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늦게 들어오는 LP는 이자를 얹어서 낸다는 말에, 이 팀장은 세 번 되물었습니다
약정 1,320만 달러로 문을 열 것인가. 첫 클로징이 시작시키는 것들, 그리고 석 달 늦게 들어오는 CVC가 "왜 우리가 이자를 내느냐"고 세 번 물은 이유
Jun Ventures 연대기 #5 · 읽기 약 6분
사직서를 낸 지 일곱 달째, 성민의 스프레드시트에 적힌 약정 합계는 1,320만 달러였습니다. 목표 2,500만 달러의 절반이 조금 넘는 숫자.
청운캐피탈 500만. 한국 개인 LP 세 사람 합쳐 120만. 미국 엔젤 데이비드 50만. 톰이 데려온 엔젤 다섯 명 합쳐 150만. 그리고 미국 FoF 300만, 단 첫 클로징 약정 총액이 1,000만 달러를 넘는 조건으로. 성민이 다니던 회사의 첫 펀드 결성 자료에서 본 숫자들과는 자릿수가 달랐지만, 그 회사도 첫 펀드를 열 때는 그랬을 것입니다.
빠진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동림인베스트먼트의 300만 달러. 중견그룹 CVC인 동림은 그룹 투자심의위원회가 분기에 한 번 열리고, 이번 분기 안건에서 밀렸습니다. 이 팀장은 다음 분기에는 확실하다고 했습니다. 다음 분기는 석 달 뒤였습니다.
문을 열 것인가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성민이 물은 것은 하나였습니다. 1,320만 달러로 첫 클로징(First Closing)을 해도 되는가.
법적으로는 됩니다. 유한책임조합계약(LPA) 초안에는 "GP는 약정 총액이 1,000만 달러 이상이 되면 최초 클로징을 실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그 숫자는 성민이 정한 것입니다. 변호사의 답은, 되는지가 아니라 열고 나면 무엇이 시작되는지를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첫 클로징을 하면 펀드가 생깁니다. LP들의 출자 약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고, GP는 캐피탈콜을 할 수 있고, 투자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관리보수도 그날부터 시작됩니다. 약정 총액에 비율을 곱한 금액이 관리회사로 들어오고, 그 돈으로 성민의 급여와 사무실 임대료와 다음 주에 출근하기로 한 어소시에이트 레이첼의 급여가 나갑니다. 1,320만 달러 기준의 관리보수는 그 셋을 빠듯하게 덮었습니다. 2,500만 달러 기준이었다면 여유가 있었을 것이고, 성민은 그 차이를 자기 저축으로 메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계가 돌기 시작합니다. 첫 클로징 뒤 보름 안에 Form D, 두 달 안에 ERA 신고가 나가는 것은 이미 정리한 일이고, 변호사가 짚은 시계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LPA에는 "최초 클로징일로부터 12개월 안에 추가 클로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그 안에 들어오지 않은 LP는 Fund I에 들어올 수 없고, 그 시점의 약정 총액이 펀드의 최종 규모가 됩니다. 1,320만 달러로 문을 연다는 것은 12개월 안에 나머지 1,180만 달러를 채우거나, 더 작은 펀드로 사는 것 중 하나를 고르겠다는 뜻입니다.
성민은 열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셋이었습니다. 저축이 다섯 달치 남아 있었고, FoF의 조건이 "1,000만 달러 이상의 첫 클로징"이어서 문을 열지 않으면 300만 달러가 없는 것이었고, 그리고 현우가 서울에서 보내온 회사 하나가 두 달 뒤에 시리즈 A를 열 예정이었습니다. 펀드가 없으면 그 딜에 앉을 수 없었습니다.
이 팀장의 세 번째 질문
첫 클로징 날짜를 정하고 성민은 동림의 이 팀장에게 전화했습니다. 다음 분기에 들어오면 추가 클로징(Subsequent Closing)으로 받겠다고. 이 팀장은 좋다고 했고, 성민은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추가 클로징으로 들어오는 LP는 그 시점까지 펀드가 이미 캐피탈콜한 금액 중 자기 몫을 한 번에 내고, 거기에 이자를 얹어서 낸다는 것. 그 이자는 펀드로 들어가 먼저 들어온 LP들의 몫으로 계산된다는 것.
"이자요?"
