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계약서의 핵심 조항: NDA, MSA, Indemnification, 그리고 준거법

Indemnification이 뭔지 모르고 서명하면, 제3자 소송의 방어 비용까지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NDA, MSA+SOW 구조, Indemnification과 Limitation of Liability의 관계, 준거법과 중재 선택, IP 귀속까지. 미국 계약서에서 한국 창업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핵심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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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계약서의 핵심 조항: NDA, MSA, Indemnification, 그리고 준거법

기업편 #18 · 읽기 약 10분


이전 글(미국 법인의 세금 보고 실무)에서 연방세, 주세, Sales Tax를 다뤘습니다. 대주제 3(법인 운영)의 마지막 글인 오늘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가장 자주 접하게 되는 계약서의 핵심 조항들을 다룹니다.

이전 글(미국 법인은 세웠는데, 이제 뭘 해야 하죠?)에서 미국 계약 관행의 특징을 간략히 짚었습니다. 오늘은 한국 창업자가 미국에서 실제로 서명하게 되는 계약서에 어떤 조항이 들어가고, 각 조항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한국 계약 실무와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실무 수준으로 다룹니다.


NDA(Non-Disclosure Agreement): 비밀유지계약

미국에서 사업 파트너, 잠재 투자자, 벤더와 처음 만나서 비즈니스 논의를 시작할 때 NDA를 요구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NDA는 양측이 공유하는 비밀 정보(Confidential Information)를 보호하기 위한 계약입니다.

Mutual NDA vs One-Way NDA

Mutual NDA(상호 NDA): 양쪽 모두 상대방의 비밀 정보를 보호할 의무를 지는 구조입니다. 사업 파트너십 논의, 기술 협력 논의 등 양측이 정보를 주고받는 상황에서 사용됩니다.

One-Way NDA(일방 NDA): 한쪽만 비밀유지 의무를 지는 구조입니다. 예를 들어 직원이나 독립계약자에게 회사의 비밀 정보를 공개할 때, 또는 잠재 투자자에게 사업 정보를 공유할 때 사용됩니다.

NDA에서 확인해야 할 핵심 조항

비밀 정보의 정의(Definition of Confidential Information): 어디까지가 비밀 정보이고 어디부터가 아닌지를 정의합니다. 너무 넓게 정의하면 일상적인 업무 대화까지 제약을 받을 수 있고, 너무 좁게 정의하면 보호가 필요한 정보가 빠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개된 정보(publicly available), 이미 알고 있던 정보, 독립적으로 개발한 정보는 비밀 정보에서 제외됩니다.

비밀유지 기간(Term): NDA 자체의 유효 기간과, 비밀유지 의무가 지속되는 기간을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NDA가 2년이라도 비밀유지 의무는 NDA 종료 후 3년 더 지속되는 식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영업비밀(trade secret)에 해당하는 정보는 "영업비밀로서의 성격이 유지되는 한 무기한"으로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허용되는 공개 범위(Permitted Disclosure): 법원 명령이나 정부 기관의 요청에 따라 공개해야 하는 경우, 비밀유지 의무에서 면제되는 조항이 일반적으로 포함됩니다. 또한 자사의 변호사, 회계사 등 업무상 필요한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을 허용하는 조항도 포함됩니다.

한국 창업자가 주의해야 할 점

투자자에게 IR 자료를 보낼 때 "NDA를 먼저 체결하자"고 요청하는 한국 창업자가 있는데, 미국 VC는 대부분 NDA에 서명하지 않습니다. 수백 개의 스타트업을 동시에 검토하는 VC가 각각과 NDA를 체결하면 유사한 분야의 다른 스타트업을 검토하는 것 자체가 제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VC에게 NDA를 요구하면 오히려 경험이 없는 창업자로 비칠 수 있으므로, 정말로 민감한 기술 정보는 초기 IR 자료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MSA(Master Service Agreement)와 SOW(Statement of Work)

미국에서 외부 벤더에게 서비스를 위탁하거나, 반대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때 가장 흔히 사용되는 계약 구조가 MSA + SOW입니다.

