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CN 투자의 외국환 신고 함정: 아직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신고하는 방법
은행 창구에서 묻습니다. "몇 주를 취득하시는 건가요?" SAFE 투자자는 답할 수 없습니다. 주식은 아직 없고, 지분율은 다음 라운드가 정합니다. 신고 양식이 상정하지 않은 투자 수단을 법령 어디에 놓아야 하는지, 은행마다 다르게 처리되는 현실, Post-money SAFE로 지분율을 적는 방법, 그리고 전환 시점에 돌아오는 문제까지 정리합니다.
투자자편 · 자금의 이동 #3 · 읽기 약 12분
이전 글(해외직접투자 신고 vs 증권취득 신고)에서 10%의 경계를 다뤘습니다. 그 글의 판단 순서 마지막 항목이 "투자 수단이 무엇인가"였는데, 오늘은 그 항목이 왜 별도의 글이 필요한지를 다룹니다.
한국 VC가 미국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가장 흔한 수단은 주식이 아니라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입니다. 이전 글(한국 전환사채 vs 미국 SAFE)에서 다뤘듯이 SAFE는 주식도 채권도 아닌, 미래에 주식을 받을 권리를 정한 계약입니다. Convertible Note(CN)는 채권에 전환권이 붙은 형태이고요. 문제는 한국의 외국환 신고 체계가 이런 투자 수단을 상정하고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전 글(한국 VC와 LP의 미국 투자)에서 예고했던 장면을 다시 가져오면 이렇습니다. 은행 창구에서 담당자가 묻습니다. "몇 주를 취득하시는 건가요? 지분율은요?" 투자자는 답할 수 없습니다. 주식은 아직 발행되지 않았고, 지분율은 다음 라운드의 밸류에이션이 나와야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신고 체계가 전제하는 것과 SAFE가 가진 것
한국의 해외투자 신고 체계는 기본적으로 "얼마를 투자하여, 어떤 증권을, 몇 주, 지분율 몇 퍼센트로 취득하는가"를 기재하는 구조입니다. 해외직접투자 신고서든 증권취득 신고서든 취득 대상 증권과 수량이 핵심 기재 사항입니다. 이전 글에서 본 10% 기준 자체가 지분율을 전제로 하고요.
SAFE 투자 시점에 확정되어 있는 것은 이 중 투자 금액 하나입니다.
- 취득 증권: 아직 없음. 전환 시 발행될 우선주(또는 별도 시리즈의 우선주)
- 주식 수: 미정. 전환 가격이 정해져야 계산 가능
- 지분율: 미정. Valuation Cap과 Discount로 상한과 범위만 짐작 가능
- 전환 시점: 미정. 다음 프라이스드 라운드, M&A, 또는 회사 해산 시
즉 신고 양식이 요구하는 정보의 대부분이 투자 시점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은행 창구에서 대화가 산으로 가는 구조적 이유입니다.
법령상 SAFE와 CN은 어디에 있는가
그렇다고 SAFE 투자가 신고 대상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법령을 따라가면 위치가 나옵니다.
자본거래에는 해당합니다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19호 나목은 자본거래를 "증권의 발행·모집, 증권 또는 이에 관한 권리의 취득"으로 정의합니다. SAFE가 증권 그 자체인지에 대해 논의의 여지가 있더라도, 미래에 주식을 취득할 권리를 정한 계약이라는 점에서 "증권에 관한 권리의 취득"에는 해당합니다. 따라서 법 제18조의 신고 의무는 발생합니다.
규정은 전환권·신주인수권을 "증권의 취득"으로 봅니다
더 직접적인 근거는 외국환거래규정 제1-2조 제33호입니다. 이 조항은 "증권의 취득"이란 증권 또는 증권에 부여된 전환권, 신주인수권, 교환권 등의 권리(담보권은 제외)의 취득을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SAFE가 부여하는 권리는 본질적으로 장래 발행될 주식에 대한 취득권이므로, 이 정의에 따라 증권취득 신고(규정 제7-31조 제2항, 한국은행) 경로가 법령상 가장 근접한 위치입니다.
