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de Letter: 같은 LPA에 서명하고 다른 권리를 갖는 방법
같은 클로징에 출자한 두 한국 기관. 한 곳은 한국 규제 보고에 맞춘 자료와 공동투자 제안을 받고, 다른 곳은 표준 리포트가 전부입니다. 차이는 LPA 밖, Side Letter에 있습니다. 정보권을 요구하되 기술정보는 빼야 하는 이유, MFN의 티어 구조, 잘 받아지는 조항과 안 받아지는 조항, 그리고 관계가 아니라 문서가 작동하는 이유까지.
투자자편 · 투자의 실행 #5 · 읽기 약 12분
같은 미국 펀드의 같은 클로징에 출자한 두 한국 기관이 있습니다. 출자약정서(Subscription Agreement)에 서명했고, 펀드의 규약인 LPA는 두 기관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런데 한 곳은 분기마다 한국 규제 보고에 맞춘 자료를 따로 받고, 유망 딜에 공동투자 제안을 받습니다. 다른 한 곳은 표준 분기 리포트가 전부입니다.
같은 펀드, 같은 LPA인데 대우가 다르다면, 그 차이는 LPA 밖에 있습니다. Side Letter, GP와 개별 LP가 맺는 별도 약정입니다. 이전 글(미국 VC 펀드의 해부)에서 예고했던 이 문서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왜 LPA를 고치지 않고 편지를 쓰는가
LPA는 펀드의 규약이라 모든 LP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문서입니다. 결성 과정에서 협상을 통해 조항이 다듬어지기는 하지만, 개별 LP의 사정은 제각각입니다. 한국 기관은 외국환거래법 보고가 필요하고, 미국 연기금은 자기 주법상 공개 의무가 있고, 중동 국부펀드는 샤리아 준수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런 개별 사정을 전부 LPA 본문에 넣으면 모든 LP에게 적용되는 문서가 특정 LP만을 위한 조항들로 누더기가 되므로, GP는 LPA를 공통 문서로 유지하고 개별 사정은 그 LP와의 Side Letter로 처리합니다.
법적으로는 GP와 그 LP 사이의 계약이므로 다른 LP에게 직접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완전히 비밀도 아닙니다. 뒤에서 볼 MFN 조항이 작동하는 펀드에서는 클로징 후 각 Side Letter의 조건 요약이 해당되는 LP들에게 제공되는 것이 관행이라,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의 시장 감각은 이 과정에서도 쌓입니다.
한국 LP가 요구할 것들, 우선순위대로
1. 정보권 확장: 규제 보고를 계약에 심는 것
한국 LP에게 가장 실속 있는 조항입니다. 이전 글(미국 VC 펀드에 LP로 출자하기)에서 본 것처럼 한국 기관은 반기마다 역외금융회사 현황을 보고해야 하고, 세무 처리와 내부 심사에도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GP의 표준 보고가 그 서식과 주기에 맞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Side Letter에 "한국 법령상 보고 의무 이행에 합리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요청 시 제공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넣는 것이 기본형입니다.
단, 이전 글(CFIUS와 한국 LP)에서 강조한 경계를 지켜야 합니다. 재무·포트폴리오 정보와 기술정보는 다릅니다. 규제 보고에는 재무 정보로 충분한데 정보권을 "회사에 관한 모든 정보"로 넓게 쓰면, 상업적 실익 없이 CFIUS 안전지대만 흔들 수 있습니다. 조항 문구에서 technical information을 의식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한국 LP다운 설계입니다.
2. 규제 변경 협조 조항
한국의 외국환·세제·감독 규정은 계속 바뀝니다. 이전 글들에서 본 것만 해도 신고 체계 개편과 법 개정이 이어졌습니다. "LP의 소재지 법령 변경으로 추가 정보나 절차 협조가 필요해지면 GP가 합리적으로 협조한다"는 조항은 GP 입장에서도 부담이 크지 않아 받아들여지는 편이고, 몇 년 뒤 규정이 바뀌었을 때 계약상 근거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를 만듭니다.
3. 공동투자 기회
펀드 출자의 실질적 보상 중 하나입니다. 관리보수 없이(no fee, no carry가 관행적 기대이지만 펀드마다 다릅니다) 유망 딜에 직접 들어갈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안받는 조항인데, 두 가지를 알고 요구해야 합니다. 첫째, GP는 확약(commitment)이 아니라 "기회가 있을 때 고려한다" 수준의 완화된 문구를 선호하므로, 문구의 강도가 실질을 좌우합니다. 둘째, 이전 글에서 다뤘듯이 공동투자는 펀드 안전지대 밖의 직접 투자라서 딜마다 CFIUS 분석이 따로 필요하고, 한국 쪽 신고도 별도로 발생합니다. 기회를 받는 조항과 함께, 그 기회를 실제로 실행할 내부 절차가 준비되어 있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4. MFN: 남이 받은 조건을 나도 받는 조항
Most Favored Nation 조항은 다른 LP의 Side Letter에 더 유리한 조건이 있으면 나에게도 적용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실무에서는 클로징 후 GP가 Side Letter 조건들의 요약본을 보내 선택(election)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시장 관행상 출자 규모별 티어가 붙는 것이 보통입니다. 내 출자액 이하의 LP가 받은 조건만 볼 수 있는 구조라서, 나보다 큰 앵커 LP의 조건까지 자동으로 따라가지는 못합니다. 그래도 넣어두면 최소한 같은 체급에서 뒤처지지는 않습니다.
