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민이 쓰려던 첫 수표는 200만 달러였는데, 펀드 규칙이 허락한 돈은 198만 달러였습니다
첫 투자의 텀시트. "한 회사에 펀드 돈의 15%까지"라는 규칙이 첫 수표와 평생 한도를 동시에 정하고, 셋째 장의 창업자 주식 조항을 두고 벤처 파트너와 GP의 의견이 갈립니다.
Jun Ventures 연대기 #9 · 읽기 약 5분
Jun Ventures의 첫 투자는 ATTJ컴퍼니로 정해졌습니다. 서울에서 창업자를 알던 벤처 파트너 현우가 소개한 회사이고, 어소시에이트 레이첼이 숫자를 뜯어보는 데 3주가 걸렸으며, 성민은 이 회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난달 데이비드가 가져온 딜을 거절한 뒤라서 더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조건은 이렇게 잡았습니다. 회사 가치를 2,000만 달러로 보고, 그중 10%를 200만 달러에 산다. 성민은 그 숫자를 텀시트 초안에 적어 레이첼에게 넘겼고, 다음 날 아침 레이첼은 200만 달러에 노란 표시를 해서 돌려보냈습니다.
198만 달러
펀드에는 LP들과 약속한 규칙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한 회사에는 펀드 돈의 15%까지만 넣는다"는 것입니다. 한 회사에 너무 많이 걸지 말라는 뜻이고, 성민이 펀드를 만들 때 직접 정한 숫자였습니다.
문제는 펀드에 모인 돈이 아직 1,320만 달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15%는 198만 달러이고, 성민이 쓰려는 수표는 200만 달러였습니다. 2만 달러가 모자랐습니다.
성민은 처음에 이것을 사소한 문제로 생각했습니다. 펀드는 결국 2,000만 달러까지 모을 계획이고, 그러면 15%는 300만 달러가 되니까요. 펀드 변호사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돈은 없는 돈입니다. 규칙은 투자하는 그날 펀드에 실제로 약속된 돈을 기준으로 봅니다.
다행히 다음 달에 한국 CVC 동림인베스트먼트의 300만 달러가 들어올 예정이었습니다. 그 돈이 들어오면 펀드는 1,620만 달러, 15%는 243만 달러가 됩니다. 성민은 ATTJ컴퍼니에 돈을 보내는 날을 동림의 돈이 들어온 뒤로 2주 미뤘습니다. 2만 달러 때문에 10%를 9.9%로 바꾸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평생 300만 달러
레이첼이 그다음에 가져온 이야기가 더 어려웠습니다.
15%는 첫 수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회사에 넣는 돈을 전부 합쳐서 15%입니다. 펀드가 2,000만 달러로 끝나면 ATTJ컴퍼니에 넣을 수 있는 돈은 앞으로 영원히 300만 달러까지이고, 지금 200만 달러를 쓰면 남는 것은 100만 달러뿐입니다. 회사가 잘 커서 다음 라운드를 열 때, 성민은 10%를 지키고 싶어도 돈이 없을 것이었습니다.
벤처 파트너 톰의 제안은 지금 150만 달러만 쓰고 150만 달러를 아껴두자는 것이었습니다. 성민은 반대했습니다. 리드 투자자가 7.5%를 가져가는 투자는 리드라고 부르기 어렵고, 첫 투자부터 그렇게 시작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200만 달러였습니다. 다음 라운드에서 모자라는 돈은 그때 가서 LP들과 따로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그 "따로"가 무엇이 될지는 성민도 아직 몰랐습니다.
셋째 장
텀시트는 네 장이었고, 셋째 장에 창업자 주식에 관한 조항이 있었습니다.
ATTJ컴퍼니의 세 창업자는 회사를 세울 때 자기 주식에 4년짜리 시계를 걸어 두었습니다. 4년을 채워야 주식이 온전히 자기 것이 되고, 중간에 떠나면 남은 몫은 두고 가는 구조입니다. 회사가 생긴 지 1년 3개월이 지났으니 세 사람은 각자 자기 주식의 일부를 이미 자기 것으로 만들어 둔 상태였습니다.
성민의 초안은 아직 자기 것이 되지 않은 주식의 시계를 투자하는 날부터 3년으로 다시 맞추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자기 것이 된 주식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다만 남은 주식의 결승선이 몇 달씩 뒤로 밀립니다.