CN은 조금 더 분명합니다. 원리금 지급 청구권이 있는 채무증권에 전환권이 붙은 것이므로, 증권의 취득(전환권이 부여된 증권)으로서 증권취득 신고 경로에 해당하거나, 실무에 따라서는 거주자의 비거주자에 대한 대출(규정 제7-16조 제2항, 한국은행)로 처리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신고처가 한국은행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이미 해외직접투자로 들어간 회사에 CN을 넣는 경우
여기서 갈림이 생깁니다. 이전 글에서 본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해외직접투자로 이미 투자한 외국법인에 상환기간 1년 이상으로 금전을 대여하면 그 자체가 해외직접투자입니다. 그리고 규정 제7-16조 제1항에 따라, 같은 회사에 1년 미만으로 대여하면 지정거래외국환은행에 지급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사후 보고합니다. CN의 만기는 통상 18~24개월이므로, 이사를 지명하고 있는 포트폴리오 회사에 브릿지 CN을 넣는 것은 해외직접투자 신고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CN인데 그 회사에 어떤 자격으로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은행 신고와 한국은행 신고로 갈립니다.
실무의 현실: 원칙보다 담당자
법령상 위치가 이렇다고 해서 은행 창구에서 그대로 처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대체로 세 가지 중 하나입니다.
첫째, 담당자가 SAFE를 이해하지 못해 해외직접투자 신고서에 지분율을 억지로 기재하도록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Valuation Cap 기준으로 계산한 추정 지분율을 적으라는 식인데, 이것이 10% 이상으로 나오면 그대로 해외직접투자로 처리되고 이후 사후관리 의무가 따라붙습니다.
둘째, 한국은행 증권취득 신고로 안내받는 경우입니다. 법령상 가장 근접한 처리이지만, 한국은행에서도 취득 증권의 종류와 수량을 어떻게 기재할지에 대해 사안별 문의가 필요합니다.
셋째, 담당자가 "이건 투자가 아니라 계약"이라며 기타자본거래로 분류하려는 경우입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실제로는 해당 은행과 담당자가 이해한 방식으로 끼워 맞춰 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은행별 실무 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이 이 영역의 솔직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투자자가 할 일은 "정답을 찾는 것"보다 어떤 방식으로 신고했는지를 정확히 기록해두는 것입니다. 이 기록이 전환 시점에 결정적으로 중요해집니다.
Post-money SAFE라면 지분율을 적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실무 팁이 있습니다. 이전 글(한국 전환사채 vs 미국 SAFE)에서 다뤘듯이 현재 미국에서 표준으로 쓰이는 것은 Post-money SAFE인데, 이 구조에서는 투자 시점에 '최소' 지분율이 확정됩니다. 투자금을 Post-money Valuation Cap으로 나눈 값이 그 지분율이고, 다음 라운드 가격이 Cap보다 높으면 이 지분율로, 낮으면 그보다 높은 지분율로 전환됩니다.
예를 들어 Post-money Cap $10M에 $500,000을 투자했다면 최소 5%가 확정됩니다. 신고서에 "취득 예정 지분율 5% 이상(Cap 기준)"으로 기재할 근거가 생기는 것입니다. 은행 담당자에게 SAFE의 구조를 설명할 때 이 숫자를 제시하면 대화가 훨씬 수월해지고, 10% 기준 판단(이 예에서는 10% 미만이므로 증권취득)의 근거도 됩니다. Pre-money SAFE나 Cap 없는 SAFE는 이 계산이 되지 않으므로, 투자 수단을 정할 때 신고 편의도 고려 요소가 됩니다.
다만 Cap 기준 지분율은 최소치이고, 다음 라운드가 Cap 아래에서 이루어지거나 Discount가 적용되면 실제 전환 지분율이 올라갑니다. 신고 시점에 9%로 적었는데 전환 시 12%가 되는 상황이 가능하고, 이것이 다음 섹션의 문제입니다.