5. 지분 양도 관련 사전 동의의 완화
LP 지분도 언젠가 팔아야 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미국 VC 펀드에 LP로 출자하기)에서 LP 지분을 국내 다른 기관에 매각하면 한국은행에 즉시 보고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그보다 앞선 관문이 LPA입니다. LP 지분 양도에는 GP 동의가 필요한 것이 보통이고, 계열사 간 이전 같은 전형적인 경우는 LPA의 permitted transfer 조항으로 이미 허용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Side Letter에서 다룰 것은 그 표준을 넘는 부분입니다. 일정 요건을 갖춘 제3자 양수인에 대해 동의를 부당하게 거절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명확히 하거나, 한국 기관 특유의 사정(기금의 이관, 운용 주체 변경 등)을 양도 제한의 예외로 미리 반영해두는 것입니다. 10년 뒤 유동성이 필요해졌을 때의 출구를 지금 넓혀두는 작업이고, 한국 쪽에서는 국내 기관 간 양도 시 즉시 보고 의무가 있다는 점(이전 글 참조)도 함께 챙길 부분입니다.
6. 그 밖의 통상 항목들
제재·자금세탁 방지 관련 확인, 특정 업종 출자 면제(excuse) 조항, 연차총회 참석권, 보수 관련 조건(대형 출자에 한해)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출자 면제 조항은 한국 기관에게 실질적 의미가 있습니다. 법령이나 내규상 출자할 수 없는 업종(무기, 특정 규제 산업 등)의 딜이 생겼을 때 그 캐피탈콜에서 빠질 수 있게 해두는 조항으로, 기관의 출자 제한 목록을 결성 단계에서 GP와 정리해두는 것입니다. 반대로 잘 받아지지 않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개별 투자에 대한 거부권이나 투자 지시권은 이전 글에서 본 것처럼 CFIUS 안전지대를 깨는 것은 물론이고, GP 입장에서 펀드 운용의 근간을 건드리는 요구라 최상위 앵커가 아니면 논의 자체가 어렵습니다. 보수 할인도 마찬가지로 규모의 문제입니다.
계약에 없는 힘과 계약에 있는 권리
Side Letter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결국 큰 LP는 계약 없이도 GP를 움직이지 않나요?"
맞는 면이 있습니다. 어반베이스 사건의 후속 국면(신한캐피탈 후속 뉴스)에서 본 것처럼, 출자자들의 입장 전달이 확정판결의 집행 방향까지 바꾼 것으로 보도된 사례가 실제로 있습니다. GP는 다음 펀드를 위해 LP의 신뢰가 필요하고, 그 관계 자체가 힘입니다.
그러나 그 사례는 언론과 국회까지 움직인 예외적 공론화 상황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평상시의 GP-LP 관계에서, 요구할 계약상 근거가 있는 LP와 "좋은 관계"에 기대는 LP는 다릅니다. 특히 정보 제공이나 규제 협조처럼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사안일수록, 담당자가 바뀌어도 작동하는 것은 관계가 아니라 문서입니다. Side Letter는 그 문서입니다.
협상 환경도 나쁘지 않습니다. 이전 글(미국 VC 펀드의 해부)에서 본 것처럼 펀드 결성 기간이 길어진 시기에는 GP가 LP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이유가 커집니다. 최상위 브랜드 펀드가 아니라면, 합리적인 Side Letter 요구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갑니다.
요구 목록을 만들 때의 체크리스트
우리 규제 보고에 실제로 필요한 정보 목록부터 만드세요. 반기 보고 서식, 세무 신고, 내부 심사 자료를 늘어놓고 GP 표준 보고와의 차이를 확인하면, 정보권 조항에 적을 내용이 구체화됩니다.
요구할 권리마다 규제 비용을 계산하세요. 기술정보 접근권과 투자 관여 권리는 CFIUS 노출을 만들고, 공동투자권은 별도의 신고·심사 절차를 부릅니다. 이 시리즈에서 반복해온 원칙, "협상에서 이긴 권리가 규제를 부를 수 있다"가 Side Letter 설계의 기본 감각입니다.
MFN과 티어 구조를 확인하세요. 내 출자 규모가 어느 티어에 해당하고 어떤 조건까지 볼 수 있는지.
10년 뒤를 위한 조항을 잊지 마세요. 지분 양도 동의 완화, 키맨 통지 같은 조항은 지금은 쓸 일이 없어 보여도, 필요해지는 순간에는 새로 협상할 수 없습니다.
다음 글은 시선을 바꿔서, 출자한 미국 펀드가 미국 밖에 투자할 때 한국 LP에게 생기는 문제들을 다룹니다. 각국의 투자 심사, 미국의 대중국 아웃바운드 규제, 그리고 한국 보고 체계까지 세 겹의 이야기입니다.
참고 자료
- Institutional Limited Partners Association (ILPA), Side Letter 관련 안내 자료 (ilpa.org)
- 외국환거래규정 (기획재정부고시 제2025-4호) 제9-15조의2
- 31 CFR Part 800 (ecfr.gov)
본 뉴스레터는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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