-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16조의11, 제16조의12 (law.go.kr)
본 뉴스레터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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