성민은 다시 설명했습니다. 첫 클로징 LP들은 석 달 먼저 돈을 넣어 펀드 비용과 첫 투자를 감당했고, 늦게 들어오는 LP는 그 석 달 동안 돈을 쓰지 않았으니, 그 차이를 이자로 맞춘다. 실무에서 균등화(Equalization)라고 부르고, 금리는 LPA에 적어두는데 보통 기준금리에 몇 퍼센트를 더한 수준이다. 그 이자를 기존 LP들에게 바로 배분하는 LPA도 있고, Jun Ventures처럼 펀드에 넣어 기존 LP들의 출자 계정에 얹는 LPA도 있는데, 어느 쪽이든 내는 사람과 혜택을 보는 사람은 같다.
"그러니까 우리가 늦게 들어가는데 이자를 낸다는 말씀이시죠. 늦게 들어가는 쪽이."
세 번째로 같은 질문을 받고 성민은 이 팀장이 이해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납득하지 못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도 알 것 같았습니다. 성민이 한국에서 심사역을 할 때 결성한 벤처투자조합은 결성일에 모든 조합원이 동시에 약정하고 동시에 출자했습니다. 조합이 생긴 뒤에 들어오는 조합원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고, 있다 해도 조합원 총회를 거쳐 증액하는 것이지 늦게 온 사람이 먼저 온 사람에게 이자를 내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이 팀장에게 "늦게 들어오면 이자를 낸다"는 말은 벌금처럼 들렸을 것입니다.
성민은 설명을 바꿨습니다. 벌금이 아니라 정산이다. 동림이 석 달 뒤에 들어오면 그 사이 펀드가 한 첫 투자의 지분을 첫 클로징 LP들과 똑같이 나눠 갖는다. 똑같이 나눠 갖는데 석 달 늦게 돈을 넣었으니, 그 석 달치를 맞추는 것이다. 이자를 내지 않으면 동림이 먼저 들어온 LP들보다 유리해지고, 그러면 아무도 첫 클로징에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이 팀장은 잠시 말이 없다가, 그 설명이면 내부에 올릴 수 있겠다고 했습니다.
첫 클로징의 밤
클로징 날 서명은 전자로 돌았고, 성민은 산타클라라의 로펌 회의실에서 서명 페이지가 들어오는 순서를 지켜봤습니다. 청운캐피탈이 서울 시간 아침에 가장 먼저 보냈고, FoF가 마지막이었습니다. 1,320만 달러. 저녁 7시에 변호사가 "클로징했습니다"라고 말했고, 성민은 그 순간 자기가 GP가 됐다는 것보다 다음 달부터 급여가 나온다는 것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밤에 박 부장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제목은 "미국에서 GP를 믿는 근거(3): 문은 열렸고 시계는 돕니다." 첫 클로징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 12개월 안에 추가 클로징으로 펀드를 키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동안 Fund I은 1,320만 달러짜리 펀드로 투자를 시작한다는 것.
박 부장의 답장은 짧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첫 투자 보고 기다리겠습니다." 그 첫 투자가 어떤 회사가 될지, 성민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이렇게 나타납니다
PitchBook-NVCA Venture Monitor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미국에서 첫 펀드를 클로징한 신규 운용사는 44곳, 합계 18억 달러로 운용사당 평균 4,000만 달러 안팎이었고, 펀드 하나를 결성하는 데 걸린 중위 기간은 15.3개월이었습니다. 목표 미달 상태에서 첫 클로징을 열고 12~18개월의 추가 클로징 기간 동안 펀드를 키우는 것이 신생 운용사의 일반적인 경로입니다.
추가 클로징 LP의 균등화 이자(equalization interest)는 미국 PE·VC LPA의 표준 조항으로, 늦게 들어온 LP가 그 시점까지의 캐피탈콜 비율만큼 출자하면서 그 금액에 LPA가 정한 금리의 이자를 얹어 내는 구조입니다. 그 이자를 기존 LP에게 직접 배분할지, 펀드가 받아 기존 LP의 몫으로 계산할지는 LPA가 정하며 실무에서 두 방식이 모두 쓰입니다. 금리는 고정 금리나 기준금리에 스프레드를 더한 방식으로 LPA에 적습니다. 한국 벤처투자조합은 결성 시점에 조합원 전원이 약정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어서, 한국 기관 LP에게는 낯선 조항으로 자주 설명이 필요합니다.
더 깊이 보려면
- 미국 VC 펀드의 해부: Delaware LP, GP, 그리고 LPA를 읽는 법 — 캐피탈콜 절차와 LPA의 경제 조항
다음 화는 한국 개인 LP의 서류입니다. 첫 캐피탈콜 통지를 받은 김상철 씨가 은행에 갔다가, 은행 창구에서 들은 말 때문에 성민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 연재의 회사·펀드·인물은 가상이며, 실존 회사·인물·사건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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