톰은 이 조항을 빼자고 했습니다. 이미 시계가 있는 회사에 시계를 하나 더 얹는 것은 창업자에게 "당신들이 떠날까 봐 걱정된다"고 말하는 것이고, 첫 투자자가 그 말을 하면 관계가 그렇게 시작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성민은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고, 그런데도 조항을 빼지 못했습니다. 창업자 한 사람은 아직 서울에 있고, 한 사람은 회사에 전념한 지 아홉 달밖에 안 됐으며, 성민은 첫 펀드의 200만 달러를 그 세 사람에게 거는 사람이었습니다. 펀드 변호사는 한 가지만 짚었습니다. 투자할 때 창업자 주식에 시계를 다시 거는 것은 흔한 요구다. 다만 이미 자기 것이 된 주식까지 다시 잠그는 투자자는 창업자들 사이에서 오래 기억된다. 성민의 초안은 그 선을 넘지 않았으니 그대로 보내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성민은 현우에게 먼저 전화해서 이 조항이 들어간다고 알렸습니다. 창업자가 텀시트를 받고 제일 먼저 전화할 사람이 현우일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우는 한참 듣고 나서, 자기는 이 딜로 보수를 받는 사람이니 창업자 편에서 조건을 깎는 자리에 앉을 수는 없고, 전화가 오면 "변호사와 상의하라"고만 하겠다고 했습니다. 성민이 부탁하려던 말이었습니다.
서울의 기억
성민은 한국에서 심사역으로 일할 때 창업자 주식에 시계를 거는 계약서를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대신 창업자가 계약서에 "이해관계인"이라는 이름으로 서명했고, 회사가 약속을 어기면 창업자 개인이 투자자의 주식을 되사 주어야 하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한국은 창업자를 계약상의 약속으로 묶고, 미국은 창업자가 가진 주식의 시간으로 묶습니다. 어느 쪽이 더 무거운지는 창업자마다 다르게 답할 것이었습니다.
텀시트는 목요일에 나갔습니다. 이틀 뒤 현우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창업자가 전화했고, 자기는 변호사와 상의하라고만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줄이 더 있었습니다. "첫 장 숫자는 좋아하던데, 셋째 장에서 오래 멈추더라."
실제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미국 VC 펀드의 LPA는 한 회사에 대한 투자 한도를 약정 총액의 일정 비율(10~20%가 흔함)로 두고, 이 한도는 첫 투자가 아니라 그 회사에 대한 누적 투자액에 적용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기준이 되는 약정 총액을 투자 시점의 약정으로 볼지 파이널 클로징 기준으로 볼지는 LPA 문언에 따르며, 결성 중에 투자를 시작하는 펀드는 추가 클로징 일정과 투자 일정을 함께 봅니다. 소형 펀드가 리드한 회사의 후속 라운드에서 지분율을 지킬 돈이 모자랄 때 공동투자 비히클(SPV)이나 별도 펀드가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NVCA 모델 텀시트의 창업자 주식(Founders' Stock) 조항은 창업자 주식을 회사의 원가 환매권(buyback at cost) 대상으로 두고, 클로징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환매권이 월별로 소멸하는 구조를 기본 칸으로 제시합니다. 이미 베스팅 일정이 있는 회사의 시리즈 A에서는 기득분을 존중하고 미기득분의 일정만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기득분까지 다시 잠그는 요구는 창업자 측 변호사가 가장 먼저 지우는 항목에 속합니다. 한국 벤처투자 계약에서는 창업자가 "이해관계인"으로 계약 당사자가 되어 의무 위반 시 주식매수청구(풋옵션) 등의 책임을 지는 구조가 쓰여 왔고, 2026년 표준계약 개편에서 이 책임의 범위가 정비되었습니다.
더 깊이 보려면
- Term Sheet 핵심 조항과 Closing: Liquidation Preference에서 서명까지 — 텀시트의 경제 조항과 통제 조항, 클로징까지의 과정
- 미국 VC 펀드의 해부: Delaware LP, GP, 그리고 LPA를 읽는 법 — LPA의 투자 제한 조항
- 회사에는 400억이 있는데 창업자가 120억을 갚습니다: OGQ 사건과 '이해관계인'이라는 다섯 글자 — 한국 투자계약이 창업자 개인을 묶는 방식
다음 화는 같은 텀시트를 창업자 쪽에서 봅니다. 서울의 대표가 셋째 장에서 멈춘 이유, 그리고 세 창업자가 변호사와 함께 돌려보낸 수정안입니다.
이 연재의 회사·펀드·인물은 가상이며, 실존 회사·인물·사건과 무관합니다.
본 시리즈는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구체적인 법률 문제는 Venture Pacific Law Group(info@ventureplg.com)으로
문의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