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전 8개월 동안 마커스가 쓴 코드는, 설립 5개월째까지 회사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사가 생기기 전에 만든 것은 만든 사람의 것입니다. 미뤄둔 기술 양도 계약, CTO의 오픈소스 제외 목록, 그리고 미국식 양도 문장이 놓치는 한국 저작권법의 두 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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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전 8개월 동안 마커스가 쓴 코드는, 설립 5개월째까지 회사 것이 아니었습니다

ATTJ컴퍼니 연대기 #4 · 읽기 약 6분


제이가 체크리스트에서 세어본 "나중에" 항목 중 두 번째는 기술 양도 계약(Technology Assignment Agreement)이었습니다.

지난가을 세 사람이 주식 매수 계약(Restricted Stock Purchase Agreement)에 서명할 때 변호사는 서류를 하나 더 내밀었습니다. 설립 전에 각자가 만든 것을 회사에 넘기는 계약. CTO 마커스가 혼자 쓴 8개월치 코드, CEO 제이가 서울에서 만든 사업계획과 제품 설계 문서, 도메인과 이름. 회사가 생기기 전에 만든 것은 만든 사람의 것이고, 회사가 생겼다고 자동으로 회사 것이 되지 않습니다.

그날 서명하지 못한 이유는 두 사람에게 하나씩 있었습니다. 마커스는 자기가 몇 년째 혼자 관리하는 오픈소스 라이브러리가 코드에 섞여 있어서 그것까지 넘길 수는 없다고 했고, 제이는 자기가 서울에서 만든 것들에 한국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습니다. 변호사는 "다음 달 안에"라고 했고, 다음 달은 다섯 달이 됐습니다.

마커스의 라이브러리

마커스의 문제는 간단하게 풀렸습니다. 양도 계약에는 제외 목록(Excluded Prior Inventions)이라는 별지가 붙습니다. 회사에 넘기지 않는 것을 적는 자리입니다. 마커스는 거기에 라이브러리 이름과 저장소 주소를 적었습니다. 그 라이브러리는 이미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공개되어 있으니 회사는 다른 모든 사람과 같은 조건으로 쓰면 되고, 다만 ATTJ컴퍼니의 제품을 위해 그 라이브러리에 덧붙이는 것은 회사 것이라는 한 줄이 추가됐습니다.

변호사가 물은 것은 하나 더 있었습니다. 8개월 중 전 직장에 다니면서 쓴 부분이 있는가. 마커스는 회사를 그만두고 두 달을 쉰 뒤에 첫 줄을 썼다고 했고, 변호사는 그 날짜를 계약서에 적었습니다. 전 직장의 고용계약에 발명 양도 조항이 있었을 것이고, 재직 중에 쓴 코드가 있다면 그 회사가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밀리의 겸업 문제를 볼 때 했던 것과 같은 확인입니다.

같이 서명한 서류가 하나 더 있었습니다. 앞으로 회사에서 만드는 것은 회사 것이라는 비밀유지 및 발명 양도 계약(Confidential Information and Invention Assignment Agreement, CIIAA), 미국 스타트업이 직원 전원에게 받는 표준 서류입니다. 그 뒤에 캘리포니아 노동법 제2870조(California Labor Code §2870)가 요구하는 통지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직원이 자기 시간에, 회사 장비나 비밀 정보 없이, 회사 사업과 무관하게 만든 발명은 회사에 양도하라고 할 수 없다는 내용입니다. 마커스가 물었습니다. 그러면 제 라이브러리는 이 통지문만으로도 보호되는 것 아닙니까. 변호사의 답은, 라이브러리가 회사 사업과 "무관"한지는 나중에 다툴 수 있는 문제이고, 그래서 제외 목록에 이름을 적어두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법이 그어주는 선은 넓고 흐리고, 계약이 긋는 선은 좁고 선명합니다.

제이의 서류

제이의 문제는 간단하지 않았고, 미국 변호사가 혼자 답할 수 없어서 서울의 변호사가 들어왔습니다.

제이가 설립 전에 만든 것은 코드가 아니었습니다. 사업계획서, 제품 설계 문서, 화면 시안, 데이터 처리 흐름을 그린 도면, 그리고 이름. 한국에서 한국 사람이 만든 저작물이고, 서울 변호사는 이것을 넘기는 저작재산권 양도 계약에는 한국 저작권법이 끼어들 수 있다고 봤습니다.