MSA는 양측의 장기적 거래 관계에 적용되는 기본 조건(general terms)을 정하는 계약입니다. 지급 조건, IP 귀속, 비밀유지, Indemnification, 책임 제한, 분쟁 해결 등 모든 프로젝트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조항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SOW는 개별 프로젝트의 구체적 내용(범위, 일정, 산출물, 대가)을 정하는 문서로, MSA에 부속됩니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마다 SOW만 새로 작성하면 되므로, 기본 조건을 매번 재협상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구조의 장점은 속도와 일관성입니다. MSA를 한 번 협상해두면 이후 프로젝트마다 SOW만 추가하면 되므로 계약 체결 속도가 빨라지고, 모든 프로젝트에 동일한 기본 조건이 적용되어 분쟁 시 일관된 기준이 됩니다.


Indemnification: 한국 계약서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핵심입니다

Indemnification(면책/보상 조항)은 미국 상업 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조항 중 하나인데, 한국 계약 실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영역이어서 한국 창업자가 가장 당황하는 조항이기도 합니다.

Indemnification이란

일방 당사자(indemnitor)의 행위로 인해 상대방(indemnitee)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그 손해를 보전해주겠다는 약속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3자 클레임(third-party claims)에 대한 보호가 핵심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고객에게 SaaS를 제공하는데, 그 SaaS에 제3자의 특허를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미국 고객이 제3자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습니다. Indemnification 조항이 있으면 한국 스타트업이 그 소송에 대한 방어 비용(변호사 비용)과 손해배상을 부담합니다.

Duty to Indemnify와 Duty to Defend

미국의 Indemnification은 두 가지 의무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Duty to Indemnify는 최종적으로 확정된 손해를 보전하는 의무이고, Duty to Defend는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방어 비용(변호사 비용, 법원 비용 등)을 부담하는 의무입니다. Duty to Defend가 포함되면 소송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비용 부담이 시작되므로,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소송 비용이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는 점(간단한 상업 소송도 변호사 비용만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을 감안하면, Indemnification 조항의 범위와 조건은 계약에서 가장 신중하게 검토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한국 창업자가 주의해야 할 점

미국 대기업이나 엔터프라이즈 고객과 계약할 때, 상대방이 일방적인 Indemnification(한국 스타트업만 의무를 지고 미국 고객은 의무를 지지 않는 구조)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능하면 상호 Indemnification(mutual indemnification)으로 협상하되, IP 침해에 대한 Indemnification은 서비스 제공자가 부담하는 것이 업계 표준이므로 이 부분은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Limitation of Liability: 책임의 한도를 정합니다

Indemnification이 "어떤 손해를 보전하는가"를 정한다면, Limitation of Liability(책임 제한 조항)는 "그 보전의 한도가 얼마인가"를 정합니다. 이 두 조항은 함께 읽어야 전체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구조

손해배상 상한(Liability Cap): 일방 당사자가 상대방에게 배상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정합니다. 가장 흔한 기준은 "직전 12개월간 지급/수령한 대가의 총액"입니다. 계약 금액이 연간 $100,000이면 배상 상한도 $100,000이 되는 식입니다.

간접 손해 배제(Exclusion of Consequential Damages): 직접 손해(direct damages)만 배상하고, 간접 손해(일실이익, 데이터 손실, 사업 중단으로 인한 손해 등)는 배상하지 않는다는 조항입니다. 미국 상업 계약에서 거의 표준적으로 포함됩니다.

예외(Carve-outs): 특정 유형의 위반(비밀유지 의무 위반, IP 침해, 고의적 위법행위 등)에 대해서는 위의 상한과 간접 손해 배제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입니다. 어떤 위반이 Carve-out에 포함되느냐가 협상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준거법(Governing Law)과 분쟁 해결(Dispute Resolution)

준거법: 어느 주의 법을 적용할 것인가

미국은 50개 주가 각각 독립적인 계약법을 가지고 있으므로, 계약서에서 어느 주의 법을 적용할지(governing law)를 명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을 정하지 않으면 분쟁 발생 시 관할권 다툼만으로 수개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이 선택되는 주는 Delaware와 New York입니다. Delaware는 회사법 분야의 판례가 가장 풍부하고, New York은 상업 계약 분야에서 가장 많이 선택됩니다. California에서 사업하는 스타트업이라면 California법을 선택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한국 창업자가 미국 기업과 계약할 때, 상대방이 자기 소재지 주의 법을 준거법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준거법이 한국 창업자에게 불리하지 않은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대부분의 미국 주 계약법은 큰 차이가 없으므로 Delaware, New York, California 정도라면 일반적으로 수용 가능합니다.