전환 시점: 진짜 문제가 시작되는 곳
SAFE가 주식으로 전환되는 순간, 투자 시점에 존재하지 않았던 정보가 모두 확정됩니다. 취득 증권의 종류, 주식 수, 지분율. 그리고 이 확정된 내용이 애초의 신고와 어떻게 연결되는지가 문제입니다.
증권취득 신고로 처리했던 경우. 전환으로 취득 증권이 SAFE(권리)에서 우선주로 바뀌고 수량이 확정되므로, 신고 내용의 변경에 해당합니다. 전환 후 지분율이 10% 미만이면 한국은행에 변경 사항을 정리하는 것으로 처리되지만, 전환 후 지분율이 10% 이상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증권취득이 아니라 해외직접투자에 해당하게 되므로, 이전 글에서 본 신고 유형의 재검토가 필요하고 은행에 해외직접투자 신고를 새로 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사 지명권이 전환 시점에 함께 부여되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직접투자 신고로 처리했던 경우. 은행이 Cap 기준 추정 지분율로 해외직접투자 신고를 받았다면, 전환으로 확정된 지분율과 주식 수를 변경보고(규정 제9-9조)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전 글의 사후관리 일정표대로 변경 사유 발생 회계기간 종료 후 5개월 이내입니다.
신고 방식을 기록해두지 않은 경우. 이것이 실무에서 가장 흔한 문제입니다. SAFE 투자를 3년 전에 했고 그때 담당자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록이 없으면, 전환 시점에 무엇을 변경보고해야 하는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투자 담당자가 바뀌었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에 실무적 복잡성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 회사에 여러 차례 SAFE를 넣었거나 MFN(Most Favored Nation) 조항으로 조건이 바뀐 경우, 전환 시 각 SAFE의 전환 주식 수가 개별 계산되고 합산 지분율이 나옵니다. 각각의 신고 건을 어떻게 연결하여 변경보고할지를 투자 시점부터 설계해두지 않으면 전환 시점에 정리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투자 시점과 전환 시점의 체크리스트
투자 시점
- SAFE인지 CN인지, Post-money인지 Pre-money인지, Cap과 Discount가 무엇인지 확인
- Post-money SAFE라면 Cap 기준 최소 지분율을 계산해두고, 10% 기준과 대조
- 이 회사에 이미 해외직접투자로 들어가 있는지 확인 (CN이라면 만기 1년 기준으로 처리가 갈림)
- 은행 또는 한국은행에 어떤 유형으로 신고했는지, 담당자가 어떻게 분류했는지를 문서로 기록
- 전환 트리거(다음 라운드, M&A, 해산)가 발생하면 변경 처리가 필요하다는 점을 내부 관리 일정에 등록
전환 시점
- 전환된 증권의 종류, 주식 수, 확정 지분율 확인
- 확정 지분율이 10% 이상이면 해외직접투자로의 신고 유형 재검토
- 이사 지명권 등 경영 참가 요소가 전환과 함께 부여되는지 확인
- 투자 시점 신고 기록과 대조하여 변경보고 또는 신규 신고 결정
- 복수 SAFE 또는 MFN 적용 시 각 건의 전환 결과를 합산하여 정리
SAFE 투자의 외국환 신고는 은행 창구에서 즉석으로 정리될 문제가 아니라, 투자 결정 단계에서 준비하고 전환 시점까지 관리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개별 회사가 아니라 미국 VC 펀드에 LP로 출자할 때의 신고, 역외금융회사 신고를 다룹니다.
참고 자료
- 외국환거래법 제3조 제1항 제7호, 제19호, 제18조
-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대통령령 제33913호) 제8조
- 외국환거래규정 (기획재정부고시 제2025-4호, 2025.2.10.) 제1-2조 제33호, 제7-16조, 제7-31조, 제9-9조 — 규정 원문 대조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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