첫 번째 차이. 미국식 양도 계약의 핵심 문장은 "모든 권리, 권원, 이익을 양도한다(all right, title and interest)"입니다. 한국 저작권법에서는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해도,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 그러니까 그 저작물을 고쳐서 새 저작물을 만들 권리는 넘어가지 않은 것으로 추정합니다. 프로그램은 예외라서 코드는 그 권리까지 같이 넘어간 것으로 보지만, 제이의 설계 문서와 시안은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회사가 제이의 설계를 바탕으로 제품을 계속 고쳐 나가는 것이 바로 그 권리를 쓰는 일인데, 계약서에 그 한 줄이 없으면 제이에게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 변호사는 그 한 줄을 넣었습니다.

두 번째 차이. 한국법에서 저작인격권, 그러니까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 같은 저작자의 인격적 권리는 양도가 되지 않습니다.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는 권리라서 계약으로 넘길 수 없습니다. 대신 행사하지 않겠다는 약정(저작인격권 불행사 특약)은 할 수 있어서, 제이의 계약에는 그 약정이 들어갔습니다. 제이는 자기 회사에 자기 설계를 넘기면서 "이름을 표시하라고 하지 않겠다"고 서명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했고, 서울 변호사는 지금은 이상해 보여도 투자를 받을 때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실사에서 투자자 로펌이 보는 것은 이 서류이지 제이의 마음이 아닙니다.

세 번째는 앞으로의 일입니다. 제이는 설립 후에도 서울에서 일합니다. 한국 저작권법은 회사의 기획으로 회사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만들어 회사 이름으로 내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를 회사로 보지만, 계약에 다른 정함이 있으면 그쪽을 따릅니다. 그래서 제이의 역무 계약에는 "회사의 기획에 따라 만드는 것은 회사 것"이라는 문장이 명시적으로 들어갔습니다. 발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발명진흥법은 임원을 포함한 종업원의 직무발명을 회사가 미리 승계하기로 약정(직무발명 사전 승계 약정)할 수 있게 하되, 직무와 무관한 발명까지 미리 가져가는 조항은 무효로 합니다. 마커스가 서명한 캘리포니아 노동법 제2870조 통지문과 같은 선입니다. 두 나라가 다른 말로 같은 것을 긋고 있었습니다. 회사 일로 만든 것은 회사 것, 자기 시간에 회사와 무관하게 만든 것은 본인 것, 그 선을 넘어 전부 가져가는 조항은 양쪽 다 쓸 수 없습니다.

다섯 달

서류는 2월에 전부 서명됐습니다. 설립 5개월째였습니다.

제이는 스프레드시트에 줄을 하나 더 만들다가 손을 멈췄습니다. 설립일부터 2월까지 다섯 달 동안, 마커스가 매일 밀어 넣은 코드는 누구 것이었나. 변호사의 답은 "회사 것일 가능성이 높지만, 설명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마커스는 회사의 임원이고 회사 일을 했으니 미국법에서도 회사에 귀속될 근거는 있습니다. 다만 서명된 서류가 없는 다섯 달은, 나중에 누군가 물었을 때 "계약서 여기 있습니다"가 아니라 "사정이 이렇습니다"로 답해야 하는 기간입니다. 이번에 서명한 계약은 설립일로 거슬러 올라가 그 다섯 달을 덮도록 쓰였습니다.

제이는 스프레드시트의 맨 위에 줄을 하나 추가했습니다. 기술 양도 계약, 서명일, 그리고 "설립일 소급". 그 줄은 나중에 투자자 로펌이 가장 먼저 찾는 줄이 됩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한국 저작권법 제45조 제2항은 저작재산권 전부를 양도하는 경우 특약이 없으면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되, 프로그램은 특약이 없어도 함께 양도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제14조는 저작인격권을 저작자 일신에 전속하는 권리로 정하고, 제9조는 법인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를 계약이나 근무규칙에 다른 정함이 없는 한 법인으로 봅니다(프로그램은 공표 불필요). 발명진흥법 제10조 제3항은 직무발명 외의 발명을 미리 사용자에게 승계시키는 계약 조항을 무효로 합니다.

캘리포니아 노동법 제2870조는 직원이 자기 시간에 회사의 장비·설비·영업비밀 없이 개발한 발명을 양도하도록 하는 고용계약 조항을, 그 발명이 회사의 사업이나 연구개발과 관련되거나 회사 업무의 결과인 경우를 제외하고 무효로 합니다. 미국 스타트업의 발명 양도 계약 뒤에 이 조문의 통지문이 붙는 이유입니다.

더 깊이 보려면


다음 화는 ATTJ컴퍼니 제품의 바닥입니다. 파운데이션 모델 API 약관 한 조항과 오픈소스 라이선스 하나가, 세 사람이 만들고 있는 제품을 누가 쓸 수 있는지를 정하고 있었습니다.

이 연재의 회사·펀드·인물은 가상이며, 실존 회사·인물·사건과 무관합니다.


본 시리즈는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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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yong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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