분쟁 해결: 소송 vs 중재

소송(Litigation): 법원에서 판사(또는 배심원)가 판단합니다. 절차가 공개되고, 항소가 가능하며, 증거개시(discovery) 절차가 있어서 비용이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중재(Arbitration): 사설 중재기관(AAA, JAMS 등)에서 중재인이 판단합니다. 절차가 비공개이고, 일반적으로 소송보다 빠르며, 항소가 제한적입니다. 국제 거래에서는 중재 판정이 뉴욕 협약에 따라 160개국 이상에서 집행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한-미 간 계약에서는 중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창업자가 미국 기업과 계약할 때, "분쟁 발생 시 상대방 소재지 법원에서 소송"이라는 조항이 들어가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해야 합니다. 이것은 시간, 비용, 접근성 면에서 한국 기업에 매우 불리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중재(Arbitration)로 변경하거나 최소한 관할 법원의 위치를 신중하게 검토하세요.


IP 귀속: 서비스 계약에서 가장 많이 분쟁이 발생하는 조항

외부 개발자나 디자이너에게 업무를 위탁할 때, 또는 반대로 고객에게 개발 서비스를 제공할 때, "만들어진 결과물의 IP가 누구 것인가"는 반드시 계약서에서 명확히 해야 합니다.

미국 저작권법(Copyright Act)에서는 Work Made for Hire 법리가 적용되는데, W-2 직원이 업무 범위 내에서 만든 저작물은 자동으로 고용주의 것이 됩니다. 하지만 1099 독립계약자가 만든 저작물은 원칙적으로 계약자의 것이므로, 회사에 귀속시키려면 계약서에 IP Assignment(지식재산 양도) 조항을 명시적으로 넣어야 합니다.

이전 글(한-미 지식재산권 보호 전략)에서 CIIA와 IP Assignment Agreement를 다뤘는데, 서비스 계약(MSA/SOW)에서도 같은 원칙이 적용됩니다. 계약서에 IP 귀속 조항이 없으면, 나중에 "그건 내가 만든 것이니 내 것"이라는 분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한국 창업자를 위한 계약 체크리스트

미국 기업과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에 최소한 다음 사항을 확인하세요.

Indemnification의 범위와 방향: 일방적인가 상호적인가? Duty to Defend가 포함되어 있는가? 어떤 유형의 클레임에 대해 Indemnification 의무가 발생하는가?

Liability Cap: 배상 상한이 계약 금액 대비 합리적인가? 어떤 위반이 Cap에서 Carve-out되는가?

준거법과 분쟁 해결: 어느 주의 법이 적용되는가? 소송인가 중재인가? 관할 법원/중재 장소가 어디인가?

IP 귀속: 계약 수행 중 만들어지는 결과물의 IP가 누구에게 귀속되는가? Assignment 조항이 있는가?

비밀유지: NDA가 별도로 있는가, 아니면 MSA 안에 비밀유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가? 비밀유지 기간은 합리적인가?

해지 조건(Termination): 어떤 사유로 해지할 수 있는가? 편의 해지(termination for convenience)가 가능한가? 해지 시 이미 수행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 지급은 어떻게 되는가?

이 조항들 중 하나라도 누락되거나 불리하게 설정되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예상치 못한 비용과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계약서의 분량이 길고 영어라서 부담스럽더라도, 최소한 위의 항목들은 반드시 확인하고 서명하세요.


이 글로 대주제 3(법인 운영) 6편이 마무리됩니다. 다음 주부터는 대주제 4(투자 유치)로 넘어가, 미국에서의 VC 투자 유치, Term Sheet, Due Diligence, Closing 절차를 다룹니다.

(다음 글 예고: 미국 VC 투자 유치의 전체 흐름: Term Sheet에서 Closing까지)


참고 자료 및 공식 근거

  • Restatement (Second) of Contracts (미국 계약법 일반 원칙)
  • UCC Article 2: Sales (물품 매매 계약에 적용)
  • Copyright Act of 1976, 17 U.S.C. § 101: Work Made for Hire
  • Federal Arbitration Act, 9 U.S.C. § 1 et seq.
  • New York Convention (Convention on the Recognition and Enforcement of Foreign Arbitral Awards, 1958)
  • American Arbitration Association (AAA), Commercial Arbitration Rules
  • JAMS, Comprehensive Arbitration Rules & Procedures

본 뉴스레터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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